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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Sep 30. 2019

공감 불능 사회

[아몬드] 손원평

   도서관 곳곳에 포스터가 붙어있다. 2018년 부산시에서 선정한 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공모하는 포스터이다.

요즘 도서관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는 나에겐 책도 보고 독후감도 쓰고 운이 좋으면 상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집어 든 소설책이었다. (아쉽지만 입상은 하지 못했다)

원북원부산

  공감 사회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부산시에서 왜 추천도서로 선정되었을까? 공감 없이 메말라 가는 시민들의 마음을 적셔주기 위해서였을까?


 책 표지의 속의 표정 없는 아이의 얼굴 속에서 뭔지 모를 끌림이 느껴진다. 과거 어린 시절 봤던 '마법사 아들 코리'가 떠오른다.


  책장을 열고부터 책을 눈에서 뗄 수가 없다.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책의 마지막 장에서 나도 모르게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고여있는 나를 발견했다. 책을 읽고 눈물을 흘려본 건 처음이다.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 미국 작가 P.J. 놀란 -


  일반 사람들보다 작은 편도체를 가지고 태어나 감정표현 불능에 걸린 주인공 “윤재”는 크리스마스 가족과 외식을 나갔다가 '묻지 마 살인범'에게 흉기에 맞고 쓰러지는 할머니와 어머니를 표정 없는 얼굴로 지켜봐야만 했다. 멀면 먼데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크다며 아무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공감한다면서 행동하지 않았고 쉽게 잊어버렸다. 윤재는 할머니 고 어머니는 식물인간이 되어버린다. 공감능력 없는 그는 그렇게 공감 없는 세상에 속에 홀로 남겨진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 세상과 부딪치며 겪는 많은 사건과 사람들 속에서 윤재는 공감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기쁨도 슬픔도 두려움도 모르는 로봇 같던 그에게도 따뜻한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의식이 깨어난 어머니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마지막 장면은 공감능력이란 진정한 사랑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깨닫게 된다.

 

   주변의 사랑과 끊임없는 관심이 그를 변화시킨 것이 아닐까? 선천적인 신체 결함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윤재의 두 손을 꼭 잡아준 어머니와 할머니가 있었고 그 속에서 윤재는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주변의 관심과 사랑에서 배제된 채 세상의 증오심만 키워 온 곤이(탈선한 급우)와 철사형(불량 학생) 그리고 묻지 마 살인마로 돌변해 할머니와 어머니를 해친 회사원 남자는 처음부터 공감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세상이 그들의 공감능력을 없애버린 것이다. 냉정한 세상은 그들에게 구원과 관심의 손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철사형이랑 윤재의 모습은 상당히 닮아 있다. 둘 다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만약 윤재가 무관심과 학대 속에서 자라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피도 눈물도 없는 그(철사형)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주변의 사랑과 관심의 유무가 한 명은 차가운 괴물로 또 한 명은 예쁜 괴물로 만들었다


  윤재처럼 차라리 공감을 못하는 것이 진정한 공감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가식적인 공감에 지쳐가는 우리는 차라리 있는 그대로를 감정 없이 얘기해주는 솔직함이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실망과 오해는 생기지 않는다.

AI 반려견

 반려동물과 AI 로봇이 더 안전하다.


   미래에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AI 로봇과 같이 생활하는 인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소외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으로부터 공감을 받기 힘들어진다. 인간과 나누지 못하는 온기와 소통을 반려동물과 로봇이 대체해 간다. 주인공(윤재)은 AI 로봇과도 많이 닮아 다. 표정과 감정은 없어도 거짓 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다. 최소한 반려동물이나 로봇 우리가 버리지 않는 이상 우리를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곤이와 도라(왕따 여학생)기 윤재에게 다가간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물론 호기심도 있었겠지만 윤재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상처를 주진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요즘 대중이 느끼는 공감은 가식적이고 일시적이다. 유행에 가깝다. 페이스북에 표정 없이 “좋아요”를 클릭하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 봐라. 대중 속에 묻혀서 남들이 “와! 와!”하면 따라서 “와! 와!”하고 자세히 드려다 보지 않는다. 그냥 잠시 매스컴에서 반짝하고 금방 사라다. 가식적인 공감은 오히려 상대에게 반감만 불러올 수 있다. 그만큼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건 쉽지 않은 일다.


   공감은 나와 다른 사람들 수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나의 견해로는 잘 이해는 가지 않지만 무슨 이유가 있겠지?”에서 시작해야 된다. 흑과 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노랑, 파랑도 같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소설 속에는 주인공을 비롯한 우리 사회 소외계층을 보여주고 있다. 교실에 아이들은 자신들은 정상이고 윤재가 비정상이라고 따돌린다. 처음부터 정상과 비정상은 없었다. 다수가 소수를 비정상으로 구분 지었을 뿐이다. 그들은 희생양을 만들어 그들끼리 결속한다. 그것이 자신들이 정상이고 우월하다고 믿게 해주는 행위인 것이다. 계층은 그렇게 나눠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집단의 차별과 시선 속에서 소수는 그들의 먹잇감이 된다. 희생양이 사라지면 그들은 또 다른 희생양을 찾아 나선다.  


   사바나의 대초원을 이동하는 누우 떼 무리처럼 몇 마리의 희생은 나머지를 안심시킨다. 그 희생양은 결코 다른 무리들과 달라서 희생된 것이 아니다. 어쩌면 리는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희생양이 되어주길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우 떼 이동

   소수나 약자를 희생해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전체주의적 사고는 아직도 우리의 정신세계 속에 뿌리 깊게 박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고도성장 과정 속에서 나라와 집단을 위한 개인의 희생은 당연시되었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으며, 이젠 과거 단편 일률적으로 성장해 왔던 시절은 이제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공장에서 표준화된 제품을 찍어내듯 표준화된 인간을 만드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이제는 좀 느리게 가더라도 같이 가야 하지 않을까? 속도보다는 다양성이 존중될 때 새로운 가치관, 아이디어들이 세상 밖으로 뛰어나올 수 있다. 그런 다양한 생각들이 다음 세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윤재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지금 우리의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계층을 구분 짓고 집단 이기주의를 배워 나간다. 그 속에서 소외된 자들은 공감능력이 부족한 인간으로 구분 지어지고 사회에서 소외된다. 사실 공감능력이 없는 것은 그들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가면 또 사회 계층갈등을 만들어 내는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인 것이다. 모든 건 가시적(可視的)인 것들 (학업성적, 빈부격차, 장애여부 등)로 인간을 구분 짓는 현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공기처럼...


  공감하는 사회는 사회 구성원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이끌어내기 힘들다. 인식을 바뀌기 위해선 올바른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받아온 교육(부모, 학교)이 결국 우리의 인식을 고착화시켜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 변화에는 인고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젠 우리 사회가 소외된 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발전시켜 나아갈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사랑과 관심은 냉혈한 괴물도 따뜻한 인간으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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