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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Oct 29. 2019

눈에 띄면 죽는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동물은 왜 인간을 피하는 것일까?


   한 무리의 새들이 잔디밭에 모여 모이를 먹느라 정신이 없다. 그들 곁으로 조심히 걸어가 본다. 나를 중심으로 새들은 방원형으로 퍼지면서 뒤뚱뒤뚱 도망간다. 내가 조금씩 빨리 다가가면 그들도 빨라진다. 닿을듯이 거리가 좁혀지면 하늘로 날아오른다. 나무 위에 올라앉아 머리를 갸웃거리며 나를 내려다본다. 내가 사라지길 기다린다. 내가 멀어지면 다시 내려와 모이를 먹는다. 물론 새들뿐만이 아니다. 가축(개, 소, 돼지 등)을 제외한 고양이나 기타 다른 동물들도 인간의 접근을 좋아하지 않으며 경계한다.

  

 왜 일까?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포식자로 등극한 인간은 수만 년간 다른 포식자들을 멸종시켜가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 과정에서 다른 동물들의 유전자에 인간은 위험한 존재라는 것이 각인되었다.


고기 맛을 알아버린 사피엔스


  인지 혁명을 통해 언어를 가지고 협동하며 날카로운 석기를 무기로 사용하며 불로 음식을 익혀 소화를 촉진시키고 추위를 견딜 수 있게 된 사피엔스는 다른 육상 포식자들의 가장 두려운 적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그들의 수렵생활은 결국 고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었다. 그것도 큰 놈들만 집중 공략해서 살육하는 동물 말살의 집단 사냥이 자행되었다.


  내가 있는 호주라는 나라는 인류의 무자비한 사냥으로 인해 황폐화된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드넓은 신대륙인 호주가 왜 이렇게 동물 종이 적고 대부분이 불모지와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위도상의 아프리카와 남미와 비교했을 때 더욱 심각한 사막화와 적은 동식물 개체의 수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음을 짐작케 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주장한다. 기후의 변화에 따른 동물 종의 멸종은 인류가 재앙의 씨앗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변명일 뿐이라는 것이다.


눈에 띄면 죽는다.


  45,000년 전 사피엔스가 호주 대륙에 나타나는 시기와 맞물려 다양했던 동물종과 식물종이 짧은 시간 안에 사라졌다. 처음 사피엔스가 호주에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 호주는 울창한 수림과 수많은 다양한 종의 대형 유대목(캥거루, 사자, 디프로토돈), 대형 나무늘보 등 서식했었다. 녀석들은 인간을 처음 만났을 때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서식했던 대형동물처럼 그들을 보고 도망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디프로토돈

   아프리카 남동부에서부터 시작해 유라시아로 퍼져나가는 동안 수많은 동족이 사피엔스에게 살육당하는 것을 보아온 동물들은 그들을 보면 도망치는 유전자가 발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라시아 대륙과 동 떨어져 있는 호주 대륙에 처음 나타난 인간을 바라본 대형 유대목의 포식자들은 조그맣고 나약해 보이는 인간을 피할 이유를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형 고기의 맛을 알아버린 사피엔스는 또 다른 새로운 고기 뷔페를 발견한 것이다. 무자비한 살육이 시작되었다. 사냥의 편의를 위해 울창한 수풀림도 다 불 질러 버렸다. 동물들은 몸을 숨길 곳을 잃어버렸다.(덩치가 커서 숨기도 힘들다) 결국 불에 강한 유칼립투스 나무만(호주의 산에는 하얀 줄기의 유칼립투스 나무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여기 어린이들은 나무줄기를 하얗게 그린다고 한다.)이 살아남고 수많은 종의 식물들이 사라졌고 그 식물을 먹고사는 초식동물들은 고기가 되거나 먹이가 없어 굶어 죽었을 것이다. 코알라같이 유칼립투스 잎만 먹고사는 종은 용케 살아남은 것이다. 대형동물들의 특성상 새끼를 많이 낳지 않고 임신기간 길다는 점이 인간의 살육 속도에 그들의 번식 속도가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 그들이 멸종한 가장 큰 이유이다. 800년 전 마오리족이 발견한 뉴질랜드 또한 그들이 정착하고 200년이 채 지나지 않아 그곳 대형동물이 대부분 멸종했고 조류의 60% 이상이 사라졌다.

메머드

 대형동물은 사피엔스에게는 무리의 주요 식량(단백질 공급원)이 되었을 것이다. 한 마리만 잡아도 무리가 며칠을 먹고도 남을 고기가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불로 익힌 고기를 빨리 소화시킬수록 사냥은 더 자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아시아 그리고 시베리아를 거쳐(추운 시베리아로 이동한 이유는 매머드라는 대형 고기의 유혹과 불과 가죽을 가져 추위를 견딜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낮은 해수면을 통해 알래스카를 넘어 아메리카 대륙까지 퍼져나갔고 그곳의 다양한 대형 생물종(검치 고양이, 대형 땅 나무늘보 등)들도 그 시기를 같이하며 사라졌다.

땅나무 늘보

큰 놈들의 반 이상이 사라졌다.


  농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전 세계의 인간 이상 크기의 육상의 대형동물의 절반 이상이 멸종했다. 인간은 지구의 생태계의 재앙이었던 것이다. 해상생물들은 육상 활동을 하는 인간의 공격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했다. 해양의 대형 포식자들은 멸종을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집행유예였을 뿐이다. 현재 산업과 과학의 발전으로 해양 개척과 오염이 진행되면서 해양 동식물도 빠르게 멸종해가고 있다.


  인간은 눈 앞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인류의 발전은 공존이 아닌 독식과 독존이다. 지구의 가장 큰 재앙이 바로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 죄책감으로 인한 과학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기 위해 많은 이들이 기후변화(빙하기의 도래)로 인한 고대 생물들의 멸종을 주장하지만 그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


  현재 사람 크기(45kg 이상) 이상의 동물들은 대부분이 멸종위기 동물들이다. 그나마 인간들이 보호동물로 지정해 관리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일찌감치 사라졌을 종들이다. 그들도 인간들의 욕심과 자연파괴 그리고 인재(人災)를 통한 기후변화 등으로 멸종의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제는 서로 죽이기 시작한다.


 농업혁명을 거치면서 안정된 식량의 공급과 잉여 생산물은 인류는 폭발적인 인구의 증가를 가져온다. 수많은 대형 동식물들이 사라지고 이제는 서로의 생산물을 탐하기 시작한다. 서로 간의 살육이 시작된다. 잉여물은 재산이 되고 재산은 약탈과 사냥의 대상이 된다. 비옥한 농경지와 삶의 터전은 인간이 인간을 죽여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가져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문명의 발전은 또 다른 문명의 소멸을 가져온다. 인간은 본래 탐욕스러운 존재이다. 눈 앞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행한다. 먼 훗날 100년~200년 뒤에 인류가 어찌 되건 지구가 어찌 되건 중요치 않다. 역사는 그렇게 서로를 죽이는 과정을 적어온 기록이다. 부흥과 멸망, 정복과 침략을 반복하며 나와 가족 더 나아가 나의 민족을 위해 다른 이를 죽이는 기술을 발전시켜 나간다. 결국 지상 최고이자 최악의 무기인 핵까지 발명해 내었다. 그것 이상 강력한 무기를 가진 적은 없었다. 핵을 가진 자들은 못 가진 자들이 가지길 원치 않고 못 가진 자들은 그걸 가지고 싶어 한다.


  이제는 한 방으로 끝내버릴 수 있는 버튼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다. 탐욕적인 인간은 과거 시험을 통해 그 위력을 입증했고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고 그 후유증으로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일본의 원폭 투하) 그 보다 더 강한 핵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인지하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제아무리 강력한 미국도 북한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건 그 버튼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던가?


  승자 독식의 세계 위계질서 속에 사피엔스들의 전쟁이 진행 중이다. 이제는 강한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지구는 이미 사피엔스들에 의해 모두 정복되었다. 세계 어디든 사피엔스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다. 이제 파이는 정해졌고 뺏어야 한다. 아니면 그 옛날 콜럼버스가 신대륙 탐험을 떠나듯 우주 밖으로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서야 한다. 강대국들이 우주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기에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탄생했던 것처럼 우주를 선점하는 나라의 사피엔스가 미래의 강자가 될 것이다.


  세계의 수호자임을 자칭하던 미국도 트럼프 집권이후 바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결국 자국 발전을 위해 지구의 환경따윈 관심없다는 것이다. 경제발전=지구파괴인 것이다. 인류의 탄생과 발전은 결국 지구 생태계의 파멸를 가져왔다. 발전의 또 다른 말은 파괴이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 길어봐야 4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에 비하면 세발의 피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많은 것이 변했다. 어린 시절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고, 마스크없이 마음껏 공기를 마실 수 있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이었다.


  인류의 삶이 과학의 발전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보인지만 그 과정 속에 파괴되고 희생된 것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파괴되고 희생된 것들은 영구적으로 복원되기 힘들어 보인다. 역사의 기록으로만 남아 후세에 전해지지 않을까?


  사피엔스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과연 그 종착점은 잊혀간 다른 멸종 동물들과 다를 수 있을까?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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