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 무엇이 보이는가? 종이 한 장이든 밥알 하나이든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이든 무엇이든 아무것이나 가장 작은 물건 한가지를 집중에서 쳐다보라 그리고 그것을 만져보라. 당신은 느낄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 작은 것 하나에 당신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에너지(힘)가 숨어 있다. 주변에 모든 평범한 것들 속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숨어있다.
당신은 평범한가? 그럼 당신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막대한 에너지(영향력)를 가지고 있다. 그 에너지를 끄집어내는 것은 당신 안에 깊숙이 들어있는 것을 건드려야만 한다.
오래간만에 집어든 과학 관련 서적이다. 과학을 공부하면서 깨닫는 것 중 하나는 과학 속에 철학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철학과 문학에서 오는 울림과 떨림은 과학을 통해 놀라움으로 증명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나는 모든 학문은 연결되어 있다고 믿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받았던 울림과 떨림이 또 한 번 놀라움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을 글로 적어보려 한다. 다시 한번 더 얘기하지만 난 상상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 글은 상상에 기반한다는 것을 염두해두길 바란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전통적인 세계를 전적으로 확신하다가 속았다. 이제 그는 다시 속지 않는다. 가르쳐주는 것을 배우기는 하지만 언제나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 여러 가능성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 책 속 인용문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을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Imagination is more important than Knowledge.' (지식보다 중요한 건 상상이다)라고 그는 얘기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의 칭호를 아직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어려서부터 학교와 주변으로부터 소외되고 엉뚱한 아이였다. 어린 시절 그를 믿고 이해해 주는 사람은 그의 가족 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가 자신의 생각과 상상을 지켜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을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없기에 상상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엠씨스퀘어
E = mc2 (엠씨스퀘어)
이 공식을 누구나 한 번쯤을 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이 공식은 과거 학창 시절 좀 있는 집안 아이들이 집중력 향상을 위해 사용하던 학습보조기기 때문에 아직도 기억한다. 반에서 몇 명씩은 항상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이 제품을 귀에 꽂고 공부를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나도 친구의 엠씨스퀘어를 빌려서 써봤는데 '뚜뚜뚜~뚜뚜뚜' 거리는 소리만 들리며 그 소리가 시간에 따라 강약과 길고 짧음의 변화를 보이며 들렸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소리가 뇌파를 자극해 집중력을 올려준다는 것 같은데 나는 별로 효과를 알 수가 없었다. 물론 내 것이 없어서 장시간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뭐 어쨌든 아인슈타인이 고안해 낸 일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 공식은 학창 시절 집중력 향상 기기 덕분에 그 의미는 몰라도 존재는 알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이제 그 의미가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그 의미가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E (Energy) = 힘, 에너지
E = mc2의 공식에서 E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세상 만물은 모두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 에너지는 인간의 눈에 보이는 것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거시한(큰) 영역과 미시한(작은) 영역 모두 에너지는 존재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생명이 없는 돌이나 철(Fe)같은 물체에도 에너지는 존재한다. 이걸 좀 유식하게 표현하면 원자 구조를 가진 모든 물체에는 에너지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세상 만물은 모두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m (Mess) = 질량(kg)
m은 질량을 의미한다. 세상 모든 것은 질량을 가지고 있다. (빛만 빼고) 그것이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원자 단위 또한 질량을 가지고 있지만 그 질량이 너무 미미하기 때문에 인간이 측정하기 힘든 것뿐이다. 하지만 질량은 존재한다. 그리고 질량은 에너지로 전환이 가능하다.
질량 보존의 법칙,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보태면 질량=에너지는 서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무가 타면 질량이 줄면서 열이나 빛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처럼 질량과 에너지는 서로 전환 가능하다는 뜻이다.
c2 (Celeritas = 빠르다 or with Constant = 변함없는), c의 제곱
자 그럼 이제 다 왔다. 아인슈타인의 단순하지만 복잡한 공식의 하이라이트이다. c가 바로 아인슈타인이 생각해 낸 가장 위대한 발상이다. c는 상징적인 의미의 약자이고 이것이 뜻하는 것은 빛의 속도(광속, Speed of light)이다. 빛은 속도는 299,792,458 m/s이다. 한 마디로 엄청 빠르다는 것이다. 인간이 인지하는 세상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빠른 것이 바로 빛이다. 중요한 점은 이 빛은 상대적이지 않다. 절대적이고 변함없다.
"빛은 움직일 때만 존재한다"
- 책 속 인용문 -
빛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그 말은 속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속도의 개념은 상대적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10Km/h로 달리는 차 안에서 밖에 30km/h로 달리는 기차를 보게 된다면 기차의 속도는 20km/h가 된다.
하지만 빛은 아니다. 빛은 항상 그대로 299,792,458m/s이다. 빛은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서도 이 속도를 유지한다. 내가 빛의 속도에 근접해서 달린다 해도 내 옆에 빛은 299,792,458m/s로 앞서 간다. 절대 속도를 유지한다. 그래서일까 종교에서는 신을 빛에 비유하기도 한다. 빛의 속도를 초과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만약 빛의 속도를 초과해 버린다면 또 하나의 우주(블랙홀)가 되어버릴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면 질량이 무한대로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길이(크기)는 줄고 시간이 늘어난다. (엄청 무거운데 부피가 없다?!)
블랙홀
근데 문제는 아인슈타인은 이 빛의 속도(c)에 제곱을 해버렸다. 장난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빛의 속도에 제곱을 곱한다는 것은 그냥 무한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무한은 의미를 표현할 수 없음으로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 그러니까 현존 아니 인간이 찾아낸 것 중에 가장 빠른 빛의 속도에 제곱을 해 버린 것이다.
E=mc2의 철학적 혹은 인문학적 의미
여기까지 따라오셨으면 혹시 '헐'하는 느낌이나 갸웃한 제스처가 취해지는가, 아니라면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이 공식이 의미하는 것은 물체의 질량에 빛의 제곱을 곱한 것이 에너지(단위: 줄 = Joule, 1볼트 전압을 가진 1 암페어의 전류가 1초 동안 흘렀을 때의 에너지)가 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빛의 속도의 제곱은 상상하기 힘든 숫자이다. 아무리 작은 질량을 가진 물체라도 이것을 곱해 버리면 엄청난 에너지가 된다는 의미이다.
핵폭탄 (원자폭탄 = Nuclear Bomb)
아인슈타인의 이 공식은 핵폭탄의 발명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더욱 유명해질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지만 이 인류 최대의 과학적 발견이 인류 최대 위험의 시작이기도 했다. 작은 것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이 공식을 현실에서 증명해 낸다. 그 첫 번째 시도는 1945년 8월 6일 세계 2차 대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보이'였다. 그리고 3일 뒤 나가사키에 한 번 더 '팻맨'을 떨어뜨린다. 그렇게 세계 2차 대전은 막을 내렸다.
리틀보이(왼쪽), 팻맨(오른쪽)
"중성자에게 얻어맞은 핵 중에서 가장 약한 것들이 흔들리고 떨다가 마침내 쪼개진다"
- 책 속 인용문 -
이것이 핵분열을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문학적 혹은 철학적 문장이 아닐까 생각된다. 세상에 있는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전기적 성질이 없는)로 이루어진 핵과 그 주위를 맴도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이 핵을 쪼개버리면(분열) 그 안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생겨난다. 모든 물질은 원자구조이지만 이 핵이 그렇게 쉽게 깨질 수가 없다. 그 중에서 원자의 질량수가 큰 것들은 그나마 깨지기가 용이하다. (원자의 질량이 크다는 건 깨지기 쉽고 불안정하다는 의미). 그런 원소가 바로 우라늄(-235(U92235))이나 플루토늄 (-239(Pu94239))이다. 이것들을 조금 모아놓고 중성자빔으로 쪼개면 그들의 질량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에너지를 방출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겠는가? 그 에너지의 방출을 막고 전기에너지로 쓰기 위해서는 다량의 물(중수)과 수미터에 달하는 두께의 콘크리트 외벽이 있어야만 그 에너지를 가둬둘 수 있다. 하지만 폭탄은 그것들을 가둬두는 것이 아닌 풀어버리는 것이니 그냥 얇은 철판이나 로켓 안에 넣고 쪼개면 되는 것이다.
원자 구조
과거 인류는 핵을 거드리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드렸다. 건드리니 상상하지 못했던 힘을 눈으로 체험했다. 절대 깨뜨리질 못할 것 같던 핵을 깨뜨림으로 엄청난 힘을 얻었다. 그럼 붙을 수 없는 것(싫어하는 것)들을 붙여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 이건 바로 핵분열의 반대 개념인 핵융합이다.
수소 폭탄 (핵융합) = 태양 (빛과 열)
수소 폭탄이 핵융합의 가장 좋은 예이다. 수소는 우주의 75%를 구성하는 가장 많은 물질이다. 어찌 보면 가장 평범한 물질인 것이다. 하지만 이 평범하고 단순한 원소를 붙여버리면 굉장한 힘이 발생한다. 지금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는 건 수소융합발전에 의한 태양열과 빛 때문임을 모르는 자는 없을 것이다. 태양(수소+헬륨)은 그 흔한 수소로 구성된 물질이고 그 흔한 수소로 이렇게 미친듯한 에너지를 온 우주에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나의 중심(핵)이 깨어진다." (자의적인) = 핵분열
"나의 중심(핵)이 침범당한다." (타의적인) = 핵융합
이제 내가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과학에서 철학으로 넘어온다. 우리 인류는 이 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처럼 물질에서 시작한 핵에 대한 관심은 인간의 핵(유전자)에도 관심을 옮겨왔다. 인간의 핵인 유전자 조작과 변형으로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 아직까진 모르지만 언젠간 이 핵의 건드린 대가(엄청난 파급효과, 에너지, 힘)의 결과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떠한 형태와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우리가 알 수 없다. 어쨌든 이것도 핵폭탄급이 아닐까 싶다.
내안에 내가 사라지고(깨어지고) 부서져야(침범당해야) 한다.
우리 개개인은 평범한 질량 덩어리다. 하지만 수소처럼 작고 단순한 원자 하나가 가진 에너지를 깨달았으면 우리의 몸과 정신이 가진 원자의 질량과 에너지는 어떨까? 우리는 수십만 가지 원소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분자구조의 물질이다. 내 안 깊숙이 우리는 자신만의 핵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핵을 건드리지 못하며 살아가는 이가 대부분이다. 왜냐 너무나 많은 외부의 자극과 유혹 속에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깊숙이 숨어있어 찾아낼 수도 찾아도 끄집어내고 깨뜨리지 못한다.
내 안에 나의 중심이 깨어지고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엄청한 힘을 얻게 될 수 있다. 그리고 내 안에 중심이 무엇 혹은 누군가에 의해 침범당하고 부서지는 경험(시련, 고난, 배신등)을 통해 자신이 변화되고 (긍정적 혹은 부정적) 거기서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생겨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나쁘게는 '더 글로리' 의 주인공처럼 복수의 화신이 되기도...)
만약 당신이 당신 안에 핵을 건드릴 수 있다면....
아마 당신도 태양처럼 세상에 엄청난 힘(영향력)을 뿜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 안에 핵을 찾고 그것을 깨뜨려라.
E=mc2
P.S. "아인슈타인의 마음속에는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빈자리'가 있었다. 사물은 명료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이 빈자리는 종교로 채워졌다. 이제 이것은 과학으로 쉽게 확장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