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호주에선 국문 신간을 찾기 힘들다. 도서관에 한국어 책이 있긴 하지만 소설이 대부분이다. 비소설은 대부분 오래전 발간한 책이 대부분이고 종류도 적다.
새로운 지식과 트렌드에 대한 갈증이 결국 나를 E-BOOK 구매를 결정케 했다. 처음으로 읽어보는 전자책이라 좀 낯설다. 책장 넘기는 재미는 사라졌지만 스마트폰이나 탭북으로 언제 어디서나 독서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든다. 책의 부피와 중량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다.
서론이 길었다. (본론은 더 길어요~)
*원제: FACT FULNESS(사실충실성)
- 한스 로슬링 -
우연히 집 근처 도서관에서 원서를 발견했다. 검색했더니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며칠째 아무도 저 책을 대여해가지 않는다. 한국이었으면 신간을 도서관에서 대여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만큼 힘들다는 것을 아는 나로선 이해하기 힘들었다. 호주에선 베스트셀러가 아닐 수 있다. 한국에선 날을 잡고 시내 서점에 가서 신간 서적을 보는 것이 약속 없는 주말 나의 하루 일과였다. 도전했지만 영어 리딩이 약한 나로서는 사전을 검색하는 시간 때문에 독서의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E-BOOK 구매를 결심했다.
저자(한스 로슬링)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통계학 분야에서 저명한 석학으로 평생을 사실에 근거한 데이터를 모으는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지만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이미 고인이 되어버렸다. 그 대업을 그의 아들과 며느리가 세상에 완성했다. 제목처럼 책은 세상을 사실과 수치로 충실하게 설명해 내고 있다. 그래서 참 반박하기 힘든 책이다.
왜냐? 부정할 수 없는 팩트(사실)이니까~
이 책이 왜 이 시대에 주목을 받는 것일까? 저자는 사회 저변(底邊)에 깔려있는 분위기에 반하는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세상의 부정적이고 어두운 면에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세상은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고 각박해진다고 생각하며 그럴수록 위축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간극, 부정, 직선, 공포, 크기, 일반화, 운명, 단일 관점, 비난, 다급함
책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10가지 오류 본능을 얘기한다. 그 본능들이 세상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수많은 정량화되고 도표화된 데이터들로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데이터는 세상이 나아졌다고 반증한다.
세계는 지난 20년 동안 극빈층이 반이상 줄었다. 하지만 모든 다른 나라에서 조사한 설문조사에선 그 사실을 맞춘 사람은 고작 10%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3지선답형의 33%의 확률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침팬지보다도 정답률이 낮다. 인간은 결국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주관적인 이성과 감성으로만 세상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빈부는 양극화는 심해지는가?"
Is it increasing polarization between rich and poor?
사실 대부분은 중간에 있다.
그럼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졌는가? 세계는 중간 소득 수준의 국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부는 낙수효과로 위에서 아래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수많은 국가들이 극빈국가에서 탈출해 중간 소득국가로 올라서고 또 중간 국가는 다시 상위 소득 국가로 올라선다. 그리고 저성장의 딜레마에 빠져있는 고소득 선진국과는 달리 저소득국가 및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률은 대체적으로 가파르다. 극빈과 극부의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접하는 언론과 일부 극단론자들의 의견에만 노출되어 있어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생각이 아니고 느낌일 뿐이다"
It's not a thinking, just a feeling only
우리는 숫자에 취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한 숫자와 통계를 앞에선 느낌을 얘기할 수 없다. 만약 그 느낌이 보이는 통계나 수치와 상반된다면 말이다.
느낌보다 사실에 집중하라!
일상 속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정확한 수치나 통계를 사용해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냥 출처가 명확치 않은 어디선가 들은 얘기에 나의 생각을 섞어 얘기한다. 느낌이다.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런 느낌적인 일상의 대화 속에선 사실적 사고가 쉽지 않다.
저자는 그런 오류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고 그것을 위해 평생을 전념했다.
우리는 다급함과 공포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기 힘들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그런 상황 속에서 무언가를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많다. 단순히 느낌적으로 말이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많이 한다. 내가 무섭거나 관계가 껄끄러운 사람과 같이 일을 하는 상황에 놓이면 평소에 잘하던 일도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은 조금씩 개선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개선에 관심을 가지기보단 악화에 집중하고 더 오래 기억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일상에서 접하는 뉴스도 모두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현상에 대한 것들로 도배되어 있다. 만약 기자 및 언론인들이 그런 점진적인 개선상황에 대한 기사를 싣는다면 조만간 짐을 싸고 집에 가야 할 것이다.
저자는 세상이 개선되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들을 수집했다. 우리는 10년, 20년 전 보다 분명 더 나은 삶은 살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숫자는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The world is improving
"세상은 계속 변하지만 사람만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The world is changing continuouly but man is not
- by 글 짓는 목수 -
저자는 지식의 업데이트를 강조한다. 우리는 생업과 바쁜 일상 속에서 세상의 변화를 그저 언론과 주변 지인들에 의존해서 체감한다. 편협한 지식으로는 세상을 바로 보기 힘들다. 겸손한 자세로 세상의 변해가는 지식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이 보여주는 데로만 보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그 이면에 사실들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이 책은 많은 통계자료들로 우리가 알고 상식들을 뒤집어엎는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다. 세상을 사실적으로 보는 눈을 기르려면 느낌보다는 사실과 숫자를 믿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세상은 나아지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는 오로지 우리의 지식이 업데이트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인가?!
"인간의 감성과 욕망은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다."
can't explain the man's Emotion and Desire
- by 글 짓는 목수 -
세상 모든 것을 숫자로 설명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인류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발전의 이면에서 희생되고 있는 인간의 감성을 너무 간과한 것이 아닐까? 물질적 풍요가 반드시 인간의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절대적 부(부채가 대부분인)는 증가하고 있지만 상대적인 부는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인간은 전체적인 것보다 부분적인 곳에서 더 큰 상실감과 패배감을 느끼는 동물인 것이다. 고급 승용차에 스테이크와 와인으로 행복한 사람도 있지만 불만인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저 먼 아프리카 난민과 나를 비교하진 않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서 더 나은 것만 보려는 인간의 욕망 때문인 것이다.
세상의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나아진 세상에 놀랐지만 그 개선된 수치 이면에 피폐해진 인간의 내면도 수치로 증명해 낼 수 없을까 하는 여운을 남기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