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예술

평범한 남자 EP 103 (추가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好凉快啊 “(와~ 시원하다)

“是啊,好舒服” (그래 너무 좋다)


배 위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머리칼 사이사이를 통과하며 상쾌함을 선사한다. 이른 아침 우도(牛岛)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우연인지 몰라도 치중과 나는 성산일출봉 근처에 숙소가 있었다. 전날 밤 숙소 근처에서 그와 저녁을 함께하며 다음날 우도 도보여행을 계획했다. 아침 일찍부터 그와 함께 성산항에서 배에 올랐다.


“这个岛为什么叫牛岛啊?”(이 섬은 왜 우도라고 부르지?)

“你看!这座岛是不是有点儿像牛儿坐在地上的样子?”(잘 봐, 섬이 소가 땅바닥에 엎드리고 있는 모습 같지 않아?)

“噢,是真的呀!”(오! 정말 그러네)

우도

치중은 배 위에서 우도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그제야 나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소가 땅에 엎드려 있는 듯한 모습의 섬은 완만한 경사로 왼쪽에서 오른쪽 우도봉으로 솟아올라 있다. 우도봉이 소 머리를 연상케 한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우도봉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해가 올라오고 조금씩 데워진 대지는 열을 내기 시작한다. 땅에서 시작된 열기는 몸을 데우며 데워진 몸은 땀을 내기 시작한다.


“你是做什么工作的?“(넌 무슨 일 해?)

“我以前在造船行业工作的可现在辞职不干了”(이전에 조선소에서 일했는데, 지금은 그만뒀어)

“为什么辞职了?”(왜 그만둔 거야?)

“工资低待遇也不好而辞职的,不好的工作”(급여도 적고 대우도 안 좋고, 좋지 않은 직장이라서)

“那工资高待遇好的就是好工作吗?”(그럼 급여가 많고 대우가 좋으면 좋은 직장이야?)

“可以这么说吧”(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嗯… 我从来都没有这么想过 “ (음… 난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치중은 나의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동의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그는 한 번도 돈이나 물질적인 요인들로 인해 자신의 일의 중요도를 결정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냥 자신이 좋아서 하다 보니 지금의 자리에 까지 오게 되었다.


그는 현재 타이완 국립타이베이 예술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그는 타이완 대표 자격으로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국제 예술 세미나에 참석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오랜 기간의 무명 예술가의 시기를 보냈다. 그는 이십 대 시절의 대부분을 붓과 캔버스만 들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해외 현지에서 그림을 그려서 팔거나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노숙자 같은 생활을 전전하며 여러 세상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해외에서 겪은 궁핍함과 갖은 고난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그의 예술적 감각은 시련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숙된 것이라 믿는 듯 보였다.


“艺术包容人生才是真正的艺术了” (예술은 인생을 포용해야 진정한 예술이 될 수 있어)


그는 해외를 돌아다니며 거지 같은 생활을 전전하면서 그 과정 속에서 삶의 밑바닥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당시 자신이 국내에서만 머물며 현재의 생활에 안주하고 있었다면 아마도 자신의 생각과 영감 또한 그 파운드리를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我在澳大利亚的时候我在大马路边跟乞丐们一起吃饭睡觉,那时候我才明白乞丐也有两种”(내가 호주에 있었을 때 대로변에 거지들과 어울려 먹고 자고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세상에 두 종류의 거지가 있다는 걸 깨달았지)

“咦?!你说的乞丐有两种是什么意思? ”(어?! 네가 말하는 두 종류의 거지가 뭐야?)


그는 여태까지 가난은 부의 불평등 혹은 사회의 부조리한 경쟁에서 밀려난 인간들이 겪는 것이며 거지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 낸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또한 사회의 약자로서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호주에서 자신이 보았던 거지들은 나태함과 술과 마약 중독이 찌들어 있는 존재로 비쳤다고 한다. 물론 모두는 아니겠지만 대다수의 거지나 부랑자들이 현지 원주민들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나라에서 주는 생계비를 술과 담배 혹은 마약을 사는데 다 써 버렸다고 한다.


그들은 돈이 없고 가난해서 거지가 된 것이 아니라 나라에서 주는 돈 때문에 거지가 된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보기에 돈으로만 치면 나라에서 주는 것만으로도 풍족하진 않지만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그들이 매주 정부로부터 받는 돈은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나 학생들이 일주일간 열심히 일해야만 손에 쥐어질 수 있는 돈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일하지 않아도 손에 쥐어지는 돈으로 일을 해야 할 의욕을 상실해 갔다. 알코올과 마약으로 쾌락과 중독의 세계로 빠져든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살아가던 터전을 백인들에게 자연스레 내어주고 그들에게 의지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건 마치 과거 중국과 영국의 아편전쟁을 연상케 한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은 결국 마약을 쥐고 있는 자들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음식과 생계를 위해 써야 할 돈을 다시 사람들에게 구걸한다. 그들은 술과 약에 취해 굳이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하려 하지 않을뿐더러 기업도 그들을 고용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공원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교통표지판이나 들었다 놨다 하는 등 정부에서 제공하는 취약 계층을 위한 단순노동에 투입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사회와 멀어지고 백인들은 그들만의 주류사회를 장악해 나간다.


“你不觉得这两个乞丐完全不一样,是不是?”(두 거지가 너무도 다른 거 같지 않아?)


둘 다 사회가 만들어낸 거지이지만 전자는 치열한 경쟁과 불평등에 내몰린 사회 빈약자가 되었고 후자는 알코올과 약물에 중독되어 사회 소외자가 되었다. 그는 거지 생활을 하며 겉으로 보기엔 알 수 없는 다른 두 종류의 거지를 호주의 도시 빈민가의 건물벽에 추상적인 그림으로 남겼고 그 그림은 사람들의 큰 이목목을 끌었고 그 곳은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세상에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것들의 이면을 드려다 보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능력을 지녔다. 현상에 집중하기보다 현상 이면에 가려진 것들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예술가의 길이라고 했다.


치중은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던 그 시절이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시기였다고 한다. 지금 자신이 표현해 내는 모든 것들은 그때 경험과 영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艺术也像我们的人生一样通过艰难才会发展的”(예술도 우리들의 인생처럼 고난을 통해 비로소 발전할 수 있어)

“噢,话说得真有道理哟,给你个赞!(오, 정말 일리 있는 말이네, 굳!)

“哈哈哈 谢谢你”(하하하 고마워!)

“앗! 제길! 말똥 밟았네!”

“你真倒霉啊 呵呵”(너 참! 재수가 오지게 없네 허허)

“哎! 兄弟! 看你的脚啊! 嘎嘎”(어이! 친구! 니 발 좀 보지! 캬캬)


나는 그의 얘기에 집중하며 걷다가 말똥을 밟고 말았다. 낄낄대며 웃던 치중은 내 말에 자신의 신발을 보더니 자신의 신발도 이미 말똥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닫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우도봉을 오르는 주변 들판 곳곳에는 제주도의 조랑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길 위 곳곳에는 말똥 지뢰들이 즐비하다.

우도봉

“아~ 시원하다!”

“什么意思?” (무슨 말이야?)

“意思就是很爽”(시원하다는 말이야)

“哦, 原来如此,我觉得韩语很难学啊”(아. 그렇구나, 한국말은 참 배우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아)

“我觉得汉语更难学的呀 哈哈”(난 중국어가 더 어려운 것 같은데 하하)

“为什么这个世界有这么多语言而引起不通断绝的呢?”(왜 이 세상은 이렇게 많은 언어로 불통과 단절이 생겨난 걸까?)

“在圣经上写着人们盖巴别塔而想要了达到上帝的境界,上帝愤怒了就给人们语言分裂而不让他们团结”(성경에서는 신에게 닿고자 인간들이 쌓았던 바벨탑 때문에 신이 화가 나서 사람들이 단합해서 신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언어를 분열시킨 거래)

“真的?听起来有道理哟”(정말? 듣고 보니 그럴듯한데...)

“如果我们只用一门语言,我们更容易沟通而更快发展,这就不否认的呀”(만약 우리가 한 가지 언어만 사용한다면 우리는 더 쉽게 소통하고 더 빨리 발전했을 거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니겠니)

“这我也同意,如你没学过中文我们俩的沟通交流也没有了,那互相能学到的也没法学到那就发展不起”(나도 동감이야, 만약 네가 중국어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 둘의 교류는 없었을 거야, 그럼 서로에게서 배울 기회도 없고 발전할 기회도 사라졌겠지)


우리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또 걸었다. 드디어 우도봉 정상의 등대에 올랐다. 광활한 바다를 바라보며 두 팔을 뻗어본다. 바닷바람이 겨드랑이 사이를 지나가며 땀을 날려 보내고 상쾌함을 선사한다. 치중은 또다시 캔버스를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또 어느샌가 한 폭의 그림을 뚝딱 완성해 낸다.


이번에 내가 드려다 본 그 그림은 어둠 속에 등대가 빛을 비추고 빛이 닿은 곳에는 발걸음이 보이고 발걸음 주변에는 좀 전에 우리가 밟은 무수한 똥들이 즐비하다. 빛이 길을 밝혀주고 나아가는 발걸음은 빛을 따라 똥을 피해 나아가는 모습이다.


“하하하 , 你的想象力可真意外哟”(하하하 너의 상상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是吗? 哈哈哈, 我突然想起来的就画出来而已”(그래? 하하하 갑자기 생각나서 그려봤어)

“看你容貌很平凡可你脑海里可真非凡啊”(넌 참 생긴 것 평범한데 머리는 참 비범한 것 같아)

“谢谢,这张给你“(고마워, 이거 너 줄게)

“咦?为什么?”(엇!? 왜?)

“是我给你的礼物, 希望从今以后你幸運無比, 还有不要踩粪便, 哈哈哈”(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앞으로 너의 무궁한 행운이 빌께, 똥 안 밟도록, 하하하)

“푸하하 谢谢!”(고마워)

검멀레 해수욕장

우리는 다시 발길을 옮겨 검멀레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깎아지는 절벽아래 위치한 작은 해수욕장이 인상적이다. 해수욕장에는 적지 않은 인파가 몰려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나와 치중은 우도 주변을 도는 액티비티 보트에 올라탔다.


보트는 바람과 파도를 가르며 엄청난 속도로 내달린다. 예상치 못한 속도에 방심하다 모자가 날아가 버렸다. 보트는 잠시 뒤 속도를 늦추고 절벽아래의 작은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들어간 동굴 안에는 달이 떠있다. 수면에 반사된 햇볕이 동굴의 벽에 달을 만들었다. 치중과 나는 그 신기한 모습을 한 동안 넋 놓고 쳐다본다.


“大白天也能看月亮啊”(대낮에 달을 다 보네)

“这叫晝間明月呀, 是牛岛八景之首一”(이게 주간명월이래, 우도 팔경 중 첫 번 째래)

“原来如此”(그렇구나)

“꼬르륵”

주간명월(晝間明月)

나는 보트에서 가이드가 설명해 주는 말을 치중에게 통역해 주었다. 오랜 시간 말하고 걷고 액티비티까지 하느라 허기에 지친 몸이 배 속에서 에너지 공급 요청 신호를 내 보낸다. 내린 우리는 검멀레 해수욕장 근처의 중국집을 찾아 들어갔다. 치중은 한국 메뉴를 잘 모른다며 전적으로 나에게 메뉴선정 권한을 넘겼다. 나는 자장면과 짬뽕 그리고 우도 땅콩 막걸리를 주문했다. 이윽고 나온 음식과 막걸리를 본 그는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는다.


”哇! 这真好吃!这叫什么?”(와! 정말 맛있다. 이건 뭐야?)

“炸酱面!”(자장면)

“噢,韩国的炸酱面是这个味道啊?”(오! 한국의 자장면이 이런 맛이구나)


치중은 내가 정성껏 비벼준 자장면을 한 입 먹더니 감탄을 쏟아낸다. 입 안에 침샘이 폭발했는지 연거푸 자장면을 흡입하기 시작한다. 입가에 자장을 잔뜩 묻힌 모습이 마치 수염 난 어린아이가 자장면을 먹는 모습 같아 보인다.


“你慢点儿吃, 这个你也喝一口吧!”(천천히 먹어, 이것도 한 번 마셔봐!)

“这是什么?”(이건 뭐야?)

“花生米酒”(땅콩 막걸리)

“米酒?”(막걸리?)

“嗯,这是牛岛的特产”(응, 우도 특산품)

치중은 술이라는 말에 의심적은 표정으로 사발에 담긴 막걸리를 유심히 쳐다보며 냄새를 맡더니 한 입 들이킨다. 쩝쩝거리며 맛을 음미하더니 놀란 표정으로 사발에 남은 막걸리를 모두 들이켠다.


“哇, 这也很好喝”(와, 이것도 정말 맛있네)


치중은 먹는 내내 감탄을 쏟아낸다. 땅콩막걸리는 그의 입에 잘 맞았는지 어느새 한 병을 다 마시고 한 병 추가를 외친다. 생각 없이 마신 술병이 한 병 두 병 쌓여가고 치중과 나는 대낮부터 막걸리에 거나하게 취해 버렸다. 포만감과 취기가 동시에 올라오고 내리쬐는 햇볕에 눈이 어지럽다. 치중도 달달한 땅콩 막걸리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린다. 치중과 나는 술기운에 바위 그루터기에 서로 등을 기대앉아 있다.


“희택 오빠! 여기서 뭐해요?”


낯익은 목소리에 감고 있던 눈을 게슴츠레 뜬다.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눈앞에는 익숙한 향이 느껴지는 여자가 서 있다. 고개를 흔들어 잘 맞춰지지 않는 눈의 초점을 맞춰보려 애쓴다.


“张主任?!”(장주임?!)

“又是说主任! 是我雪艺!”(또 주임이래!, 설예라니깐요)

“你。。。你怎么会在这儿?”(너… 네가 어떻게 여기?)


어찌 된 일인지 술만 취하면 그녀가 내 앞에 등장한다.


이것도 우연인가?





표지그림 제목 [Light the way home]

출처 : https://www.twoinchbrush.com/originals/Yesyoucanpaint/light-the-way-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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