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P 50 (개정판)
"띵똥 띵동"
'헉~ 이 시간에 또 누구지? 설마 그녀?'
초인종이 계속 울린다. 난처한 상황이다. 이사를 가던지 해야겠다. 장주임은 벨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꽉 끌어안고 놓아주질 않는다.
"部长!您千万不要出去了"(부장님 나가지 마요 제발~)
"张主任!你别这样!"(장주임! 이러지 마!)
그녀는 눈물로 붉어진 눈으로 나를 애절하게 쳐다보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안 나갈 수도 없다. 춘옌은 이미 집 열쇠도 가지고 있는 터였다. 난 그녀의 팔을 완력으로 풀고 헤치고 화장실을 나와 현관문 쪽으로 걸어간다.
"쾅쾅쾅"
기다리다 화가 난 것인지 문을 주먹으로 두드린다.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든다. 춘옌이라면 그냥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왔을 것이다. 그녀의 성향을 모르는 내가 아니다. 그런데 문까지 두드리는 걸로 봐서는 그녀가 아닐 것이라는 의심이 화장실에서 현관문까지 걸어가는 잠시 동안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눈구멍으로 밖을 확인했다. 차오찡이 흥분된 모습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녀는 천천히 열리는 문 낚아채듯이 열어 버린다.
"曹婧~你也怎么在这儿?"(차오찡~ 넌 또 이 시간에 웬일로?)
"张主任在吧?"(장주임 여기 있죠?)
차오찡은 현관에 서 있는 나를 옆으로 밀치고는 거실로 들어온다. 그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화장실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장주임을 보고 그녀를 일으켜 세워 끌고 나온다.
"部长!要是她有事,我饶不了你了!"(부장! 만약 그녀한테 무슨 일이 있었다면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啊?你什么意思?"(아~? 무슨 말이야?)
"放开我!我有话跟部长说呢"(놔! 난 부장님이랑 할 얘기기 있어!)
"짝!"
"你还信男人啊?他也一样!"(그렇게 당하고도 남자를 믿어? 저 인간도 똑같아)
차오찡은 장주임의 뺨을 갈겼다. 그리곤 그녀를 팔을 당겨 강제로 끌고 나간다. 현관문 앞에서 벌레 보는 듯한 눈빛과 애절한 사랑의 눈빛 두 가지의 서로 상반된 시선이 나를 잠시 바라보고는 옆으로 사라진다. 난 귀신에 홀린 듯이 멍하니 열린 현관문만 바라보며 서 있다.
'하나님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사무실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무더워지는 바깥 날씨와는 다르게 냉랭하다. 장주임의 표정은 땡볕에 생기 잃은 철 지난 수선화 같아 보인다. 차오찡은 그 날 일 때문인지 나와 마주치는 일이 없다. 이따금 파티션 너머로 마주치는 눈빛은 살벌하기까지 하다. 리셉션의 쑨메이는 이런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손톱을 이리저리 훑어보며 다듬기 분주하다. 한쪽 구석의 재무 부사수 샤오웬은 건강이 심상치 않다. 며칠째 기침이 끊이지 않는다. 적막한 사무실에 그녀의 기침 소리만 요란하다. 허약한 몸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지 모르지만 재무담당인 류과장은 모니터와 키보드를 번갈아보며 뭔가 열중하며 일을 하고 있다. 내 추측이 맞다면 그녀는 지금 태평양그룹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월말 결산도 끝났을뿐더러 회사도 일이 없다. 그녀만 바빠 보인다.
"전 부장! 내 사무실로 들어와!"
총경리의 호출이다. 평소와는 다른 다급함이 섞인 목소리에 얼른 그의 방으로 들어간다. 류과장만 빼고 다들 고개를 들어 나의 동선을 따라 시선을 움직인다.
"무슨 일입니까 총경리님?"
"사장님한테 연락이 왔네~ 지금 본사 자금 사정 많이 안 좋은 가봐 되도록 빨리 양주 법인을 정리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라는 지시네"
"아 네..."
"넋 놓고 시간만 때울 때가 아닌 것 같다. 태평양그룹 의중을 알아봐야겠어, 부총경리랑 얘기해서 양주 조선소 총경리랑 이번 주 안으로 미팅을 잡아, 그리고 나머지 직원들은 이번 달 안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하고 알겠지?"
"이번 달 까지요?"
"그래 뭐 들었어! 올 추석 전까지 한국 들어가자!"
좋은 시절도 이제 끝나겠구나 하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이런 여유로운 생활 속에서 다시 본사로 의 복귀는 이등병의 백일 휴가 복귀와 같은 느낌이 아닐까? 더 버티면 탈영병이 될지 모른다. 명령 불복종은 영창이다. 전시에는 즉결 사살이다. 어차피 돌아가야 할 거면 임무를 완수하고 금의환향해야 하지 않겠는가?
부총경리 사무실로 들어가 양주 조선소 총경리와의 미팅을 요청했다. 그는 확인 후 알려주겠다는 말과 함께 재무담당 샤오웬이 폐렴으로 병가를 신청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아마 병이 심각해 복귀하긴 힘들지 않겠냐는 말을 덧붙인다. 타인의 불행이 나에게 일을 덜어주는 이런 상황 속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잔인하지만 직장은 어쩌면 동료의 불행으로 내가 살아남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나의 불행으로 남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