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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Oct 12. 2020

욕망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팔공 남자 시즌 2-68

"뭐! Henny사가 지분을 판다고?"

"예... 메일 내용에 베이징자동차에 지분의 반을 팔기로 했다는데요, 곧 지분 매각 관련해서 이사회를 소집할 예정이라는데요"

"아놔! 큰일 났네"


  주 팀장은 구 과장의 보고를 받고 똥 씹은 표정으로 변한다. 구 과장도 아침부터 인상을 구기며 표정이 좋지 않다. 뭔가 좋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모양이다. 


  중국의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중국의 로컬 완성차 기업과 합자를 통해서만 중국 사업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방(中方)측의 경영 전반의 적지 않은 간섭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한국 자동차 또한 중국 베이징 자동차와 50:50의 합자 기업이다. 중국 로컬 완성차는 실질적으로 자동차의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반적인 기술이 뒤처져 있기 때문에 경영 전반을 한국 측에 일임하고 있다. 그래서 최고 경영자는 한국 측이 맡고 그 밑에 부사장급으로 중국 측의 인사를 배치해 놓았다. 주요 요직에 곳곳에 중국 관리자들을 배치에 외국계 회사의 경영과 기술 등의 노하우들을 조금씩 축적해 간다. 한국-중국-한국-중국으로 이어지는 결재라인은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방지하고 서로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이다. 그 때문에 의사결정이 더뎌지는 단점이 있다. 


  중국은 외자 도입을 통한 경제 발전을 도모하면서도 과거 서구의 침략과 약탈을 아픈 역사를 되새겨 외국 자본의 먹튀를 용납치 않으려는 치밀한 전략이다. 중국 땅에 들어와서 돈을 벌려면 기술도 노하우도 다 내어놓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기에 글로벌 기업의 독자적인 투자 및 사업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베이징 DG오토모티브 또한 합자회사이다. 다행히 완성차의 협력사는 중국 측과의 합자가 아닌 다른 외국계 회사와의 합자를 통한 진출이 가능했기에 DG오토모티브는 독일계 램프 회사인 헨리(Henny)사와 50:50의 합자로 중국 사업을 진출했다. 헨리 사는 최초 자사의 관리인원을 중국 현지에 파견해서 경영관리에 참여했었지만 지역적,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경영관리에 효과도 미비할뿐더러 불필요한 비용 낭비라 생각되어 DG오토모티브에게 경영 전반을 일임했다. 일원화된 경영은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었다. DG오토모티브의 한국 자동차와의 오랜 우호적 관계와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경영 대응이 경영성과로 이어졌다. 해마다 두 자릿수가 넘는 매출 성장을 이끌어낸 것이다.  


  문제는 DG오토모티브가 독자적인 경영을 하게 되면서 합자사인 헨리 사에게 경영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가시적인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익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했다. 초기엔 양적 성장이 중요하기에 헨리 사도 그 부분은 간과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개선되진 않는 이익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DG오토모티브는 중국 자회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한 국내로의 이익 환수를 꾀하고 있었기에 중국 DG오토모티브의 표면상(재무상태표)의 이익이 나아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해마다 투자자에게 돌아가야 할 배당금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고 결국 헨리 사는 지분 매각에 대한 베이징 자동차의 지속적인 유혹을 함구하고 있었고 결국 물밑 제안을 수락한 것이다. 

   결국 사업 파트너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것이다. 물론 먼저 뒤통수를 친 건 DG오토모티브이지만...


"아놔! 이제 좆됐다"

"예?! 심각한 건가요?"

"어~이 전대리! 니 또 그런 말 할 줄 알았다, 니 일부로 이러는 거제? 내 복장 터뜨려 죽일라고!"

"아... 아닙니다"

"우짜노! 베이징 자동차가 들어오면 이제 다 뒤집어지겠네"


  결국 내 한 마디가 또 구 과장의 심기를 건드렸다.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땐 입은 열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베이징 자동차는 한국 자동차의 사업 파트너이자 경쟁사이다. 그들은 어떻게든 한국 자동차의 내부 사정을 드려다 보고 싶어 하고 있었다. 한국 자동차는 거의 모든 부품 협력사와 중국에 동반 진출해서 현지에 한국 자동차 부품 공급 체인을 구축해 놓고 있었다. 베이징 자동차 입장에선 자신들의 로컬 협력사들을 그 체인에 끼워 넣어 경쟁구도를 만들어 가격 인하 및 품질향상을 꾀하고 무엇보다도 부품 공급망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싶어 했지만 한국 자동차의 품질 및 브랜드 경영이라는 명분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영업 본부장인 이 부사장의 호출이 이어졌고 주 팀장부터 구 과장 그리고 나까지 부사장실로 불려 갔다.

   

"만약 북경 자동차가 지분을 가지고 파고들기 시작하면 정말 골치 아프게 생겼군, 경영진에게 국내 이익 환수 규모를 줄이도 중국 CR분(원가절감)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서 배당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을 했건만... 본사에서 적당히 해 먹었어야 했어 헨리 사가 언제 온다고 했지?"

"다음 주에 독일 측 이사진을 데리고 올 예정입니다."

"이사회 준비 철저히 하고 어떻게든 지분 매각을 막아야 해! 북경공장 총경리는 이 사실 알고 있지?

"예 알고 있고 모레 본사로 들어올 예정입니다."

"그래, 주 팀장, 구 과장 그리고 전대리! 방법을 좀 강구해봐!"

"예.."

  

  한국 자동차는 중국에 진출한 협력사들에게도 국내와 같은 원가절감(Cost Reduction) 요구했고 그 비용절감 분을 협력사의 국내 모회사에 전가해서 회수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을 국내 환수는 불가피한 조치일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자동차도 협력사의 그런 사정을 알기에 부품이나 설비가격을 부풀린 방식의 비용 회수에 대해 크게 간섭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 기업이나 정부 입장에선 *이전 가격(移轉價格, Transfer price) 문제를 결코 방관해서는 안 되는 문제였고 한국 협력사들의 중국 내 중간재나 설비 수입에 대한 엄격한 검열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부사장실을 나온 주 팀장과 구 과장의 표정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어떡하냐? 구 과장? 대책 좀 세워봐라!"

"그럼 이제 중국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거 들키는 건 시간문제인 건가요?"

"어~이 전대리! 니가 어떻게든 막아야지! 놀고먹지만 말고!"

"..."


  결국 또 입을 열어 화를 재촉했다.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산업 자본주의 시장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며 만약 나의 이익을 건드리는 자가 있다면 친구든 가족이든 가차 없이 칼을 뽑아 들기 마련이다. 항상 잘 나갈 때 뒤를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부와 명성이 쌓이면 반드시 시기하는 세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적당히 그것들을 나눠주며 불만을 잠재우고 큰 화를 막아야 한다. 성공은 자신 덕이고 실패는 탓하는 것이 인간이다. 사실 눈부신 성장은 혼자서 이뤄낸 것이 아니다. 분배 없이 이룬 성장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인간의 욕망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이전가격(移轉價格, Transfer price)이란 관련기업 사이에 원재료ㆍ제품 및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가격이다. 다국적 기업이 국가간 법인세율 차이를 이용한 세후이익 극대화를 위해 이전가격을 조작하는 경우 문제가 된다.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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