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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Feb 10. 2020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세상

개인적인 것을 드러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세상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개인적인 비밀들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그 비밀이 자신이건 타인에 관한 것이건 아니면 가족이나 단체 혹은 더 나아가 국가에 관련한 것이건 수많은 비밀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비밀은 대부분 알려지기 꺼려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예쁘고 재미있고 즐겁고 기쁜 일 그리고 자랑할 만한 일들은 이미 SNS에 홍수처럼 넘쳐나고 있다. 다들 자신의 좋은 것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이라면 한 시도 주저하지 않고 업로딩 하기 바쁘다. 그리고 타인들의 반응과 좋아요에 자신의 생체리듬이 좌우되는 삶을 살아간다.


  아프고 더럽고 부끄러운 것들은 죄다 각자의 마음속에 숨어서 잠자고 있다. 그것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처럼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타인의 치부를 들춰내길 좋아하고 가십거리로 만들기를 좋아한다.


  만약 그런 개인적인 것들을 스스로 표현해 낸다면 어떻게 될까? 가십거리가 공감 거리로 바뀔 수도 있다. 사실 가십과 공감은 퍼져나가는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점은 주체적으로 퍼진 것이냐 아니면 비주체적으로 퍼진 것이냐는 것이다. 주체적으로 만든 것은 오해의 소지가 없이 자신의 의사와 생각을 전달할 수 있고 출처가 명확하니 해명도 가능하다.


  하지만 비주체적으로 퍼져나간 가십이나 소문은 나중에 실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나쁜 것이 퍼지는 속도는 좋은 것보다 빠른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인간들은 나쁜 뉴스에 집중한다 (팩트 풀니스 중에서 - 서평 참조). 나쁘고 무섭고 자극적인 것은 순식간에 퍼져간다. 요즘 코로나19를 보면 실감이 날 것이다. 그것이 세상이 갈수록 나빠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현상이 나쁘지 않은 것들까지 나쁘게 물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염병(코로나19)의 무서운 뉴스들로 가득한 미디어와 인터넷 공간 속에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의 4개 부문(각본, 작품, 감독, 국제 영화)의 상을 싹쓸이하면서 다시 한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순간이었다.


마틴 스콜세지(Martin Charles Scorsese)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 봉준호 감독 -

 

  그의 감독상 수상 소감 중에 마틴 스콜세지(Martin Charles Scorsese)가 했던 말을 인용해서 했던 말이 잊히질 않는다. 개인적인 내용들이라고 해서 실제로 개인적인 것은 별로 없다. 스스로 개인적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사실 사회 곳곳에 숨겨져 보이지 않는 것일 뿐이지 나의 비밀 이야기가 카페의 내 옆자리에 앉아 우아하게 앉아 모카 푸라프치노를 마시는 여성의 비밀 얘기일 수도 있으며 저기 단상 위에 서서 자신에게 투표하라며 우렁차게 소리치는 국회의원의 것일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각자 개인적인 모습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으며 그 시간은 다들 프라이버시라는 말로 프라이빗하게 다뤄지며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권이며 행복추구권이라 얘기한다. 그래서 함부로 들춰낼 수도 건드릴 수도 없는 부분이다.


  이제는 프라이빗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 공감을 불러낸다.


   가상의 인터넷 공간 속에 과감히 자신을 드러내는 이들이 수많은 조회수와 구독자를 확보하는 5G 영상 시대가 도래했다. 조회수와 구독을 하는 자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타인의 프라이빗한 것을 보며 공감할 수 있다. 그 말은 자신이 드러내지 못한 개인적인 것(혹은 단체, 국가 등의 비밀)을 타인이 드러내는 것에 공감하는 것이다. 먹방, 섹스, 비리, 야사(野史)등의 유튜버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그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다 그런 이유에서이다.

Parasite (기생충)

   봉준호 감독은 세상이 쉬쉬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이야기 속에 잘 그려냈다. 그것이 전 세계 영화인들의 찬사를 받게 한 것이다.  그에게 개인적으로 깊이 다가왔던 한국사회의 안타까운 민낯을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 전 세계의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라고까진 생각치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전 세계의 공감은 바로 전 세계 사람들이 빈익빈 부익부 논리의 자본주의 세상 속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2시간가량의 짧은 이야기 속에서 모두 느낄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 [욥기 8:7] -


  내가 성경구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봉준호의 미약했던 세상 고발 정신은 조금씩 다져지고 다져져서 결국 "기생충"이라는 보석을 만들어 낸 것이다. 나 또한 이곳저곳 와이파이와 220V 콘센트를 찾아 전전하며 글을 적어나가는 것은 지금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은 미약한 글이지만 나의 표현이 쌓이고 쌓여 그 속에서 발전과 발전을 거듭하며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비밀 이야기를 간직하며 살아간다. 뇌가 살아 숨 쉬는 시간 동안만 허락된 다. 뇌가 죽는 순간 이야기는 사라진다. 그렇게 사라진 이야기는 수천, 수억 가지이다. 인류가 탄생하고 기록된 내용은 코끼리의 발톱의 때 만큼도 되지 않는다. 그렇게 인간들은 없어서(기록 방법), 몰라서(무지-글은 귀족, 양반에게만 허락된), 바빠서(자본주의 세상 속 일과 일상 속에), 부끄러워서(남에게 알리기) 그냥 그렇게 살다가 엄청난 용량의 이야기와 함께 사라진다.


  "경험하면 기록하라. 기록하면 업로드하라. 업로드하면 공유하라"

                                               -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중에서  -


  시대는 바뀌었다. 우리는 이제 기록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가졌다. 연필과 공책이 아닌 스마트폰과 노트북, 웨어러블 기기, 각종 영상기기(카메라)둥 그리고 인터넷 공간 속 수많은 참고 자료(영상, 사진, 글 등)를 활용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어떤 방식이든(영상, 그림, 글 등)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초고속 5G 인터넷 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든 업로드와 다운로드가 가능한 세상이다.

OIL and DATA

  이런 기록들이 모이고 모여 가치가 만들어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현재의 석유는 미래의 데이터로 대체될 것이다. 얼마 전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이 뒤바뀌었다. 사우디 왕자 소유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Saudi Aramco)가 리야드(Riyadh: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주식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과 동시에 세계 시총(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땅 속 깊이 묻혀있는 석유 매장량의 위상은 아직까지는 건재해 보인다. 하지만 이 상장은 또 다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불변의 가치를 가진 것을 타인과 공유할 이유가 없다.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견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전기차 시대의 도래와 데이터 혁명 시대에 근 200년을 호령하던 석유의 역사(1859~ )도 데이터라는 보이지 않는 허구에 자리를 내줘야 할 타이밍이 멀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석유에도 종류에 따라 품질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공간 속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있지만 사실 대부분이 쓰레기다. 그 속에서 가치 있고 흥미 있는 데이터를 찾아내고 분석하는 것이 AI가 하는 일이다. 우리 인간은 그 AI가 선호하는 데이터(가치 있는) 많이 가진 자가 현재의 사우디 왕자의 부를 넘어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데이터 독식의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세계 글로벌 대기업(FAANG : Facebook, Amazon, Apple, Netfilx, Google)들은 이 데이터를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우리는 그들을 이용하는 소비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을 위한 생산자이다. 그들은 우리를 이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어찌 될진 모르지만 그 방대한 데이터가 다시 우리를 옥죄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 건 비단 나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데이터의 증식은 막을 수 없다. 그러면?


   우리는 결국 봉준호를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개인적인 것들을 드러내어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현재 데이터는 상품이다. IT 기업들은 가치 있고 흥미로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공급받고 싶어 한다. 그들은 그것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 대상이 당신(봉준호처럼?)이 될 수만 있다면 당신은 미래의 잉여인간에서 제외될 수 있다. 로봇과 AI로 다양한 직업이 사라질 미래에 개인적인 데이터로 자신을 남들과 차별화시키는 것이야 말로 이 시대에 가장 창의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창의적이고 싶다면 개인적인 것을 드러내길 두려워 마라! 그리고 지속하라!"

                                                                                               - 글 짓는 목수 -


[기생충 영화평]

https://brunch.co.kr/@taeki55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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