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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Jul 30. 2019

너무 사랑하지 마세요

사랑에 지치지 않는 법

사랑(愛)이란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란 순수 우리말이다.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치이며 사랑 없는 삶은 앙꼬 없는 단팥빵과 같다. 그래서일까? 삶, 사람, 사랑 이 세 글자는 많이 닮아있다. 사람에서 자음 하나를 잘못 치면 사랑이 되고 모음을 하나가 빠지면 삶이 된다.


"사람이 사랑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닐까?"

                                          - [언어의 온도] 중에서 -


  누구나 사랑은 한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과거 사랑했던 사람도 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그렇게 사람과 사랑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행복한 사랑을 꿈꾼다. 꿈 속에서 그리던 왕자 혹은 공주를 만나 설레는 만남으로 인연을 맺고 썸을 타고 불타는 사랑을 거쳐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스토리를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봤을 것이다. 누구나 원했던 러브스토리는 아무나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갈망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그렇게 존재하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간다. 과거 TV앞을 사수하며 그런 류의 드라마를 시청했던 건 그 사랑을 대리 만족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


 가슴뛰는 사랑이란?


   동공이 확장되고 심박 수가 빨라지고 말을 더듬고 평소 일상적으로 하던 일도 그 누군가 앞에선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지는 경험이 있는가? 그녀와 대화하고 만지고 가질 수 있어서 가슴뛰는 것이 아니다. 그냥 같은 하늘아래 같은 공간 속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뛴다. 평상심을 잃지 않으려고 그녀에게 하는 말과 행동이 더욱 어색한 나를 만든다. 그녀를 사랑한 것인지 그녀의 흔적을 사랑한 것인지 헷갈린다.


   사랑의 힘을 믿는가? 


  사랑이 삶을 바꾼다는 말을 믿게 된 건 20대의 시작과 함께였다. 대학 시절 알게된 그녀... 콩깍지가 씐다는 말을 믿게 됐다. 그녀가 나의 세상의 중심이 되어 버린 시간이 있었다. 물론 그녀는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우연히 대학 축제 때 그녀의 환희하는 모습을 보았다. 다름아닌 무대 위에서 춤추는 댄서들의 화려한 군무에 홀릭된 모습이었다. 난 그녀의 환희의 대상이 되고 싶었다.


  춤을 배웠다. 이후 나를 바라보며 환희하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며 춤을 연습했다. 학생의 본분인 학업은 내팽개치고 댄스 동아리에 들어가 밤낮없이 땀 흘리며 공연 안무를 연습했다. 축제 때 그녀에게 선사할 나의 화려한 군무를 위해서...아웃포커싱 된 렌즈의 초점처럼 주변은 모두 흐려지고 단 한가지 목적만이 나의 뇌를 지배했다.  나에게 그렇게 강한 집중력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그 집중력이 고등학교때 발현되었으면... SKY 갔을텐데...) The power of love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내성적이고 남들 앞에 나서길 두려워하던 나였다. 나에게는 크나큰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많은 것을 잃었고 많은 것을 얻었다.


   중요한 건 그녀의 사랑은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어리석게도 나는 그녀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춤을 잘추는 남자보다는 단정하고 성실히 수업에 참석하고 자신에게 다정하게 표현하며 학업 성적이 우수한 그런 남자를 원했다. 당시 나는 노랑머리에 똥싼듯한 헐렁한 바지를 입고 캠퍼스를 누비고 다녔다. 매일 춤 연습으로 땀냄새에 쩔어 수업시간엔 쓰러져 잠만 잤다. 그녀 앞에서는 말 한마디 제대로 꺼내지 못했으며 학사경고까지 받을 정도로 학업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나의 부탁에도 그녀는 일년 동안 준비한 나의 공연을 보러오지 않았다. 그녀가 보지 않는 무대 위에서 나는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된 채 그녀를 위해 춤을 췄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를 내려왔을때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일년간의 행적들이 영화 필름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 갔고 기쁨과 슬픔 그리고 흥분이 교차하였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Dancing in the love 시나리오 극본은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오랜 시간의 짝사랑을 통해 내가 깨달은 건 노력한 시간과 사랑의 실현 가능성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노력은 강한 자신감과 체력을 길러주었다. 노력은 자신을 배신하진 않지만 사랑은 배신할 수 있다. 사랑은 어렵다. 사람의 마음은 노력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사람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또 두려워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오랜시간 사랑을 위해 나를 불태웠던 시간만큼 힘들고 긴 시련의 시간을 감당해야 한다.


오랜시간 사랑을 불태우면 재만 남는다.?!


  도파민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불타는 사랑은 계속 지속되지 않는다. 지속된다면 인간은 생존할 수 없다. 인체는 지속적인 흥분과 쾌락상태를 유지해서는 생존할 수 없게 설계되었다. 분비됐던 도파민 만큼 가바 (Gaba : 긴장이완 신경물질) 분출된다. 엔진이 과열되면 차량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것이랑 같은 이치이다. 불타는 사랑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과 배신감을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한번으로 족하다. 그 기간이 길수록 더욱 치명적이다. 오랜기간 강렬하게 사랑했다면 오랜기간 식어버린다. 다신 데워질 수 없을 수도 있다. 사랑에 오래 데인 사람이 다시 사랑하기 힘든 건 그 때문이다.


 "넌 사랑이 식었다"


  옛날 멜로 영화 속 자주 등장하는 대사다. 사실 우리는 사랑이 식지 않게 유지하는 것보다 식은 사랑을 다시 데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보온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때 그때 다시 데울수 있는 전자렌지 같은 스킬이 필요하다. 그것이 지치지 않고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 다만 사랑이 식었을 때(권태기) 찾아오는 상대방의 행동(방어기제)를 받아들일 수만 있으면 된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다. 혼자만의 시간, 가출, 여행, 음주, 가무, 운동, 등산, 욕설, 게임, 도박, 침묵, 폭식, 참선, 흡연, 기도, 독서, 드라이브, 쇼핑, 수다, 과소비, 폭력등등. 관계의 어려움으로 권태기가 찾아왔을 때 각자의 방법으로 해소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둘이 같은 방법이라면 금상첨화겠지만 다르다면 분쟁의 소지가 있다. 술, 담배, 마약같은 나쁜 방어기제도 둘이 같이 하면 문제될 게 없다?! 안타깝지만 일찍 같이 세상을 떠나면 그 뿐이다. 저승길이 외롭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연장은 고쳐 써도 사람은 고쳐쓰기 힘들다


   대부분 이 방어기제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이별한다. 삶의 동반자를 찾는 교제의 시간은 서로의 방어기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상대방의 방어기제(소위 말하는 버릇, 습관?! 고치기)를 바로 잡으려 하거나 바꾸려고 노력한다. 20~30년 동안 고착되어 온 방어기제를 영구적으로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상대방의 마음을 잡기 위해 잠시 숨기거나 자제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 관계가 안착되면 다시 나타나기 마련이다.


   유형(有形)의 조건들에만 집중하고 교제하고 결혼하는 문화가 이혼의 보편화를 가져온 것 아닐까?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결혼 전에는 잘 맞아서 한 것이 아니였던가? 결혼 후 안 맞는 건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시간을 거치지 않았거나 아님 둘은 훌륭한 연기자일 가능성이 크다. 상대방을 온전히 받아드릴 수 있을 때 사랑은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서로 사랑을 데우고 식히고 다시 데우는 연습을 통해 삶의 동반자가 되어간다.


너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마세요


  그(그녀)의 손짓하나 말투하나가 눈과 귀에 아른 거리고 눈을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말을 이어가기 힘들다면 같이 살기 힘들다. 연예인이랑 같이 사는 걸 생각해 봤는가? 삶은 설레임의 연속보다는 일상의 평범함의 연속이다. 설레임 속에 일상을 살아갈 순 없다. 일상 속에 찾아오는 설레임은 삶을 재미있고 맛깔나게 한다. 서로는 번갈아 가며 그런 설레임을 주고받는 존재여야 하지 않을까? 서로가 일상에 지치지 않도록 말이다. 인생의 동반자는 서로 마주보며 기대서는 것이 아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관계이다. 나부터 바로 서야 하는 것이다. 설레임이 일상이 되어가길 바랬던 사랑은 헤어짐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기울어진 사랑이 아닌 바로 선 사랑을 하는 법을 배워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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