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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y Carraway Sep 03. 2021

강아지 두리가 내 걱정을 한 것 같다

우리 모두아프지 말아야겠다

정말 '오두리 헵번'이라는 이름 같이 생긴 두리. 그동안 많이 컸죠?


 며칠 전, 운 좋게 잔여백신을 잡게 되어 예정일 보다 일찍 접종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기저질환이나 복용 중인 약이 없어 특별히 주의하거나 크게 아프진 않았다. 다만 접종 후 이틀 정도는 몸살 기운이 있다 보니 온몸에 힘도 없고 피곤함이 역력했다. 재택근무 중이라 컨디션을 조절할 수도 있고, 업무도 많지 않아 천천히 일했지만, 퇴근 시간대가 되면 녹초가 되어 그대로 누워만 있었다.


 가족들과도 접종 기간이 마침 전부 다르기 때문에 집에서 골골대는 사람은 나 혼자만 있었다. 덕분에 다른 가족들이 두리를 케어해주고 있었지만, 두리는 늘 같이 놀던 내가 방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나와서도 몇 번 쓰다듬어주는 것 밖에 못하니 이상하게 느꼈던 것 같다. 평소 같았으면 내 앞에서 찡찡대고 고집도 부렸을 텐데, 그런 기색도 없이 나를 가만히 놔두고 있었다.


 접종 후 2일차의 밤, 저녁을 먹고 나서 너무 피곤한 나머지 그대로 계속 잠만 잤다. 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난 후에는 이미 자정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씻기만 하고 다시 자려했는데, 두리가 평소와 다르게 내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내 침대 옆에 낮잠용 방석을 두고 재우려 했는데, 새벽 2시 정도 되었을 무렵까지 두리는 잠을 어설프게 잤다. 나도 그때까지 애매하게 피곤한 상태라 계속 자다깨다 하던 상태라 두리가 그때까지 있었던 것을 알고는 있었다. 편하게 평소 자는 곳으로 갈 법도 한데 말이다. 아침에 바깥 소리에 깼는데 그때 두리는 자기 방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분명 내가 잠들기 직전까진 있었는데 말이다.


 알고보니, 두리는 내가 푹 잠들어서 뒤척이는 기척이 없었을 때가 되어서야 늘 자던 자기 자리로 천천히 돌아갔다.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가 두리가 그때까지 내 방에 있다가 동생 방으로 가서 잤다는 말을 해주셨을 때 많이 놀랐다. 밤중에 두리가 같이 있어준 덕분인지, 접종 3일쨰부터는 매우 쌩쌩하고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두리가 왜 그날따라 내 방에서 자겠다고 고집을 부렸는지 모르겠다. 내 얼굴을 많이 못 봐서 속상했던 것인지, 내 상태가 안 좋은 것을 알고 걱정이 되어서 그런 건지 이유는 전부 모른다. 두리가 직접 말해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아주 원초적인 이유를 생각한다면, 내가 뒤척이는 소리에 못참겠다! 하고 원래 자리로 돌아간 것일 수도 있지만, 두리가 평소보다 더 얌전하고 조용했던 것은 사실이라 그런 쪽으로 생각해보고 싶다. 그래도 두리가 걱정하느라 얌전한 것 보다는, 평소처럼 까불거리고 발랄한 모습이었음 좋겠다. 진짜 내 걱정은 아니었음 좋겠다.


 내 방에 두리 방석을 두고 잘 준비를 했을 때, 두리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누나가 어제 주사 맞아서 힘들었어. 많이 못놀아줘서 미안해." 라고 말했는데. 혹시 알아들었을까? 그래도 두리가 내가 힘들어하던 시간 동안 내 옆을 지키고 있었다는 게 참 사랑스럽고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 정말 두리를 두고 아프면 안 되겠다.

아프지마!는 아니지만 꽤 무서운 표정의 두리. 실제로는 내가 구석에 들어간 장난감을 꺼내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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