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과 기다림의 기쁨

한국에서 온 택배를 받고

by 글짓는 목수

오늘 한국에서 동생이 보내온 택배가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2주가 지나서야 도착한 택배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택배를 수령하러 간다(저렴한 한인 택배는 별도의 수령지에서 착불 수령한다). 태어나서 택배를 받고 이렇게 기쁘고 감사한 것은 처음인 듯하다. 마치 어린 시절 생각지도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때 같은 기분이랄까? 여기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이기에 더욱 기쁘다.


이곳은 아직도 오프라인 쇼핑몰에 차를 가지고 가서 쇼핑하고 온라인 주문은 4~5일은 기본이며 때론 택배를 우체국 가서 직접 수령한다. 그런데 그냥 당연하게 생각한다. (물론 처음 왔을 때 복장이 터지는 줄 알았지만...)


기다림이 더 큰 감사와 기쁨을 가져다준다. 로켓 배송이다 뭐다 한국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택배가 도착하는 일상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주문하고 하루도 견디지 못한다. 아마 나도 그곳에 있었다면 지금 이 감사와 기쁨을 만킥할 수 없었을 것이다. 느림과 기다림이 있는 일상 속에 기다림과 간절함의 시간이 더 큰 감격의 순간을 가져다준다.


인간은 빠르고 편안함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켜 나간다. 새로운 기술과 최적화된 시스템을 만들고 거기에 맞게 사람들을 훈련시킨다. 누군가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과정 속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누군가의 니즈를 위해 희생된다. 물론 그것이 산업사회가 발전해 나가는 원리이고 나 또한 다른 이의 희생을 통해 또 다른 만족을 얻기에 샘샘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 욕구 충족의 속도를 늦춘다면 서로가 조금은 덜 각박하지 않을까? 기술발전의 속도가 갈수록 가속화되는 과정 속에 우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능력을 끌어내야 한다. 시스템은 그 최대치를 끌어내기 위해 또 인간들을 경쟁시킨다.


해마다 신제품이 출시되고 배송 속도는 올라가며 나의 구매품이 실시간으로 확인된다. 우리는 더 좋은 제품과 더 신속한 서비스를 위해 어제보다 더 분발해야만 한다.


기다림은 사라지고 느림은 죄악이 되어버렸다. 빠름은 결국 우리 스스로를 조여 오는 것임을 모른다.


모두가 느리고 기다리면 불만은 사라지고 뜻하지 않은 기쁨을 느끼게 된다.


오늘 뜻하지 않은 기쁨을 주심에 감사하다.


KakaoTalk_20210330_124959953 택배.jpg 한국에서 온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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