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와 같은 마음

평범한 남자 시즌 2-76 (추가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죄를 범하는 자마다 죄의 종이라"

- [요한복음 8:34] -


"성도님들! 죄임을 알면서도 죄를 저지르는 것을 멈추십시오. 이번 한번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이 그렇게 시작됩니다. 죄는 또 다른 죄를 낳습니다. 그래서 죄를 저지르면 죄의 종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예배당 위의 목사의 설교가 끝나자 옆에 앉은 안에스더는 두 손을 모아 쥔다.


"하나님, 아버지 부디 저의 죄를 용서하옵소서. 흑흑흑"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그녀의 기도는 평소와는 평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기도에 뭔가 알 수 없는 절실함이 섞여있는 듯한 느낌이다.


"목녀~ 이거"

"아! 고마워요 희택 형제"


나는 그녀의 기도가 끝나자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넨다. 어찌나 울었는지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에스더 목녀, 무슨 기도를 그렇게 신들린 듯이 합니까?"

"네... 오늘따라 기도가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네요"

"난 참~ 이해가 안 되네요 그냥 마음속으로 기도하면 되지 왜들 그렇게 울부짖으며 기도를 하는

건지... 뭐 하나님이 귀가 안 좋은가? 모든 걸 다 보시는 하나님은 속으로 말해도 다 들으실 텐데 말이죠 하하하"


교회 예배당에서 사람들은 음성과 울음을 함께 토해내며 기도하는 이가 많다. 그들은 뭔가 가슴 속에 맺힌 한풀이를 하듯 기도한다. 과거엔 그런 그들의 모습들이 거북하고 무섭기까지 했다. 하나님은 내 안에 있는데 왜들 저리 밖으로 외쳐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들에게 하나님은 자신 밖에 있는 존재인 것인가? 하나님이 하늘 위에 앉아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기에 그들은 더욱 저리 울부짖으며 찬양하고 기도하는 것인가?


하나님의 호통이 무서워서일까? 만약 하나님이 내 안에 거하시고 항상 나와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나의 평소 말과 행동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에 삶에 어긋남이 없지 않을까? 그들은 아마도 자신의 죄와 과오를 입으로 내뱉으며 자신에게서 그것들을 털어내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하나님은 모든 죄를 사하여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예배당에 앉아 죄를 용서받고 또 세상으로 나아가 또 다른 죄를 짓는 것이 아닐까? 죄를 짓고 죄를 털어내는 과정을 통해 또 다시 죄를 짓는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간다. 마치 교회에 나와서 기도하고 예배하는 것이 정죄(淨罪)하는 과정인 것처럼 살아간다.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얻었어요. 그래서 내가 이곳에 온 거에요. 그 분의 사랑을 전해주려고요]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준이 어머니한테 우리 하나님 아버지 이야기를 듣게 되다니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감사하게도 저 같은 놈에게 손 내밀어주시고, 제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죄를 용서해 주셨다구요? 내가 당신을 용서하지 않았는데 누가 당신을 용서했단 말이죠?]


- 영화 [밀양] 중에서 -


얼마 전 봤던 어느 영화 속에 아들을 죽인 살인자가 하나님을 만나서 새 삶을 얻었다. 그리고 그 어머니도 하나님을 만나 죄인을 용서할 용기를 얻었다. 죄인을 용서하기 위해 감옥에 갇혀있는 그를 찾았다. 그런데 그 죄인은 이미 용서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는 왜 우리의 죄로 인해 고통 받은 당사자들에게 죄를 용서받지 않고 왜 하나님께 먼저 용서를 구하는 것일까? 용서를 받는 순서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우리는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먼저 씻어내기가 급급한 것이다. 타인의 고통과 아픔은 그 다음 문제이다. 그렇기에 하나님에게 자신의 죄를 먼저 고하고 털어낸다. 내가 살고자 신을 찾는 것이다. 그게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에스더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매번 그리 죄를 용서해달라고 하는 거예요?"

"예?! 우리는 모두가 죄인이예요. 우리 모두는 원죄를 가지고 태어났죠,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것도 다 우리들이 죄를 용서받게 하기 위함이죠"

"휴~~ 또 시작이군요? 됐어요 쩝..."


에스더는 그런 식으로 나의 대화 의도를 피해 간다. 성경학 원론을 듣고자 물어본 물음이 아니다. 알면서도 항상 같은 식으로 반응하는 그녀가 답답하기까지 하다.


"희택 씨는 무슨 기도를 했어요?"

"유진씨가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했어요"

"아... 그렇죠... 유진 씨가 실종된 지 얼마나 됐죠?"

"이제 열흘 됐죠"

"정말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참! 희택 형제 우리 집에 가서 밥 먹고 가요"

"아녜요 저 볼일이 좀 있어서"

"무슨 일요? 집에 청국장을 끓였는데 먹고 가요"

"유진 씨 기숙사에 좀 가보려고요"

"거기 왜요?"

"룸메이트 좀 만나보려고요 뭔가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아... 그래요?"


나는 유진 씨의 기숙사 아파트로 향했다. 아파트 입구 논두렁길 위에는 얼마 전 내린 폭우로 가로등이 파손되어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변이 논밭이라 불빛이 없어 가로등이 꺼지면 정말 칠흑 같은 암흑으로 변해버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녀의 집 앞으로 걸어간다. 또 그 배불뚝이 아저씨와 마주친다. 그는 여전히 사각팬티에 슬리퍼를 신고 담배를 꼬나물고 있다. 한가지 달라진 점이라면 서늘해진 날씨 때문에 누런색 군용 깔깔이(내피)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오~ 형씨 또 보네!"

"아... 네.."

"으따 정말 징하구마이, 리얼러브여 큭큭큭, 근디 그 짝만 레알 러브는 아닌가부러? 그 아가씨 남자가 그 짝만 있는 건 아닌 듯 헌디... 큭큭큭"

"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자는 자고로 뭐니 뭐니 해도 머니 있는 남자헌테 가게 돼 있는 법이지라 큭큭, 세상은 사랑만으로 살아가기에는 좀 거시기 허잖어!"

"도대체 무슨 말씀이에요? 뭔가 알고 있는 게 있으신 거 같은데 얘기해주세요"

"내가 봤지라, 아마 그기 마세라티 기블리였지! 여서 그런 차 참 보기 쉽지 않은데 말이여! 나가 고급 손세차를 오래 해서 웬만한 고급차들 후미등만 봐도 딱 감이 오걸랑, 그 차는 워낙 보기 힘든 차라 긴가민가 했지, 비도 억수같이 쏟아지고 또 가로등도 다 꺼져서 뭐 후미등이랑 전조등 불빛만 희미하게 보이니 근데 그 차에서 그 아가씨가 내리더라고"

"정말이에요? 그렇게 비도 오고 불빛도 없는데 어떻게 알아보셨어요?"

"나가 아침에 그 아가씨 나갈 때 마주쳤더랑께, 그 때 입은 노란색 원피스가 기억이 났거든, 뭐 나가 웃으믄서 바나나 같네라고 혼잣말했더니 고것이 들었는지 내 바나나를 걷어차기 전에 바지나 입으라며 뭐라 커데... 알고 보니 무서운 년이었어 고년이, 뭐 하여튼 그 노란색 원피스가 분명했어"

"그래서 같이 있는 사람도 봤어요?"

"아니~ 그년이 문을 열고 나와서는 비를 쳐 맞으면서 운전석을 한참 동안 쳐다보더라고 그러고 다시 차에 타더라고..."

"그리고는요?"

"그리고? 그게 다야, 뭐 한참 동안 차 안에서 뭐 떡을 치는지 나오지도 가지도 않고 있더라고 비만 안 왔음 내려가서 떡 치는거 구경이라도 하는 건데 큭큭큭"

"..."

"어이 형씨! 아따 얼굴이 썩어부렀네 쩝... 힘내더라고! 뭐 세상에 여자가 거 하나 뿐이여 널린게 여자여"


그녀는 내가 찾아오기 전에 누군가를 만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녀가 만난 누군가는 그녀가 사라진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 마세라티 차속에 누가 있었던 것일까? 그녀는 내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많은 것 같다. 사랑을 하면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고 싶고 공유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때론 그것들을 공유하면 그 사랑이 깨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존재한다. 그래서 사랑은 때론 상대방의 과거와 상처를 가려주어야 한다. 현재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과거의 사랑과 기억들을 덮어주어야 한다. 과거가 계속 현재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글쎄요? 유진씨랑은 기숙사에서 거의 마주칠 일이 없어서요, 저도 요즘 설계 업무가 너무 많아서 거의 매일 야근이고 들어오면 자기 바쁘거든요, 뭐 집이 대전이라 주말엔 집에 가서 월요일 아침에 바로 출근하고 하니 거의 볼일이 없더라고요, 유진 씨가 또 말수가 많지 않아서 얘기를 많이 나눠본 적도 없어요"

"아 그렇군요, 혹시 유진씨가 누굴 데려오고 한 적은 없나요?"

"아뇨, 항상 방에 혼자 있는 거 같던데요, 아! 근데 최근 들어 늦은 밤에 자주 밖에 나갔다 오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요?”

“밤마다 누가 찾아오는거 같더라구요, 아마도 남자가 생긴 거 같은데… 그게 희택씨 아녔나요? 큭큭”

“네? 아뇨, 전 아닌데요”

“그럼 도대체 그 시간에 누굴 만나러 나간거지? 회사 여직원들 사이에선 희택씨랑 유진씨랑 뭔가 있는 거 같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하하하 둘이 사귀시는 거 맞죠?”

“아…니 그건 아니구요”


회사라는 좁은 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은 사내에서 벌어지는 업무 이외의 일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어있다.특히, 그것이 이성에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런 루머는 여자들 사이에서 더욱 빠르게 퍼져나간다. 유진의 룸메이트에게서 그녀의 행적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녀의 숙소를 찾아왔지만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듯 보인다.


"죄송한데... 유진씨방에 좀 들어가 볼 수 있을까요?"

"수색영장 들고 오셨어요?"

"예?!"

"하하하 농담이에요, 얼마 전에도 경찰들이 들이닥쳐서 유진씨 방을 보고 갔거든요, 희택 씨처럼 이것저것 물어보고"

"아 그랬군요"

"들어가 보세요 뭐 훔치고 할 사람은 아닌 듯 하니 하하하"


그녀의 방에 들어선다. 방안 가득 익숙한 그녀의 체취가 느껴진다. 기분이 편안해진다. 잠시 눈을 감는다.

그녀의 체취와 창가로 비춰 들어오는 햇살의 온기가 마치 그녀가 바로 앞에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어~ 유진씨?"


그녀의 형상이 희미하게 눈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손을 뻗어 그녀에게 닿고자 한다. 그녀는 멀어진다. 난 눈을 뜨면 그녀가 사라질까 눈을 감은 채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간다. 다가가려 하면 조금씩 멀어진다. 닿을 수 없다. 손 끝에 잠시라도 닿아보려 손을 뻗어 한걸음 한걸음 그녀에게 다가간다. 손가락 끝에 딱딱한 무언가가 닿은 느낌에 눈을 뜬다.


"The little prince?!"


[어린 왕자] 영문판 책이다. 책장에는 여러 가지 책들이 꽂혀있고 뻗는 손 끝 중지에 닿은 것은 우연찮게도 그 책이었다.


'너는 장미에게 바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 장미가 그토록 소중해진 거야'


나는 나도 모르게 조용히 읊조린다. 그녀가 과거 어린 왕자 속 이 문구를 나에게 들려주며 나에게 적잖은 울림을 줬던 기억이 떠오른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 펼쳐본다.


"헉! 이게 뭐야?"


무심코 펼쳐 든 책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영문으로 인쇄되어 있어야 할 책장 안은 수기로 적힌 한글이 빽빽하게 적혀있다.


[ 5/26, 비행기 잘 뜰 날씨

사장님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마케팅팀으로 입사 후 해외 출장이 잦다. 내가 미국 출신이라서 일까 아님 같은 동문 후배라서 일까? 그가 미국 출장길에 오를 때면 항상 나를 대동한다. 내가 해외 마케팅 파트이긴 하지만 나의 위로 과장 그리고 부장도 있다. 그들의 영어실력도 Not bad 하다. 다른 직원들이 얘기로는 사장과 사원 둘이 출장 가는 건 내가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난 그게 뭐가 이상한가 이해하지 못했지만 한국 기업문화가 그렇단다. 사장은 나에게 젠틀(gentle)하다. 나와 단둘이 있을 때면 항상 영어로 얘기한다. 그는 회사에서 볼 수 없는 웃음과 미소를 나에게 보여준다. 그는 비즈니스 클래스이고 나는 이코노미이다. 그런데 그는 공항에서 티켓팅 할 때 나의 좌석을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해줬다. 덕분에 정말 편하게 왔다. 역시 사장이 좋긴 좋구나]


이 책은 그녀의 일기장이다. 나는 이러면 안되는 줄 알지만 멈출 수가 없다. 고개를 돌려 반쯤 열려있는 방문을 보고는 조용히 방문을 닫는다. 다시 일기장을 들여다본다.


[7/17, 날씨 is pretty good for picnic

미국의 전시회 참가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홀로 출장을 왔다. 사장도 지금 이곳에 있다. 얼마 전부터 그는 회사 직원들의 눈치 때문인지 나를 대동하고 출장 가는 것을 피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미국 출장을 가면 나는 그보다 며칠 전 혹은 며칠 후 출장 일정이 잡힌다. 사장에게서 문자가 왔다. 나와 그의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 교정에서 만나자고 한다. 그와 모교 캠퍼스에서 만났다. 그와 학교 안 편의점에서 산 두툼한 햄버거를 먹으며 캠퍼스를 거닐었다. 그는 과거 대학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듯 했다. 그가 말했다. 나와 있으면 좋다고 그의 눈빛이 씨리어스(serious)하다. 무언가가 잘못되어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어느 샌가 그녀의 일기장을 들고 의자에 앉아서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러면 안되는 줄 알지만 계속 빠져든다.


[7/18, 비가 내린다 like my mind.

사장이 늦은 밤에 나의 숙소로 찾아왔다. 그는 약간 술에 취한 듯한 모습이다. 그는 나에게 써든리(suddenly) 키스를 하려 한다. 나는 순간 팔꿈치로 그의 얼굴을 hit 했다. 그는 내가 태권도 유단자인 줄 몰랐을 것이다. 그는 균형을 잃고 얼굴을 거친 벽면에 부딪치고는 넘어졌다. 순간 임베레스(embarrass)한 나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의 얼굴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늦은 시간 그를 기숙사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얼굴을 소독하고 약을 발라주었다. 다행히 룸메이트는 주말 자신의 홈타운으로 가서 기숙사에 없었다. 거즈로 상처를 덮어주고 나니 그가 said sorry 했다. 나도 I said sorry too 했다. 그는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아버지인 회장의 기대가 그에게는 셰컬즈 (shackles, 족쇄) 같단다. 그는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를 안아주었다.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알 수 없는 심퍼시(Sympathy)가 느껴졌다. 그가 안정을 찾았을 때 나는 그에게 말했다. 회사를 다니기 힘들겠다고 그는 제발 떠나지 말라고 얘기했다. 앞으로 이러지 않겠다면서 나를 persuade(설득)했다. 그럼 나는 더 이상 그와 같이 있지 않게 해달라고 얘기했다. ]


[8/1, 대구는 덥다더니 too hot

인사팀으로 발령이 났다. 사장은 내가 했던 부탁을 반만 들어줬다. 둘이 있는 시간은 없지만 그가 그의 집무실로 가는 길목에 있는 인사팀으로 나를 옮겨놓았다. 그는 출퇴근 할 때마다 나의 책상 앞을 지나간다. 길거리에 떨어진 10센트짜리 동전을 바라보듯 무심한 표정으로 한 번씩 쳐다보고는 지나간다. 기분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이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다. 내가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 회사 안에 생겼기 때문이다. 전대리님이 얼마 전에 나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좋은 사람을 보고 싶으면 싫은 사람도 보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게 그게 직장생활이고 인생 살이라고…”


나는 처음에 그 말 Understand 되지 않았다. 왜 좋은 사람만 보면 되지 Why 싫은 사람을 봐야하냐고 Now I got it what that means.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다) 좋은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싫은 사람에게 싫다고 말하지 못한다.모든 걸 놓치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어른들의 마음은 dry해져 간다. 갑자기 또 어린 왕자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어른들은 이상하단 말이야”


또 보고 싶어진다. 말할까? 보고 싶다고? 그냥 아이처럼…]


그녀의 마지막 문장에 나의 가슴에 뭔가 알 수 없는 울컥함을 치밀어 오른다. 우리는 [어린 왕자] 속 이야기처럼 어린 아이의 눈과 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면서 살아간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아프면 아프다 슬프면 슬프다고 말할 수 없다. 좋은 마음도 싫은 마음도 아프고 슬픈 것도 모두 숨기며 살아가야 한다. 순수한 마음은 표현되지 못한 채 그렇게 조금씩 사라져 간다.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은 동심을 가졌던 그 시절을 그리워만 한다. 그 누구도 그 시절 그 때의 마음으로 돌아갈 용기를 내지 못한다. 어쩌면 진정한 용기란 어린 시절의 그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 왕자와 같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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