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섹스

평범한 남자 EP 104 (추가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오늘 제주도-상하이 노선 비행이 있어서 여기 왔어요, 근데 비행기 결함 문제 때문에 회항 일정이 미뤄져서 우도에 놀러 왔어요. 또 이렇게 오빠랑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아… 그…랬구나~”

“你和我真有缘分的吧 哈哈”(오빠랑 나랑 정말 인연인가 봐요 하하)

“하… 진… 짜, 그런가 보…네 헤헤”

“읍! 酒味儿! 大白天你喝醉了?”(술 냄새, 대낮부터 취했어요?)

“헤헷”

“무슨 술을 이렇게 마셨어요? 그리고 옆에 저 사람은 누구예요?”

“아~, 여기 내 대~만 친구야~ 내 유~일~한 예…술가 치인…구 헤헤”

“예술가요?”

“致中!你…没事吗?”(치중! 너 괘...괜찮아?)


나는 술에 취해 혀가 꼬이고 말이 늘어진다. 장주임은 바위 그루터기에서 나의 등에 기대앉아 졸고 있는 치중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가 떨군 고개를 힘겹게 들어 올리며 풀린 눈으로 장주임을 쳐다본다.


“哎! 这个…女孩儿,好像…在哪儿…见过的呀, 哦! 对呀 她一直跟…”(엇! 이 여… 자 어디선가 본 듯한데… 아! 맞다 여태껏…)

“쿵!”


나는 바위에서 일어서려 몸을 일으키다 중심을 잃고 땅바닥에 넘어진다. 치중도 등을 기대고 있던 나의 등 받침대가 사라지자 뒤로 꼬꾸라지듯 땅바닥으로 넘어진다. 너무 마신 막걸리 탓에 땅이 울렁거리는 기분이다.


“앗! 희택 오빠! 괜찮아요?”

“괜… 괜찮아”

“哥!你好像你走不动了呀”(오빠 아무래도 못 걸을 거 같은데)


장주임은 콜택시를 부른다. 잠시 뒤 택시가 나타나고 나와 치중은 뒷좌석에 시체처럼 포개어져 항구로 향한다.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어지럽다. 막걸리는 항상 뒤끝이 좋지 않다. 나는 장주임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배에 몸을 실었다. 다행히 마음씨 좋은 택시기사를 만났다. 택시기사는 치중을 부축해 배에 태워 주었다. 다시 제주도로 향한다.


“우욱! 우웨에에엑!”

“우읍, 우웩!”


날씨가 심상치 않다. 갑자기 바람이 거칠어지고 파도가 거세지면서 배가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나와 치중은 숙취에다 멀미까지 겹쳐 배의 난간을 부여잡고 뱃속에 모든 것을 바다로 쏟아내기 시작한다. 장주임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내 옆에서 등을 두드리며 쳐다본다.


“오빠 괜찮아요?”

“아.. 아니 나 주글꺼 가타! 우욱! 웩!”

“우에웩! 우웩!”


아까 먹은 자장면과 짬뽕 그리고 막걸리가 한데 섞여 형체를 알 수 없는 화합물이 되어 세상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한참 동안 토해낸다. 이제 더 이상 토해도 나오는 것도 없다. 헛구역질만 나온다.


치중도 속에 있는 걸 다 토해낸 듯 보인다. 그는 입가에 타액과 구토물이 묻은 채 고개를 떨구고 배 난간에 힘겹게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계속된 구토로 온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간 기분이다. 선상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빗방울이 조금씩 거세진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눈앞이 희미해진다.




“喜宅!你起来了?”(희택! 일어났어?)

“致中,你还好吗?”(치중, 넌 괜찮아?)

“嗯… 我没事,那你呢? 你没事吗?”(응… 괜찮아 넌? 괜찮아?)

“我头疼胃不舒服呢”(머리도 아프고 속도 쓰리네)

“我们昨天喝太多了”(우리 어제 너무 마셨어)

“可不是嘛,张主任怎么不见了?”(그러게 말이야, 장주임은 어디 갔지?)


나는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나와 치중은 낯선 방 안에 앉아 있다. 장주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你找谁呀?”(누구 찾는 거야?)

“昨天帮我们上船的那个女生去哪儿了?”(어제 우리를 도와서 배에 같이 탄 그 여자 어디 갔어?)

“你说什么呀?”(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장주임의 생김새를 치중에게 설명하며 어제 낮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치중은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얼굴에 정색을 하고 나에게 말을 한다.


“你到底说什么,昨天我帮你上船的!”(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어제 내가 너를 데리고 배에 탔는데!)

“什么!?”(뭐!?)

“你喝醉了走也走不动,所以我就扶持你到码头来的”(너 술 취해서 걷지도 못하고 해서 내가 널 부축해서 선착장까지 갔잖아)

“你别开玩笑嘛,昨天明明是张主任跟我们在一起的”(에이~ 농담하지 마, 어제 분명히 우리 장주임이랑 같이 있었는데)

“你刚才说的那个女儿好像是昨天我们背后偷偷得跟踪我们的那个女儿是不是?”(네가 방금 말한 여자, 혹시 우리 뒤에서 몰래 따라오던 그 여자 말하는 거야?)

“跟踪我们?”(몰래 따라와 우리를?)

“是啊,难道你没意识到? 那个女人一直在背后偷看你的”(그래, 넌 눈치 못 챘니? 그 여자 계속 네 뒤에서 너 훔쳐보던데)

“你别胡说八道”(너 자꾸 헛소리 할래)

“喜宅!那个女人很怪怪的,你得小心啊”(희택! 그 여자는 이상해, 조심해야 해)

“废话! 她是好人啊!”(쓸데없는 소리! 그녀는 좋은 여자야)

“喜宅!你打起精神来!” (희택! 너 정신 차려!)


치중은 걱정스러운 표정과 함께 두 손으로 나를 몸을 잡아 흔들며 경고하듯 말한다.




“喜宅哥哥!(희택오빠!) 정신이 좀 들어요?”


눈앞에 치중이 아닌 장주임이 나의 몸을 흔들고 있다.


“엇! 장주임?!”

“你怎么说这么多梦话呢。”(무슨 잠꼬대를 그렇게 해요)

“我们在哪里啊?”(우리 지금 어디야?)

“민박집이에요”

“치… 치중은 어디 있어?”

“치중이요?”

“어 어제 옆에 있던 그 대만 친구”

“아~ 그 친구 배에서 내리더니 자긴 다른 일이 있다며 먼저 가 버리던데요”

“정말?! 이상하네… 그럴 리가 없는데…”

“오빠! 이거 먹어요”

“뭐야 이게?”

“내가 끓인 미역국이에요 해장해야죠”

“어~ 고… 고마워!”


나는 장주임이 가져다준 미역국에 밥을 한 숟갈 말아서 입에 넣는다. 장주임은 그런 나를 흐뭇한 표정으로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오빠, 오늘 뭐 할 거예요?”

“글쎄…”

“오늘 나랑 놀아요”

“너 비행 없어?”

“오빠랑 놀려고 내일까지 휴무 냈어요”

“정말?!”


장주임은 신나는 표정을 지으며 내 옆에 찰싹 들어붙어 나의 팔을 감아 안는다. 갑작스레 나타난 장주임 그리고 그녀의 행동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진다. 그녀가 끓여준 미역국으로 해장을 마치고 민박집을 나섰다. 나와 장주임은 민박집 근처에서 2인승 스쿠터를 렌트했다.


“오빠! 달려! 하하하”

“좋아?”

“응 너~~~~ 무 좋아요 날아가는 거 같아요~”


한참 동안을 바람을 가르며 해안가 도로를 따라 달린다. 장주임은 나의 뒤에서 나의 허리를 꽉 감아 안고는 얼굴을 나의 등에 묻고 행복한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밀착된 그녀의 몸에서 체온과 심장 박동이 그대로 나에게 전달된다.


“정말 여기가 가고 싶어?”

“응!”

“난 좀 그런데…”

“왜요? 난 재미있을 거 같은데요? 큭큭”


그녀와 내가 도착한 곳은 제주도의 성 박물관이었다. 그녀는 제주도에 여러 번 비행을 오면서 이곳이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혼자 오기는 좀처럼 부끄러워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고 나에게 토로하듯 말한다.

진실한 섹스 ep 104 (성 박물관).jpg 성 박물관

박물관 입구 곳곳에는 남사스러운 조각상들이 즐비하다. 못 이긴 척 표를 끊고 들어간 성 박물관 안에는 남녀 커플 혹은 여여 커플들은 보여도 남남이나 혼자 온 사람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헐… 오빠 저것 좀 봐요 너무 징그러”

“헉! 흐흠… 어…”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수많은 종류의 여자 성기와 남자 성기가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애매한 천장만 쳐다보다 힐끔힐끔 그 전시물들을 훔쳐보듯 한다. 나와는 달리 그녀는 신기한 표정으로 전시물 앞에 서서 그것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哥! 我的呢 长得怎么样?”(오빠! 내 건 어떻게 생겼어요?)

“푸웃~ 어?!”


그녀의 질문에 순간 당황한 나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할 말을 잃어버렸다. 중국어라 정말 다행이다. 만약 한국말이었다면 주변의 따가운 시선까지 감당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는 그녀가 이상한 건지 이렇게 당황하는 내가 이상한 건지 도무지 뭐가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헷갈린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지만 그건 아마도 내가 가지고 있던 여자에 대한 전형적인 고정관념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哥! 这个有点儿像你的了 嘎嘎嘎”(오빠! 이거 오빠 거랑 닮은 거 같아요 큭큭큭)

“푸아앗! 你。。。你少来”(너… 너 적당히 해라!)


그녀는 거침없다. 수많은 남자 성기들 앞에 서서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고는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녀와 그 성기 전시물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할 말을 잃어버린다. 갈 곳 잃은 시선은 또다시 천장을 향한다. 여기 있다가는 심장이 고장 나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녀를 재촉하며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지만 그녀는 그럴 심산이 아닌 듯 보인다. 어린아이가 동물원에 온 것 마냥 이곳저곳의 전시물을 구경하고 돌아다니느라 신이 난 모습이다.


[섹스가 더 필요합니다. 알겠어요? 죽기 전에 이 세상 모든 사람을 맛보고 싶어요]


- 안젤리나 졸리 -


“哥! 这是什么意思?”(오빠! 이게 무슨 말이에요?)


한쪽 편에 여러 유명인사들의 섹스에 관한 어록들이 적혀있다. 그중 안젤리나 졸리의 어록 앞에 선 장주임은 안젤리나 졸리의 어록을 소리 내어 읽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에게 묻는다.


나 또한 그 어록이 무슨 의미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좀처럼 그 의미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얼핏 보면 입에 담기 힘든 음흉한 여성의 말 같기도 하지만 자꾸 그 의미를 재해석하게 만드는 흡입력 있는 문구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나체를 드러내는 것을 창피하고 두려운 것으로 여긴다.


태초에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고 난 후 인간은 이전에 없던 수치심이라는 죄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의 몸을 가리게 되었다고 한다.


남녀가 섹스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장 창피한 곳을 상대방과 공유해야 하는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일상에서의 사회화된 모습으로는 섹스에 임할 수 없다. 그 말은 남녀가 가장 순수했던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섹스에서 상대방의 진실되고 순수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말이다.


안젤리나 졸리의 어록은 아마도 그 부분을 얘기하려 한 것이 아닐까? 그녀는 온갖 가면과 치장으로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 남녀들을 바라보면서 진정으로 서로를 드려다 보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의 가면과 옷을 벗고 진실한 섹스에 임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은 것 같다. 그렇기에 그녀는 섹스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진실된 모습을 드려다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섹스리스 커플이 늘어나는 요즘 세상은 남녀가 서로의 진실된 모습을 공유하기 두려워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서로를 숨기고 바쁘게 살아가는 남녀들은 아마도 섹스를 즐기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장 가까운 자와의 섹스를 멀리하고 낯선 이와의 섹스를 즐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자신의 가장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기 힘든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 앞에 항상 강한 존재의 모습으로 남아 그들을 지켜줘야 한다는 강한 강박관념이 그들의 섹스를 막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아 하아 아~~~ 喜宅哥哥~ 好舒服~ 我爱你~”(희택오빠~ 너무 좋아요~ 사랑해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가 나의 몸 위에서 거친 신음과 숨소리를 내뱉고 있다. 그녀의 허리는 출렁이는 파도처럼 요동치며 한시도 가만있질 못한다. 그녀는 태초의 이브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 보인다. 그런데 나는 아담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벌거벗은 내 몸이 부끄럽고 이 상황이 왠지 어색하다. 나의 몸은 그녀의 움직임에 반사적으로 반응하고 있지만 나의 정신은 몸과 분리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你爱我吗?”(날 사랑해요?)

“我…不知道”(난… 잘 모르겠어)


그녀의 요동치던 몸은 내가 내뱉은 말과 함께 멈춰 선다. 그녀는 두 손으로 나의 얼굴을 감싸고 나의 눈을 뚫어질 듯 쳐다본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나의 입술에 포갠다. 포개진 그녀의 입술이 우물거리며 속삭인다.


“那你现在开始爱我” (그럼 지금부터 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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