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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Jun 27. 2021

편리가 가져온 희생

쿠팡 사태를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에 집중하는가?


   안타깝게도 우리는 현재의 편리(가진 것) 보다 희생(잃은 것)에 대한 충격이 더 크다. 인간의 심리는 상실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최근 돌풍인 주식과 코인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은 누구나 느낄 것이다. 상승장이 계속 이어지면 그 상황에 무뎌지고 당연히 누려야 할 혜택인양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급락장이 펼쳐지면 심리적 불안감이 밀려오고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그동안 누리고 가져왔던 것이 마치 자기 것처럼 상실감에 빠져 일상이 망가져 버린다.


   인생을 바라봐도 그와 비슷하다. 인생의 후반부에 서서 삶을 돌아보면 허무와 후회가 더 많이 밀려오는 까닭은 아마 그런 인간의 근본적인 심리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쿠팡 뉴욕증시 상장 (3/12)

  최근 뉴욕증시에 입성하며 승승장구하던 쿠팡 사태 소식을 접했다. 마치 한국의 아마존이 탄생한 것처럼 사람들은 쿠팡의 행보에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쿠팡의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은 한국의 유통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기존의 대형 유통업체와 소셜커머스 기업들은 쿠팡의 급부상에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기존의 오프라인 영업으로 세상을 호령하던 대형 유통업체들은 부랴부랴 온라인 커머스 시장으로 전환을 꾀하고 기존의 소셜커머스들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하며 유통시장에 피 터지는 경쟁이 시작되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논리에 충실한 기업 경쟁은 소비자의 편의와 각종 물류산업의 혁신을 가져왔다. 주문과 동시에 당일배송이라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초유의 딜리버리 서비스를 선보였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우리는 장바구니를 들고 발품을 파는 시간에 다른 일에 집중하고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삶에 익숙해져 그것 당연한 라이프 스타일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배송이 하루만 늦어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기다림은 고객에 대한 최대의 기만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유통 기업들은 최대 가치인 CS (Customer Satisfaction : 소비자 만족)을 달성하기 위해 유래 없던 혁신과 투자를 시작했다. 때를 같이하여 코로나19라는 전래 없는 펜데믹 상황까지 벌어지고 언텍트 산업이 급부상하며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형국이 되었다. 모든 마켓은 온라인 세상으로 들어가고 온라인에서 해결할 수 없는 유일한 과제에 기업의 경쟁력이 판가름 나는 상황이 펼쳐졌다.

쿠팡과 배달의 민족

   바로 물류배송(Logistics & Delivery)이다.


  물류배송 관련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소비자 개개인이 팔던 발품은 이제 누군가가 대신해 줘야 한다. 그 서비스의 우수성이 유통기업의 경쟁력이 되어버렸다. 쿠팡은 그것은 가장 빨리 눈치챈 기업이었다.


  빠른 배송 서비스를 위해 믿을 수 없는 적자를 감수하며 각 거점 물류센터를 만들고 수많은 배송기사들을 고용하고 교육하며 신속한 물류망을 구축해 나갔고 결국 '로켓 배송'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었다. 기업의 지상 최대 목표인 이윤추구가 아닌 적자 추구를 자행하는 쿠팡의 모습에 경영학에 기본도 모르는 미친 기업이라고 생각하는자가 많았다. 저렇게 하다 무너지면 그 빚은 어떻게 감당하려는 건지 하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국내 대형 유통사들도 처음에 저렇게 하다 나가떨어지겠지 생각했던 것이 쿠팡의 최대주주인 손정희의 비전 펀드(SoftBank's Vision Fund)를 통해 계속되는 적자기업에 지속적인 자금 수혈을 진행하는 모습에 거대한 글로벌 자본 앞에 자신들이 먹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으로 옮기게 마련이다. 경쟁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쿠팡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 로겟배송의 표준화를 달성했다.


정부도 기업의 눈치를 본다


   결국 아마존이 미국의 전자상거래의 혁신과 표준화를 선도한 것처럼 쿠팡도 한국의 아마존이 되어가고 있었다. 소셜커머스 시장이 커져감에 따라 관련 업종 종사자도 급격히 늘어가기 시작한다. 쿠팡은 시설 및 인프라 투자뿐 아니라 고용시장에서 핫한 기업으로 떠오른다. 아마존이 미국 고용시장에서 큰 손이 된 것처럼 말이다. 아마존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세금이 적게 내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미치는 고용시장의 영향력 때문에 각 주 정부에는 각종 세금 혜택을 제안하며 그를 물류거점을 자신의 주로 유치하려는 러브콜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도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의 고용창출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이것이 유지될 수 없다면 정부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장경제에서 정부와 기업은 애증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고용 없는 산업으로의 전환시대에 고용창출 기업은 정부에게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 고용은 기존은 오프라인 산업 종사자들이 옮겨온 것일 뿐이다. 오프라인 매장과 산업이 줄줄이 폐업과 도산을 이어가며 그곳의 인력이 생계를 위해 다른 산업과 업종으로 옮겨온 것이다.


   우리는 순식간에 상품을 손안에 넣는 마술 같은 서비스를 누리는 동시에 순식간에 도로를 달리고 생리현상까지 참아가며 상품을 날라야 하는 노동을 제공해야 하는 두 가지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 편리함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고 편리가 사라짐은 일상의 파괴를 의미한다. 인간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인류역사는 성장과 발전의 연속이다. 퇴보란 있을 수 없다.


   언론은 이제 쿠팡이라는 기업에게 책임을 묻는다. 소수의 희생으로 누리던 다수의 편리가 당연한 것처럼 여기던 사람들은 그 소수 희생의 책임은 모두 기업에게 있다고 얘기한다. 그 뒤에 숨은 의도를 상상해볼 줄 알아야 한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


    쿠팡은 선도자이지만 외부자이다. 우리는 내부의 선도자를 원할 수 있다. 정부가 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자가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 역사를 돌이켜봐도 항상 혁명에 선두에 섰던 자들은 피를 흘리게 되어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의 선두보다는 이인자로서 추격하는데 익숙한 것은 위험 감수보다는 위험 회피에 익숙한 성향 때문이 아닐까?


   내가 학교나 직장을 다니던 시절에도 항상 뭔가 나서서 먼저 하는 자들은 항상 희생양이 되곤 했다. 먼저 손을 들어 질문하거나 프로젝트를 자처하거나 하는 자들은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말이 그냥 생겨난 것은 아니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현실이다. 만약 그들이 잘되면 조용히 거기에 묻혀 콩고물을 받아먹으며 다른 기회를 엿보는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위험을 감수하다 죽기보단 연명하다 기회를 엿보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에서 '존버'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은 그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혁신보다는 노오력과 인내만을 강조하는 사회는 세계 선두에 설 수 없다. 어쩌다 최고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최초는 어렵다.


   이런 시국에 굳이 내가 쿠팡을 두둔하려 이런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쿠팡의 관리경영이나 무책임한 사태 대응에 대한 질책과 비난은 받아 마땅하다. 정상에 섰을때 사회적 기업으로 나가가지 못함에 아쉬움이 남는다.


희생은 계속된다


   이제 신속한 배송 문화는 정착되었다. 물류혁신도 이룩했다. 이젠 누가 일인자가 되어도 이런 편리함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일인자가 되건 이 편리로 인해 희생당하는 자는 계속 생겨날 것이다. 왜냐? 인간은 더 나은 편리를 추구할 것이고 기업은 그것에 부응해야만 살아남기 때문이다. 기업은 또다시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인간을 재생산 한다. 고용은 창출해야 하니까. 또 다른 희생이 생겨날 것이다.


   결국 고객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그 주체는 인간이다. 결국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돌아가는 것이 바로 인간 세상의 시스템이다. 톱니바퀴 같은 거대한 시스템 속에 끼어 희생당하는 자들도 있게 마련이고 그러면서 톱니바퀴는 그런 이물질들에 흔들리거나 멈추지 않을 수 있게 점점 더 커지고 견고해진다.


  우리는 편리한 세상만을 꿈꾸면서 그 편리가 우리를 옭아맨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사진 출처 : Ugurgallen 인스타그램 (디지털 사진 작가)
누군가의 웃음 뒤엔 누군가는 고통받고 있다.

Ugurgallen 인스타그램 : https://instagram.com/ugurgallen?utm_medium=copy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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