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와 수련

평범한 남자 EP 52 (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笨蛋! 那就是钱嘛!钱!"(바보! 그건 돈이야 돈!)

"什么意思?"(무슨 말이야?)


그녀와 나는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섹스가 끝나고 가쁜 숨소리가 가라앉아갈 쯤이었다.


토요일 오전은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토요일 새벽까지 KTV 업소 일을 마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나의 집으로 향했고 그녀가 돌아올 시간쯤이면 나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른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기다린다. 아침이라고 해봐야 특별할 건 없지만 술에 취해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그녀에게 해장이 될만한 탕과 몇가지 밑반찬을 준비한다. 술이 취했어도 그녀는 크게 흐트러짐이 없다. 다만 평소 없던 애교가 생긴다는 점만 다를 조금 다를 뿐이다. 그래서 그녀가 적당히 취한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요즘 들어 그녀의 귀가 시간이 빨라졌다. 이전처럼 몸에 상처가 난 채 녹초가 되어 들어오는 일도 거의 사라졌다. 동총경리의 총애를 잃어버린 것일까? 그의 수청을 들지 않는다는 것이 나에게는 안심이 되었지만 그녀는 아닌 듯 보였다. 길들여진 것일까, 아니면 그로 인해 누리고 있는 것들을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일까?


"那个混蛋为了钱什么都能干"(그 인간은 돈이면 뭐든지 해줄걸)

"钱?你说的是否贿赂?"(돈? 뇌물 말하는 거야?)


그녀의 말로는 동총경리는 분기에 한 번씩 협력사 사장단들과 협력사 간담회 형식의 사장단 회의를 진행한다고 한다. 회의 후 이어지는 비공식 연회에서 각 사의 대표들은 상당한 금액의 금품을 그에게 상납한다고 한다. 그 금품 향응 접대가 각 협력사의 물량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소문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고 한다.


한 번은 사장단 회의 후 KTV 룸에서 열린 연회에서 협력사 사장 중에 한 명이 술이 취해 보자기에 둘둘 말린 팔뚝만 한 금송아지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그에게 눈물의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총경리는 흡족한 표정으로 모두가 다 보란 듯이 그 송아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채 연회를 계속 진행했다고 한다. 당시 협력사 사장들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연회 내내 그 송아지를 의식할 수 밖에 없었다.


"听说他已经从工厂施工公司收到一大笔钱了"(그가 이미 너희 공장 착공 건으로 이미 시공업체에 받은 돈이 꽤 되는 거 같아)

"啊!所以他催我们开工啊"(어쩐지... 그랬구나, 그래서 공장 착공을 서두르는 거였군)

"可是最近情况有所不同,总公司提出解散合资公司的事"(그런데 상황이 좀 애매한가 봐 그룹 본사에서는 합작사 사업 철회 얘기가 나온 모양이던데...)

"啊~原来如此"(그런 상황이었군)


그녀는 KTV의 술자리에서 동총경리가 고위 간부들과 나누는 대화를 옆에서 시중을 들며 많이 들었기에 양주 조선소와 태평양그룹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일급 정보 요원이나 다름없다. 여태껏 만나지 못했던 본드걸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이제야 제대로 된 제임스 본드가 된 것 같다. 그녀와 나는 아직 가시지 않은 섹스의 여운을 살려보려 본드에 달라붙은 것처럼 다시 서로의 살을 밀착한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전세계 조선업 또한 불황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중국 조선업도 일감이 많이 줄었고, 줄어든 일감을 조선 호황기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중소 조선소들이 나눠먹으려니 경쟁이 만만치 않다. 결국 많은 협력사들이 버티지 못하고 도산하기 시작했다. 회사도 건사하기 힘든데 뇌물이 있을리 없다. 상납하던 금품이 오고 가는 일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동총경리의 입지 또한 들어오던 금품처럼 줄어들고 있었다.


동총경리가 그녀에게 매달 보내주는 생활비도 반으로 줄이고 자신이 머물던 30평짜리 넘는 고급 아파트도 처분하고 작은 원룸으로 옮겨진 것도 다 그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든다. 그녀는 동총경리가 요즘들어 줄어든 그것마저도 못마땅해하는 눈치란다. 하지만 나중에 깨달은 사실은 그녀와 내가 생각하는 그것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这都是因为那个狐狸精“(이게 다 그 여우 때문이야)

"又是什么意思呀?"(이건 또 무슨 말이야?)


얼마 전에 그는 새로운 여비서를 고용했다고 한다. 상해 복단대(复旦大学)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태평양그룹 본사의 전략기획실에 계열사 관리 담당으로 근무하던 신입사원(나랑 비슷한 보직)이라고 한다. 영어도 능통하고 한국에서도 몇년간 유학을 해서 한국어도 곧잘 하는 엘리트 여성이라고 한다. 양주 조선소 총경리가 태평양 그룹 회장이랑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고, 본사의 그룹회의 등으로 자주 출장을 다니면서 지적이며 청순한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기회를 보고 있다가 회장에게 부탁을 해서 그녀를 양주 조선소로 보직변경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상해 대도시에서 일하다가 양주 같은 작은 도시로 자리를 옮길 무모한 여성이 어디있겠는가 하지만 동총경리는 그녀에게 초특급 대우를 제안했다. 높은 급여는 물론이고 고급 아파트에 고급 승용차까지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아닌 삼고대우(三高待遇)로 그녀를 모셔온 것이다.


"路边随便开得蒲公英怎么能比上水上纯粹的睡莲呢?"(나 같은 길거리에 핀 민들레가 함부로 꺾을 수도 다가갈 수도 없는 그런 청순한 수련 같은 여자랑 비교가 되겠어?)

"别这么说!你强!还有你能随时随地飞过去再开花"(그런말 마! 넌 강해! 그리고 넌 어디든지 날아가서 또 꽃을 피울 수 있잖아)

민들레와 수련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나도 그녀를 바라본다. 서로의 눈동자 속에 서로가 있다. 나는 조용히 그녀를 안아준다.


"过去的男友和现在的他还有你都是路上的行人而已,你们只是暂时有了空儿就顺便看着我”

(과거의 그 남자 친구도 지금의 그 놈도 내 옆에 있는 너도 모두 길가를 지나는 행인일 뿐이야, 시간이 남아 잠시 나를 바라보고는 스쳐가는 그런 행인 말이야)

"..."

"可你知道你跟他们有什么区别?"(근데 네가 그들과 다른 게 뭔지 아니?)

"是什么?"(뭔데...?)

"你没有像他们一样折我"(넌 나를 꺽지 않고 간다는 거야)

"..."

"谢你一直这样看着我"(고마워~ 날 이쁘게 봐줘서)

"..."


그녀의 눈에서 투명한 구슬이 흘러내리더니 하얀 침대 시트에 자국만 남기고 형체가 사라진다. 나도 그녀에게 자국만 남기고 사라지는 존재가 되는 것일까? 그녀는 살며시 나의 얼굴 앞으로 다가와 입술을 살포시 비비고 돌아간다.

난 그녀에게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그녀의 말은 정확히 틀리지 않았기 때문일까? 틀리지 않은 말을 듣는 것이 이렇게 가슴 아픈 것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에게 모든 남자는 행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행인을 보아왔고,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행인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녀의 말대로 꺾이고 밟히면 또다시 날아가 다른 곳에서 꽃 피우면 될 뿐이다. 또 다른 행인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아무나 다가올 수 없는 수련보다는 아무나 다가갈 수 있는 민들레는 쉽게 잊혀질진 몰라도 덜 외롭다.


침대 시트 위의 남겨졌던 자국은 어느새 흔적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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