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부분 목적을 가지고 공부에 임한다. 대부분 중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험, 취업, 혹은 진급 같은 중요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합격과 취업 그리고 승진이라는 달콤한 성취와 보상을 위해 교과서와 관련 전문서적을 외우고 또 외운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
- [논어] 중에서 -
생각 없이 단기적인 집중력에 의존한 공부는 대상과 대상과의 연결 그리고 추상화 구조화의 과정으로 넘어가기 힘들다. 단편적인 지식 암기는 단편적인 기억에서 망각으로 이어진다. 당장 외워서 성과와 보상을 얻었지만 지혜는 얻지 못하고 망각의 늪으로 사라질 뿐이다. 뭐 사라진 지식은 필요에 따라 구글과 유튜브 검색으로 다시 찾아내면 그만이다.
우리는 당장의 학업과 업무를 평가하기 위해 그 사람의 단기 기억력에 의존한다. 물론 단기 기억을 만들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에 대한 성실함과 인내에 대한 평가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으로는 그 사람의 포괄적인 지적 능력과 창의력을 판단할 수 없다.
"철학과 교양 없는 전문가들이 세상을 병들게 만든다"
이전에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서평 참조)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다. 저자의 통찰력 있는 인문학적 견해가 돋보이는 책이다. 그 책을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야마구치 슈의 두 번째 무기 시리즈이다. 안타깝지만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무기가 필요하다. 저자가 첫 번째 무기에서 철학과 교양의 필요성을 얘기했다면 이번엔 철학과 교양을 쌓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공부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인간은 인풋(Input) 된 정보의 90%를 망각한다. 어쩔 수 없다. 인간은 이제 많이 기억하는 존재가 아니다. 중요한 기억을 연결하는 존재로 변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기억은 나노 반도체가 대신한다. 섬뜩하지만 언젠간 그 나노칩이 머리에 심어질지도 모른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대체할 나노칩이 먼저 개발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인풋된 정보를 더 많이 더 오래 기억한다면 남들보다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억한 10%를 또 다른 10%와 연결하고 추상화와 구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그녀는 서로 이질적인 소재를 연결시키는데 흥미를 가진다고 한다. 여행을 생각하면 당연하게 떠오르는 새로움, 즐거움, 행복감등여행의 긍정적인 요소와 재난이라는 부정적인 요소를 연결시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반대로 생각하면 사촌이 땅을 잃으면 기쁠 수 있다.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쁨을 얻고자 함이다. 재난 속 타인의 불행을 바라봄으로써 "쯧쯧 불쌍하군, 그래도 나는 정말 다행이야"라는 안도감이라는 이색적인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위를 올려다보면 시기 질투가 생기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면 안도와 우쭐함이 생긴다.
그녀는 여행과 재난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주제를 한 곳에 집어넣었다. 인간의 심리를 깊이 파고 들어간 그녀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재난을 여행상품으로 만든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연결의 시대
바야흐로 연결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5G의 상용화로 사물들이 연결되고 수많은 위성들이 전 세계 곳곳을 연결시키는 시대이다. 인간도 연결을 통해 추상화 그리고 구조화시키는 능력이 세간의 주목을 받을 것임을 확신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그가 연결의 귀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과 문학 그리고 종교, 사후세계, 동물, 남녀관계 등등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그것들을 연결시키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도출해내어 이야기 속에 녹아낸다.
그의 전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 소설]을 통해 그가 어린 시절부터 지독한 독서광이었으며 독서에서 얻은 지식을 지독하게 자신의 생각으로 기록해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는 자다. 여러 가지 영역의 박학다식이 그의 상상력의 세계에서 연결과 재조합을 통해 소설로 탄생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소설과 인문교양서를 동시에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깨달음과 감동의 일석이조 독서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식이 지혜가 되려면 정보의 연결과 추상화를 통해 시사와 통찰을 이끌어내어야 한다. 이제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지혜공감사회로 바뀌어갈 것이다.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유일하지만 어려운 행위가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SUM(Input) = SUM(Output)
나는 책을 읽고 나면 되도록 독후감(서평)을 적으려고 노력한다. 인풋된 내용을 기록하는 행위가 바로 아웃풋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은 역사는 기록의 역사이다. 10%의 기억도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읽고 감명 깊은 부분을 중점적으로 나의 경험과 생각을 믹스시켜 나의 색깔로 써 내려간다. 그러면서 장기 기억 속으로 집어넣는다. 나중에 망각하더라도 기억의 단서가 남아있기 때문에 찾아서 재상기시킬 수도 있다.
"목적 없는 공부야 말로 나중에 빛이 된다"
- 책 속 인용문 -
저자는 목적 없는 인풋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목적 없는 인풋이 없는 자는 중요한 순간에 아웃풋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통찰과 아이디어는 목적 없이 쌓여왔던 인풋이 연결되어 어느 순간 선물을 안겨줄 것이다.
언어를 공부하는 것도 이와 같다. 언어능력은 조금씩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과거 내가 중국어를 공부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랬다. 목적 없이 그냥 좋아서 중국노래 가사를 외우고 따라 흥얼거리던 문장들이 나중에 중국에서 무의식의 세계에서 뛰어나오며 말하던 나의 모습에 놀란 기억이 많다. 당시 그 가사들을 중국친구에게 많이 써먹었던 기억이 난다. 시험을 위해 보고 외웠던 수험서의 문법과 각종 어휘들은 기억에 나지 않는데 목적 없이 했던 공부가 더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