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P 97 (개정판)
“전희택씨는 현재 전략기획실에서 근무하시네요?”
“네”
“BSC(Balanced Score Card)도 직접 관리 하셨네요, 회사에 진행하셨던 BSC에 대해서 설명해 보시겠어요?”
“BSC는 전사적 성과관리 시스템으로 회사의 장기 비전과 전략 목표를 설정하고 각 부서마다 그 비전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각 부서에 맞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설정하고 월별 혹은 분기별로 KPI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음… 그럼 BSC를 추진하시면서 느낀 점 혹은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네, 무엇보다도 제가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사원이었고 전사 모든 부서의 KPI에 대해서 검토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힘들었습니다. 전적으로 각 부서의 자율에 맡겨 KPI를 도출하고 성과를 팔로우 업 했는데… 각 부서 담당자들이 자기 부서에 유리하고 달성하기 쉬운 성과 지표를 제시하여 성과를 부풀리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BSC를 추진할 때 무엇보다도 KPI의 설정함에 있어 각 부서의 현업 사정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2차 실무자 및 외국어 면접을 위해 대구를 찾았다. 회사에서는 늘어나는 페어퍼 워크로 무급으로 주말근무를 종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나 또한 토요일에 출근해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지만 그 일들로부터 영원히 탈출할 기회를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외국어 면접 전에 실시된 실무자 면접에서 다소 긴장을 했지만 다행히 현재 내가 회사에서 맡고 있던 업무 중 하나였던 BSC (Balanced Score Card : 전사적 성과관리)에 관한 질문을 해서 막힘 없이 답변을 했다.
내게 질문을 했던 실무자는 내가 기획실에서 일한 것을 확인하려는 듯 보였다. 뒤이어 현재 맡고 있는 업무과 관련이 없는 해외영업부로 입사 지원한 이유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자신 있는 모습으로 현재의 회사에서 최초 해외영업부에서 근무한 이력을 설명했고 의도치 않은 인사발령에 대한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 실무자들의 이해시켰고 기획실에서도 해외계열사 관리업무를 했다는 연관성을 강조했다. 뒤이은 영어면접은 얼마 전 내가 취득한 토익 스피킹 성적으로 대체되었다.
“你是在中国什么地方学习的?” (당신은 중국 어디에서 공부했어요?)
“我在武汉留学过” (저는 우한에서 유학했습니다.)
”武汉?武汉是哪里呀?” (우한? 우한은 어디죠?)
“武汉是中国中部湖北省的省会” (우한은 중국 중부에 후베이 성의 성도입니다.)
“啊! 原来如此!你为什么决定去武汉学习了?” (아! 그렇군요! 당신은 왜 우한에 가서 공부하기로 결정하신 거죠?)
“当时我可以去的交换学校当中韩国人最少的地方就是武汉,还有地图上看武汉就是中国的中心嘛,有什么说不出来的吸引力让我决定去那儿了” (당시 제가 갈 수 있는 교환학교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적은 곳이 우한 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도에서 보면 우한이 가운데 있잖아요 뭔가 말하기 힘든 끌림 같은 것이 있어서 그 곳으로 결정했어요)
제2 외국어 면접이 실시되었다. 제2 외국어는 선택사항인 동시에 우대사항이었다. 다행히 내 앞에 앉은 중국어 면접자의 중국어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고 격 없이 편안한 대화 형태로 진행되었다. 면접자는 나의 중국 유학 경험에 대한 궁금증 어린 시선으로 질문과 질문을 이어갔고 난 중국 친구와 대화하듯 화기애애한 짧은 대화를 이어갔고 면접자는 체크 시트 상단 어딘가를 시원스레 체크하며 나와 악수로 면접을 마무리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들로 둘러싸인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미 제한 속도 110km를 훌쩍 넘어섰다. 창문을 열고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 속으로 손을 뻗어본다. 늦가을 서늘한 바람이 손바닥을 강하게 밀어내다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빠르게 빠져나간다. 마치 버티다 버티다 못해 빠져나가려는 나의 모습과 흡사하다. 손가락을 모으고 버티면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질지 모른다.
오늘은 미애 씨와 같이 퇴근하기로 약속했다.
“퇴근? 벌써? 왜?”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요"
퇴근시간에 퇴근하는데 사유가 필요하다. 계속 거절하다가는 그녀가 더 이상 나를 찾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에 친구의 부모님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서야 회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녀의 회사 앞으로 갔다. 멀리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사뿐한 걸음으로 회사 정문을 빠져 나오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차 안에 나의 모습을 확인하고 차에 올라탄다.
"오빠~ 얼굴 보기 너무 힘든 거 아냐?"
"그러네 미안! 회사일 때문에"
"오빠가 회사일 다해요? 적당히 좀 해요"
"응… 그래"
"자! 고고!"
"어디?"
"배고파~!"
퇴근시간 붐비는 도로 속에 섞여있는 것이 어색하다. 항상 한적한 늦은 밤의 도로를 질주하던 내가 퇴근시간 정체로 뒤섞인 차량 속에서 여자와 데이트를 하고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옆에 앉은 그녀는 도로 정체에 짜증 섞인 표정으로 투덜거리지만 난 이 상황이 즐겁다. 누군가에게 일상의 따분함이 다른 누군가에겐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와~ 진짜 맵다~!"
"여기 진짜 장난 아니죠?"
그녀가 추천한 불닭집을 찾았다. 숯불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 양념에 벌겋게 달아오른 영계 불닭을 비닐장갑을 낀 손에 들고 하나씩 뜯고 있다. 어찌나 매운지 목덜미 뒤로 땀이 흘러내린다.
"오빠~ 오늘 칼퇴를 축하하며~ 짠!"
소주의 알코올이 매운 양념 맛을 씻어 내리며 식도를 타고 내려간다. 맵지만 중독성 강한 맛이다. 계속 먹게 된다. 둘은 이마와 목덜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닭을 뜯기에 정신없다. 서로 입가에 잔뜩 묻은 붉은 양념을 보며 웃음이 터진다. 어찌보면 한국에서 그녀와의 첫번째 데이트이지만 누가 보면 몇 년 사귄 격 없는 연인 사이로 착각할 정도이다.
그녀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이 불닭을 먹으러 온다고 한다. 정신 없이 매운맛에 땀샘에서 샘솟는 체액들이 몸 속에 쌓인 스트레스의 독소들과 함께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그녀의 말처럼 한 바탕 땀을 흘리고 나니 정말 후련한 기분이다. 그게 소주의 기운인지 불닭의 효과 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