서로 다른 운명

평범한 남자 EP 54 (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희택~ 내가 먼저 쓰러지더라도 아까 내가 일러두었던 건 잘 전달해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는 룸안에 울려퍼지는 요란한 음악과 노래 소리를 피해 내 귀에 바짝 붙어 얘기한다. 마치 전쟁터에서 지휘관이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명령을 하달하는 순간을 연상케 한다. 그는 3 라운드를 버텨내기 힘들어 보인다. 나는 통역이라는 중책이 있어 알코올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来!来!喝一杯吧!还有刚才你说的那件事我先看你心意如何再说吧"(자! 자! 한 잔 하시죠! 그리고 아까 얘기한 그 건은 상응하는 대가가 어떤지 보고 답변드리리다)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꼭 기대에 부응하리라 믿습니다. 하하하"


유흥이 계속 이어지고 장총경리는 과도한 음주로 소파 위에서 장렬하게 전사해 버렸다. 그의 전사로 파티가 종료되는 분위기다. 지휘관을 잃은 부대원이 되어 버린 나는 그를 부축해 일으키고 동줘 총경리를 따라 근처의 호텔로 이동했다.


"我把房间都安排好了,你陪他去吧! 如果你也需要小姐就跟我说 呵呵"(내가 방을 예약해 뒀으니 거기로 모시면 될 거야, 자네 방도 있으니까 아가씨 필요하면 얘기해 허허)

"不用了谢谢。那你休息吧"(아니 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편히 쉬십시오)

"呵呵 那好吧~ 晚安~"(허허 그래? 그럼 쉬게)


춘옌은 동줘 총경리를 부축해 객실로 올라가며 나를 쳐다본다. 나도 전사한 지휘관을 부축한 채 그녀를 바라본다. 그렇게 서로 멀어져 간다.


나는 장총경리를 객실에 눕혀놓고 그가 지시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러 동줘 총경리의 객실로 향한다. 한 손에는 묵직한 골프 보스턴백이 들려있다. 도착한 객실 문 앞에서 여자의 비명 같은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문에 귀를 대고 그 소리를 듣는다. 춘옌의 목소리가 분명해 보인다. 순간 머릿속에 나체의 그녀와 동줘총경리의 모습이 떠오르며 그녀의 몸에 나 있던 상처들을 만들어낸 행위가 떠오른다. 이를 꽉 깨물고 두 손은 주먹이 쥐어진다.


"띵동 띵동"

"谁呀?深更半夜 这么吵”(누구야! 시끄럽게 시간에?)

"董总, 我是扬州东方亚太的全部张"(동총경리님 저 양주 DB중공업 전 부장입니다)


문 뒤로 그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열리고 문틈 사이로 육중한 그가 하얀 샤워 가운을 걸치고 서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그에게 인사를 하는 것과 동시에 열린 문틈 사이로 안을 슬쩍 들여다본다. 침대 옆 카펫 바닥에 나체로 쓰러져 누워있는 그녀가 보인다. 순간 객실 문을 향해 고개를 돌린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그녀의 몸에는 그전에 봤던 그 붉은 상처들이 멀리 어렴풋이 보인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재빨리 침대 위 이불을 끌어당겨 그녀의 몸을 감싼다.


"你干嘛?这么晚找我有什么事儿?"(뭐길래? 이 시간에 날 찾는 거야?)

"真抱歉,打扰了,这是张总给您的心意,还有他说让我确认您的答复如何"(죄송합니다. 늦은 시간에… 이거 저희 총경리님께서 준비한 성의 입니다. 그리고 총경리님의 답변을 받아오라고 하셔서요)


나는 묵직한 보스턴백을 그에게 전달한다. 그는 한 손으로 가방을 받아 들고 지퍼를 열어 그 안에 가득 찬 달러 뭉치들을 확인하고는 잠시 호텔 복도를 두리번거린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이내 입가에 미소를 띤다.


"这多少啊?"

"10万美金"

"OK好啦!那你转告他我好好儿得收到了他的心意,还有有关合资公司解散我会尽快进行处理"(오케이 좋아! 내 장총경리의 성의는 잘 받겠다고 전해주고 얘기한 합자회사 해산 건은 내가 일사천리로 진행하도록 해보지)

"知道了!那我把你所说的就转告他"(예 그럼 그렇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好好! 那你休息吧!”(그래 그래, 가서 쉬게)


서서히 닫히는 방 문이 나와 그녀가 마주친 시선을 잘라버린다. 난 한동안 닫힌 문을 바라보고 서 있다. 문이 닫히고 나는 호주머니에 감추고 있던 녹음기의 종료 버튼을 누른다. 혹시 모를 그의 변심 혹은 나중에 발생할 이변에 대비해 증거를 확보해 놔야 한다.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던 춘옌의 모습이 떠오르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불끈 쥔 두 주먹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아래위의 이빨이 서로를 밀어낼 듯이 굳게 다문 채 입 속에선 끓어오른 분노가 분출되지 못한 채 갇혀있다. 이성과 감성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감성을 잠재워야 한다.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장면은 상상으로 그쳐야 한다. 나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돌아서야 한다. 나의 임무는 적장의 목을 따는 것이 아니라 화친을 맺기 위해 온 것이다.


나의 방으로 돌아온 나는 멍하니 침대에 앉아 거울 속의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 속에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한다.


‘신경 쓰지 마! 넌 이제부터 시작이야 감정에 휩쓸려 인생을 망치지 마. 그 여자는 그냥 네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아니야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의 도리를 저버려야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지금의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살고자 한다면 누군가의 불의와 악행을 눈감고 모른척해야만 한다. 다들 그렇게 참고 견디며 살아야지만 자신도 나중에 최소한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의와 공정은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 앞에 맥없이 쓰러진다. 타인의 희생 없이 자신의 성공은 있을 수 없다. 누군가는 희생되고 누군가는 그 희생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것이 인간 세상이다. 먹고 먹히는 자연의 이치는 인간 세상도 매 한 가지이다.


다만 인간은 법, 질서, 도덕 같은 여러 가지 규율을 만들어내 마치 우리가 동물의 세계와는 달리 모두가 이성적이고 공정한 삶을 사는 것처럼 포장할 뿐이다. 사실 그건 가진 자들이 못 가진 자의 이용하기 위한 교묘한 수단으로 이용되어 진다는 것을 알지 못할 뿐이다. 왜냐면 그런 규율들은 결국 소수의 권력을 가진 자들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과 권력으로 법과 질서 위에 서서 그것들을 좌지우지한다.


그들은 그런 법과 질서에 대부분의 인간들이 순응하도록 학교라는 울타리에 가둬두고 오랜 세월을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세뇌시킨다. 올바르고 정의롭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것이라고 가르치며 정작 그들은 바르고 착하게 사는 인간들을 손쉽게 착취하고 이용한다.


그들이 만든 교육은 그들이 지켜야 할 것이 아닌 그들이 지배할 인간들이 지켜야 할 것이 되어 버렸다. 이럴 거면 차라라 모두가 자연인으로 속박 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장 정의롭고 평등하며 자유로울 것이다.


교육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교육받은 데로 살지 않은 인간이 문제인 것인가? 확실히 깨달은 것은 교육받은 데로 살지 않는 인간들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항상 강조하는 창의력과 남다름은 아마도 현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난 생각과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눈앞에서 벌어지는 불의와 악행을 보고도 못 본체 하는 내가 너무 괴롭다. 그건 아마 오랜 세월 내가 받은 그들의 교육 시스템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교과서대로 불의를 참지 못하고 정의를 자행하면 나는 어떻게 될까? 아마 회사의 대사를 망치는 쓸모없는 직원이 되거나 최악의 경우 범죄자가 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더러운 승리자가 되기보단 정의로운 패배자가 되려 한다.


‘배운데 로 살아야지, 그게 너희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이를 꽉 깨문 채 주먹을 쥐고 서 있다. 어느새 나는 다시 그녀가 있는 객실 방문 앞에 서 있다. 다시 귀를 문에 대고 안에 소리를 듣는다. 무언가로 때리는 소리와 그녀의 신음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한 손에 쥔 과도가 주먹과 함께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띵동”

“又是谁呀?” (또 누구야?)


그가 문 앞으로 다가온다. 문이 열리고 그와 눈이 마주친다. 순간 나는 문을 열어젖히며 손에 든 과도를 그의 얼굴을 향해 내리꽂으려 할 때였다. 그는 팔을 들어 막아낸다.


“으악! 这傻逼!“(으악! 이 개새끼가!)


과도가 그의 오른쪽 아랫 팔에 꽂혔다. 과도를 반쯤 삼킨 팔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린다. 동줘 총경리는 왼팔로 나의 목을 움켜쥐며 방안 벽으로 나를 패대기치듯 밀어붙인다. 두툼한 손이 나의 목을 조여 온다.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강한 압박감에 조금씩 정신을 잃어 간다.


“으억!”


갑자기 그의 동공이 확장되면서 깊고 짧은 외마디 괴성을 지른다. 나를 조여오던 손에 악력이 풀린다. 그는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 그 육중한 몸이 쓰러진 뒤, 피로 범벅이 된 나체의 춘옌의 모습이 드러난다. 동줘 총경리의 뒷 목에는 커다란 식칼이 꽂혀있다. 나는 두 손으로 목을 감싸며 막혔던 숨을 터뜨리며 자리에 주저앉는다. 춘옌도 넋을 잃은 표정으로 자리 주저 앉는다. 나와 춘옌은 그렇게 호텔 방안에 주저앉아 한 동안 말없이 서로를 쳐다본다.


“喜宅!你没来过这儿,明白了吗?”(희택! 넌 여기에 오지 않는 거야 알겠지?)

“春艳!?你这是社么。。。 “(춘옌!? 그게…)

“快点儿!你把这钱包拿回去”(어서! 이 돈가방 가지고 니 방으로 돌아가)

“这不行”(안돼! )

“没有时间呐,我早就要杀他,你帮我把时间提早了而已”(시간이 없어, 난 어차피 이 새끼 죽일 거였어, 네가 좀 더 시간을 당겨준 것뿐야)

“听我的话 拜托! 这就我为你做的最后一件事,我是再也不能上去的底部,你应该实现你的梦想,可你和我不一样,你得成功好好儿活著,喜宅!这段时间我都谢谢你了”(내 말 들어! 제발, 이게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야, 난 어차피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밑바닥 개미지옥이지만 넌 나랑 다르잖아. 넌 네가 바라는 데로 성공해서 잘 살아야지, 희택! 그동안 고마웠어)


춘옌은 돈가방을 내 손에 쥐어주며 나를 객실 밖으로 밀어낸다. 닫히는 문틈 사이로 그녀의 눈물이 보인다. 늦은 새벽 호텔 복도에는 적막이 흐르고 있다.


‘그래… 춘옌 말이 맞아 여기서 내 인생을 끝낼 순 없어, 난 살아야 돼!’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내 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돌아온 객실에서 침대에 앉은 채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창 밖에는 여명이 은은한 붉은 빛을 뿜어내며 세상을 어둠 속에서 깨워낸다. 악(惡)이 지배하던 어두운 밤이 가려지고 다시 새하얀 선(善)의 가면을 쓰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야! 밖에 무슨 경찰차가 이렇게 많아? 이게 다 무슨 일이냐?”

“간밤에 동줘 총경리가 살해… 당했답니다”

“뭐야!? 그게 사실이야? 어떻게 그런 일이…”

“참! 그럼 그 돈은?”

“다행히 그날 제가 깜빡 잠들어 버리는 바람에 가져다주지 못했습니다.”

“와~ 참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네, 일단 뭐 불행은 아닌 거 같다. 근데 희택 네가 그런 실수를 다하고… 천운인가? 근데 도대체 누가 총경리를 죽인거야?”


호텔로 들이닥친 공안들은 호텔 입구에서 모든 투숙객을 대상을 검문검색을 실시한다. 나와 장총경리는 그날 밤 동줘총경리와 함께 보냈다는 이유로 공안부로 끌려가 간밤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다. 3시간가량의 취조 분위기 속의 조사가 이뤄지고 다행히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나고 풀려났다.


춘옌은 간밤에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 그녀는 하룻밤 사이 살인 용의자가 되어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나의 충동적인 행동으로 그녀를 살인자로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고통스럽다. 그날 밤의 악몽이 계속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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