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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Jun 23. 2020

돈은 거꾸로 흐른다

팔공 남자 시즌 2-43

“这SMC车种新零部件的价格是怎么出来的?没有成本计算书”(이번 SMC차종 신규 부품 가격은 어떻게 나온 거죠? 원가계산서도 첨부되어 있지 않던데...)

“这就是进口价格呀!”(그거 수입 가격입니다.) 

“那你发送给我一个月的出口许可证吧”(그럼 3개월치 수출면장 제출해 주세요) 

“三个月的?”(3개월 치요?)

“是!”(예)

“这太多了吧?”(너무 많지 않아요?)

“没办法,我的上司要看”(뭐 어쩔 수 없죠 위에 상사가 보자고 하시네요)

“嗯。。那好吧”(음... 알겠습니다)


  제품 정단가 결정을 위해 제출한 최종 견적 협의가 한창이다. 일반적으로 신 차종이 본격적으로 양산에 진입하고 2~3개월 뒤면 정단가를 결정한다. 양산 초기에는 신차에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출고 전에 수많은 품질 검증을 거치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완벽할 순 없다. 양산 초기 발생하는 문제들로 인해 제품 가격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생산설비 및 프로세스가 안정화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자동차 업계 사람들은 보통 신차가 출시되어도 바로 구매하지 않는다. 최소 2~3개월은 지나고 나서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구과장님! 청위가 SMC 차종 LD(Leveling Device) 가격 수입면장을 3개월치나 내놓으라는데요"

"아쒸! 눈치챘나? 지난번 FMC 차종 때 가격을 좀 세게 넣었더니... 이번에 얼마로 했어?"

"FMC 때랑 동일하게 국내가 수준의 1.5배 정도로 맞췄는데요"

"아... 놔! 어쩌지?"

"양산 초기 물량만 그 견적 단가로 수출하고 그 이후론 대구 공장의 업체 구매단가에 1.2 수준으로 *CKD(Complete Knock Down) 단가 조정했습니다." 

"아놔 좆됐네, 방법이 없다. 노가다 작업 좀 하자!"


  구 과장은 북경공장에 연락을 취해서 현 상황을 공지한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북경의 생산부과 개발부와 연락을 취해 앞으로 신차종 CKD 부품의 초기 수출단가를 3개월간 유지해야 할 것 같다고 유선으로 공지한다. 그리고 나에게 CKD 수출단가 조정 관련 내부 결재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다. 


  이런 방식으로 국내로 흘러 들어오는 이익이 적지 않다. 수많은 국내 기업들이 그런 방식으로 해외 공장에서 발생한 이익을 국내로 환수하고 있었고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중국 정부가 아니었다. 그즈음 중국과 한국 사이에선 *이전 가격(移轉價格, Transfer price)이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수입되는 생산 설비나 중간재 품목들에 수출입 가격에 대한 세관 검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대구 공장으로 환수되는 이익은 차후 해외 차종에 대한 국내 개발 용역비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내부 방침을 바꾸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실물이 움직이지 않는 개발 용역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런 비용이 국가 간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다. 

   

   이전에는 왜 회사에서 포토샵을 잘하는 직원을 좋아할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며 그 답을 찾았다. 포토샵은 정교한 문서 조작을 위해서 필수적인 능력이었던 것이다. 오늘은 밤새도록 3개월치의 수입 면장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학교와 학원에서 배운 기술은 가끔씩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그것을 당연하듯 시키는 자들과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회사라는 울타리 속에서 죄책감을 잊어버린다.


   고객과 협력사와의 신뢰는 사라진 지 오래다. 회사의 존속을 위해서는 기만(欺瞞) 전술만이 살 길이다. 고객도 협력사가 많이 남는 장사를 하게 놔둘 리 만무하다. 고객사에는 해마다 전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조사하고 관리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라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협력사가 영업이익 올라가고 사세가 확장되면 그다음 해에는 그에 상응하는 원가절감(단가인하)을 요구하거나 대규모 대체 투자 등을 종용한다. 그런 방식으로 협력사의 이익을 가져간다. 그런 고객사의 횡포를 잘 아는 협력사들은 고객사를 위한 별도의 관리회계 보고자료 등을 따로 관리할 정도이다. 이중장부를 관리하는 것이다.


"아... 놔 신규 전장품에서라도 남겨 먹어야는데... 좆됐네, 사출, 조립은 적자인데... 씨X! 이제 중국 공장 이익률도 떨어지겠는데..."

"그렇겠네요"

"어~이! 그렇겠네요는 니가 할 말이 아니지 전대리! 그럼 이익 낼 걸 생각해내야지 그게 니가 할 일 아니가? 밥 값  좀 하자! 월급 받아가기 쪽팔리지 않나? 맨날 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어! 좀!"

"에... 예" 

  

  국내 영업의 상황은 달랐다. 고객사의 너무 타이트한 원가 압박으로 이익을 내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국내 영업 담당자들이 원가 전문가가 되어가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고객의 타이트한 원가 표준안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멍들을 찾아내고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사의 원가 표준은 해마다 업데이트를 거듭하며 협력사가 아닌 고객사를 위한 표준이 되어가고 있었고 그 표준에 맞춰서 제품을 생산하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협력사는 몇 되지 않았다. 적자만 아니면 다행이다.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그 이익이 어디론가 흘러들어 가기 때문이다. 많은 협력사들이 그 타개점으로 해외공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감내하고 있는 처지였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쉽지 않을 모양이다. 


  과거 성인들은 사랑은 항상 위에서 낮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돈은 거꾸로 흐르는 듯 보인다. 





  *CKD (Complete Knock Down)의 약자로 반조립제품을 말한다. 부품들을 그대로 수출해서 목적지에서 조립되어 완성품으로 판매되는 방식이다. 개발도상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경우 CKD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완성품을 수입하는 것보다 CKD 방식이 자국의 공업화 발전 등에 기여할 수 있으며, 수출국은 완성품을 수출하는 것보다 관세가 싸고 현지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반조립 수출의 경우, 완제품에 비하여 비교적 낮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받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이전가격(移轉價格, Transfer price)이란 관련 기업 사이에 원재료ㆍ제품 및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가격이다. 다국적 기업이 국가 간 법인세율 차이를 이용한 세후이익 극대화를 위해 이전 가격을 조작하는 경우 문제가 된다. 이때에는, 이러한 이전 가격을 부인하고 정상 가격(Arm's Length Price)을 기준으로 소득금액을 계산하는데 이를 이전 가격 과세(Transfer Pricing Taxation)라고 한다.   출처 - [위키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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