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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Aug 27. 2019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주식회사 대한민국] 박노자

불편한 책이다.


  도서관 책장을 이리저리 훑어보다 집어 든 책이다. 읽고 난 후 밀려오는 불쾌함을 감출 길이 없다. 대한민국의 민낯을 여지없지 들어낸 책이다.
 
  요즘 같은 시국(時局)에 얘기하기 힘든 내용이다. 저자(박노자)의 정치색이 너무도 뚜렷하다. 진보주의 좌파 성향의 작가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사민주의 국가인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수이다.

Republic of Korea corporation

 솔직히 정치만큼 머리 아픈 것도 없다. 답도 없을뿐더러 역사적으로 한 번도 여야, 좌우, 보수 진보가 조용했던 적이 없다. 진흙탕 싸움이다.

  책은 2016년 6월에 출간되었다. 세월호 의혹이 짙어지고 집권 보수가 힘을 잃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 분위기가 조금씩 힘을 실어갈 시기이다. 출판 시기가 정국(政局)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책도 타이밍이다.

  정치 얘기를 하고 싶진 않다. 완전한 중립이란 있을 수 없지만 정치 성향이란 이랬다 저랬다 바뀌기 나름이다. 전 정권을 향했던 촛불은 지금 현 정부로 바뀌듯이 내가 지금 잘 먹고 잘 살면 정국이 좋은 거고 내가 힘들고 궁핍하면 나라 탓하는 것이다.
   

  한국은 나라 전체가 문제라 탓할 일이 좀 많다.

 저자, 즉 북유럽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의 관점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어떻게 보일까?

   좁디좁은 한국이란 나라 안에 갇혀 세상의 많은 다른 시각과 관점은 무시한 채 그저 한국의 뉴스와 언론 그리고 주변 지인들이 들려주는 얘기로 자신의 세계관과 생각이 좌우되는 어리석은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독서를 하는 것이다. 다른 이의 생각이 나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냐 마느냐는 저자의 글이 신빙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한국(남한)은 철저한 미국의 자본주의 진영 아래서 성장했다. 분단 이후 미국, 일본의 지원인지 지배인지 모를 영향력 아래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게 사실이다. 저자는 그 눈부신 성장이 시기적으로 그럴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전쟁 후 폐허로 이미 바닥인 경제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로 경제성장을 이뤘다. 한국이 속도가 좀 더 빨랐다는 것의 차이일 뿐이다.
   급성장의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국가 주도하에 대기업 위주의 균형 없는 발전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정경유착으로 돈과 권력이 나라를 쥐고 흔드는 형세를 만들었.

Capital is under control of labors

   한국은 1인당 GDP가 3만 달러에 육박하는 경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실제로 체감이 되는가? 전체의 부를 사람 수로 나누는 게 맞는가? 삼성, 현대가 벌어들인 돈을 전 국민이 나눠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있는 지금 여기 호주에선 한국보다 경제 후진국인 중국, 인도, 그리스, 레바논, 베트남인들이 더 많은 부를 가지고 있고 사회 영향력도 크다. 한인은 그들의 파워에 비하면 세발의 피다. 한국 서민은 세계 속에선 빈민 수준일 뿐이다.

   IMF 이후 미국의 압박 아래 자본시장의 개방 이후 어떻게 되었는가? 자본가들은 노동자를 그저 자신들의 배당금을 올려주는 재료로 전락시켜 버렸다. 효율과 수익에 인권과 평등은 사라졌고, 비정규직의 보편화로 기업가와 자본가들의 배는 계속 불러왔다.

Korean worker = Slave

  경제성장의 조류에 휩쓸려 자산 가치(주식, 부동산)도 급격하게 오르고 기업가, 자본가들은 사업으로 번 돈에 자산 가치 상승까지 일타 쌍피로 돈방석에 올라앉았다. 하지만 노동자는 어떤가? 월급은 나라(기업과 손잡은)의 속도제한에 걸려 집값을 쫓을 수 없다.
   뒤늦게 깨달은 노동자들은 빚잔치를 벌여 집을 사고 금융시장(시중은행의 대부분 미국계 지분이 장악)을 손에 넣은 자본가(미국계)들은 또 한 번 돈잔치를 벌인다. 이쯤 되면 일타 쓰리 피라고 해야 하나? 그나마 금산분리 법으로 기업가들이 대놓고 금융자산까지 다 먹진 못한 것 같다. 그렇게 자본가들은 서민들의 돈을 빼내갔다. 우상향만 할 줄 알았던 내 집값은 이미 고점(高點)을 지난 듯 보인다.

  비정상으로 보이는 이 모든 일련의 변화가 이젠 정상이라고 얘기한다.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고...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심어준 능력이란?

 효율과 속도라는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 우리는 자아 발전(발견)의 가능성을 배제당했다. 창조경제를 외쳤지만 한국은 태생 과정 자체가 창조와는 거리가 멀다. 자아도 모르는데 창조가 생기겠는가?  미국의 테일러 주의에 입각한 빠르고 효율적인 최고만을 추구한다. 그래서 한국은 최초가 적다. 무에서 유를 만들려면 나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한국은 유에서 더 나은 유를 빠르게 잘 만든다.


  미국의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해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고 자본이 주인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 식민시절 친일의 잔재가 군사독재를 가져왔고 고문과 탄압은 일제의 방식을 그대로 닮아있다. 광복 후 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던 자들이 아닌 친일과 친미에 서있었던 자들이 부과 권력을 가져갔다.


  저자는 우려한다.
 
   한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비슷한 상황으로 치닿을 수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유럽, 미국 진영 사이에서 나라가 내전으로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에 편입하려는 서부 진영과 동부의 러시아 진영이 피 터지는 내전을 치렀다. 러시아와 미국은 이런 우크라이나에 군수물자를 팔고 군사 무기 시험장으로 활용했다 각자의 이익만 챙겨갔다. 희생당한 건 국민들이다. 강대국들은 결코 타국민의 안전 따위에 관심이 없다. 자국에 이익이 된다면 살인도 무방하다.
   가자 지구 무력분쟁 또한 일방적인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학살당해도 절대 우방국인 미국은 정당방위라며 첨단 무기를 팔고 불구경만 할 뿐이다. 유대인은 미국의 자본을 거머쥐고 있다.

   자본주의 세상은 돈이 정의 위에 있다.

Money stands on the labors

   미중 무역 전쟁 속에 끼어있는 한국의 상황이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다. 미국은 거대해지는 중국을 견제하려 일본과 긴밀한 우호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평화 헌법 개정을 통한 전쟁 가능 국가)과 엔화의 양적완화도 묵인해주고 있다.
  한국은 중국(경제)과 미국(정치) 양쪽 어느 쪽도 놓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여야로 쪼개져 내전 같은 내분이 진행 중이다. 최근 일본과의 관계 악화로 한-미-일의 군사 동맹까지 흔들리며 균형이 깨지려고 한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종북, 친중, 친일, 친미 등의 말로 네 편 내편 가르고 사상과 이념을 의심한다. 강대국이 원하는 모습일 것이다. 그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내부 결속이 중요하다



  이민이 답이다?!

  요즘 홍콩 주민들이 호주, 캐나다, 북유럽 등으로 탈러시(이민)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중국의 "범죄인 인도법" 법안 통과 시키려는 문제를 계기로 사회주의의 그림자가 홍콩에 드리우자 돈 있는 자들이 너도 나도 짐을 싸고 있다.

  한국도 젊은이들이 헬조선을 외치며 떠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시선을 피해 어차피 기업들도 더 이상 국내에 일자리(투자)를 만들지 않는다. 살려면 나갈 수밖에 없다.

burning to die slowly

   저자는 성장 신화에만 홀릭된 대한민국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성장을 이끌었던 노동자들이 잘 살 수 있었다면 빈부격차가 이렇게까지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44%)이다. 노인자살과 고독사는 일상 뉴스가 되어버렸다.


"늙으면 빨리 죽어야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이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봤어도 노인들이 이런 말을 하는 나라는 없었다. 과거 나라 발전의 주인공들의 노후는 악몽이 되어버렸다.  
  왜 청년도 노인도 살기 힘든 나라가 되었을까? 자본주의 논리가 인간에게 적용되고 있는 것일까?  필요 없으면 사라져야 하는...

   민주주의는 국민에게 투표권은 주었지만 왜 국가의 주인은 자본이 되어가는 것일까?
   돈을 좋아하는 국민들은 돈에게 자신의 자리와 권리까지 내어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밖에 많은 현대사 속에 사건, 사고들을 사례로 들어 대한민국 자본주의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왔다고 역설하고 있다. 끝없는 불편한 진실들을 폭로하고 있다. 책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분노가 치밀도록 한다.
   
   자신은 평화로운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민주주의 속에 살고 있어서 남 얘기하듯 쏟아내는 것인가? 조금은 얄밉다.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알지만 불편하지만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현 정권은 또 한 번 위기에 놓여있다. 성장과 분배 그리고 미중 전쟁 사이에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 싸울 때가 아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또 이순신 장군 같은 영웅이 나타나 구제해 주길 기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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