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오전
새로운 일상으로 들어가며...
평온하던 아침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또 다른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항상 그래왔듯이...
평범한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한 세상 속으로 다시 평범한 사람처럼...
평범의 반대는 비범이지만 현실은 평범함의 반대를 이상함으로 여긴다.
인간에게 평범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은 평범을 선호한다. 그게 더 이상하다.
새벽 4시 반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눈은 떴지만 몸은 아직 움직이질 않는다. 힘겹게 침대에서 몸을 내린다. 노트북을 들고 방 한편에 놓인 안락의자에 앉는다. 의자 옆에 놓인 백열 스탠드 조명에 불을 밝힌다.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어둠이 빛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노트북의 전원을 켜고 블루투스 헤드셋을 머리에 쓴다. 잔잔한 뉴에이지의 피아노 선율이 귓속으로 흘러들어온다. 고요한 어둠 속 새벽이 음악으로 채워지며 조금씩 졸음이 밀려나간다.
방안에서어제 읽고 들었던 전자책 안에서 밑줄치고 메모했던 글들을 찬찬히 훑어본다. 그때 떠올랐던 혹은 공감했던 구절들이 다시 뇌리를 스치며 여러 가지 상념들이 피어오른다. 그중에서 나에게 가장 의미 있거나 혹은 누군가를 떠올리며 의미 있을 만한 구절을 발췌해 나의 인스타 피드에 올린다.
그리고 밑줄치고 메모가 담긴 글을 읽으며 상념의 바다로 빠져든다.
나의 생각과 함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노트북의 하얀 화면 위에 자음과 모음이 결합하며 글자가 단어가 문장이 이어지며 문장이 만들어 내는 상념의 이미지를 따라간다. 상념과 상념들이 연결되며 몰입이 시작된다. 그러면 손가락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하얀 종이는 개미들이 지나가는 듯한 검은 흔적들로 가득해진다. 어느덧 창밖에는 붉은 여명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다. 옆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헤드폰을 끼고 있지만 희미하게 고요 속 진동과 함께 소음이 느껴진다. (호주의 하우스는 방음과 진동이 심하다.) 옆방의 셰어생이 아침 일을 나가려 준비하는 모양이다.
6시 반이 넘어 시간은 7시로 향해가고 있다. 노트북을 덮고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서 일층 주방으로 내려간다. 일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의 코너를 지나면 아이보리색의 털을 뒤집어쓴 치와와 한 마리가 계단 밑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꼬리를 흔들고 있다. 나를 하루를 가장 먼저 맞이하는 첫 번째 생명체이다. 성질이 꽤나 지랄 맞은 개이지만, 녀석도 갓 잠에서 깨어난 아침에는 그 지랄병이 좀 덜하다. 나는 주방에서 간단히 토스트를 만들어 가방에 넣고 밖으로 향한다. 토스트를 만드는 내내 옆에서 꼬리를 흔드는 녀석에게 달콤한 쨈을 바른 빵 한 조각을 떼어준다. 그 맛을 알아버린 녀석은 아침마다 나를 반기는 것 같다. 개나 인간이나 욕망(식욕)을 자극해야 따르는 법은 매한가지인 듯하다.
지랄 맞은 꽈꽈 (瓜瓜: 참외나 수박 혹은 오이 같은 야채과일을 뜻하는 단어, 그런 걸 좋아하는 듯하다. 나는 주인 몰래다) 집주인이 중국인이라 이름도 중국이름, 중국말만 알아 집을 나선다. 상쾌한 습기를 머금은 이른 아침의 공기가 좋다. 차를 타고 근처의 카페에 들러 플렛 화이트 한잔을 테이크 아웃해서 근처 공원으로 향한다. 아무도 없는 드넓은 공원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아침 이슬을 잔뜩 머금은 푸른 잔디 위에 하얀 깃털이 누렇게 변색된 아이비스(일명: 쓰레기새) 두 마리가 근처에 서성이다 나에게 접근한다. 혹시 먹을 거라도 던져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가까이 오지만 무심히 노트북만 바라보는 나에겐 희망이 없어 보이는지 다시 자기 갈 길을 간다.
따뜻한 플랫 화이트를 한 모금 들이키고 워드 창을 띄운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소거된 눈앞의 영상 속에 음악이 흐른다. 어제 쓰다만 소설을 다시 읽어본다. 곳곳에 맞춤법이 틀리고 조사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고친다.
조금씩 이야기 속 상황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끊어졌던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렇게 한참 동안 나의 의식과 몸은 분리되어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한다. 가끔씩 이야기가 끊어지면 고개를 들어 멀리 공원의 들판을 바라보며 잠시 사색에 잠긴다. 그러다 다시 무언가가 떠오른다. 다시 손가락을 움직인다. 그러기를 여러 번 하얀 백지는 까만 글자들로 채워져 간다.
어느새 해가 하늘 높이 떠오르고 주변에 산책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허기가 밀려온다. 몰입이 강하고 오랜 시간 지속될수록 밀려오는 허기 또한 강력하다. 챙겨 왔던 토스트를 먹으며 워드 창에 휘갈긴 나의 글을 훑어본다. 그리고 노트북을 덮는다.
"으아아아아"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기지개를 켠다. 장시간 작동을 멈췄던 근육들이 놀라며 깨어난다. 손목에 차고 있던 스마트 왓치에는 미세한 진동과 함께 "Great"이라는 문구와 함께 움직일 시간이라는 알림을 보낸다. 노트북과 가방을 차 안에 넣고 생수통을 하나 들고 공원을 산책한다.
공원 한 편에는 근처 동네에서 모여든 중국 아줌마들이 중국 특유의 음악(전통음악?!)에 맞춰 체조인지 춤인지 정체 모를 몸짓을 따라 한다.
블루투스 이어폰에서는 오디오북이 흘러나온다. 어제 읽다 만 책을 읽고 듣는다. 숲과 들판 사이를 걸으며 눈은 녹음을 즐기고 귀는 이야기를 즐긴다. 드넓게 펼쳐진 공원은 나의 생각이 퍼져나가는 공간이 된다. 떠오른 태양이 점점 대지를 데우기 시작하면 나의 몸도 열량을 태우며 땀이 나기 시작한다. 땀이 불어오는 들바람을 타고 나를 떠나간다. 그럼 상쾌함이라는 놈이 남는다. 그렇게 나의 상쾌한 오전이 지나간다.
이 평온했던 오전의 시간은 이제 다른 일상에게 그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이제 다시 또 다른 일상의 시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새로운 일과 관계 속으로 들어가 또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시간을 먹고 또 다른 기억으로 혹은 이야기로 재 탄생할 것이다. 그렇기에 또 다른 일상으로 들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다.
그리 길진 않았지만 읽고 쓰고 걸었던 이 적막했던 오전의 시간이 너무도 감사하다.
언젠가는 이와 같은 오전이 다시 일상이 될 날을 기원해 본다.
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