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웠는지, 방석도 매트도 아닌 바닥에 누워있었다.
뽀닥뽀닥. 챱챱챱챱.
깊게 잠든 와중에도 이런 소리가 들리면 본능적으로 눈을 뜬다. 몸을 일으켜 침대 아래를 보면 세상에서 가장 순하면서 천진난만힌 얼굴을 한 두리가 꼬리를 흔들며 왕! 짖는다. 그럼 나는 바닥으로 몸을 가까이 숙여 두리에게 손을 내준다. 두리는 내 손을 핥고 약하게 깨물며 오도방정을 떤다. 7시간 정도 자느라 못봤는데 그렇게 반갑나? 1분 정도는 꼭 내 손에 아침인사를 하는데, 너무 이른 시간에 깼을 때에는 두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두리야. 좀 더 자자~" 하고 달래본다.
조용하길래 계속 낮잠을 자는 줄 알았더니. 일어나서 혼자 뒹굴거리고 있었다. 이때 두리의 반응은 두 가지이다. 알아서 자기 자리로 쫄래쫄래 자러가거나 내 침대에 올라가겠다고 왕왕 짖는다. 후자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내 침대로 올려주는데, 올리지 않으면 올려줄 때까지 짖고 두 발로 서려고 해서 내가 기겁하게 되는 상황이다. 모든 견주들이 그렇겠지만, 다리에 무리라도 가거나 잘못해서 크게 다칠까봐 걱정되어 바로 올려주게 되었다.
내 침대로 올라온 두리는 그다지 넓지도 않은 침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내 무릎 바로 옆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든다. 중간중간 자세를 바꾸느리 내 얼굴 쪽에 가까이 와서 품에 쏙 안기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신기하게 꼭 무릎 옆에서 자리를 잡는다. 그렇게 내 침대에서 한 시간 남짓 더 자고, 나도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면 본격적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행주로 만들어준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잠든 두리
원래 두리는 이른 봄까지 안방에서 잠을 잤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집에서 제일 시원한 동생의 방으로 자리를 옮겨주고 모든 방문을 활짝 열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두리는 아침마다 모든 방에 가서 아침인사를 해야 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안방 문을 닫고 잘 때에는 일찍 깼을 때면 꼬물꼬물 걸어가 엄마, 아빠 품에서 폭 잠들었는데, 동생 방으로 옮긴 뒤로는 일어나자마자 동생 방을 한 바퀴 쫄쫄 졸다 엄마 품, 아빠 품, 그리고 내 방까지 오는 순례를 마친다. 나는 재택근무를 하느라 평일에도 비교적 천천히 일어나도 되는 타입인데, 그걸 아는지 내 방에 가장 마지막으로 방문한다.
웅크려서 암모나이트 같은 자세로 자는 두리 아침만큼은 아니지만, 밤에도 두리 나름대로 가족들에게 하는 인사가 있다. 두리는 밤 10시 정도부터 슬슬 졸린 모습을 보인다. 졸릴 때에는 예민해져서 장난감을 더 거칠게 갖고 놀기도 하고, 가족들한테 성질을 부릴 때도 있다. 얌전하던 두리가 갑자기 거칠게 나오면, 가족들 모두 잘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조명을 하나씩 낮추기 시작한다. 거실-안방 순으로 불을 먼저 끄고 TV 소리도 작게 낮추면, 두리는 이곳저곳을 왔다갔다 하다가 거실 쇼파 쪽에서 가만히 뒹굴거리기 시작한다. 늦게까지 일이나 과제를 하는 경우가 많은 나와 동생방이 가장 마지막으로 불이 꺼지는데, 두리가 자야하다보니 보조등을 켜두고 일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불이 전부 꺼지고 두리가 잘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두리는 아예 자기 자리로 꿈뻑꿈뻑 가서 잠을 청한다. 그때마다 두리한테 코 자야지~라고 말하면 그 자리에서 가만히 멍때리다가 자기자리로 가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가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장소에서 잠드는 경우도 있다. 모든 반려동물이 마찬가지겠지만, 두리의 자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깨우기라도 할까봐, 잠든 곳에서는 발걸음도 최대한 죽이고 조용히 있게 된다. 그러다 인기척에 살짝 깨서 가물가물한 상태로 쳐다보는 모습은 저절로 앓는 소리를 나게 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어느 정도 말귀를 알아 듣고 눈치도 있어, 더 자도 괜찮겠다 싶으면 다시 푹 자는 모습은 영특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주말에는 같이 늦잠 좀 자자! 이 글을 올린 토요일인 오늘도, 나는 두리가 아침 인사를 하겠다고 온 7시에 눈을 뜨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