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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브래드슈 Mar 24. 2019

빗속에 우산이 들어온 날

내 인생 두 번째 남자


어젯밤, 내일 저녁에 비가 온다고 했다.

그러나 바쁜 아침 출근길에 그 사실을 기억해낼 리 만무하다.


퇴근길, 어김없이 비가 왔다.

이런 날은 일기예보가 얼마나 잘 맞는지.

이웃사촌 동료의 우산을 얻어 쓰고

집 근처까지 왔다.

집까지 씌워준다는 배려는 넣어두라고 하며,

천가방을 머리에 덮고 뛰었다.


그런데 불쑥.

빗 속에 우산이 들어왔다.


“우산 쓰세요”
   “아, 괜찮아요-“
“괜찮아요, 쓰세요.”
   “아, 고마워요~ 어디로 가세요?”
“태권도 가요”
   “네, 전 여기에요, 고마워요~!”


불쑥 들어온 우산에 깜짝 놀랐는데,

그 우산의 주인이 아주 잘 생긴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어린이라 더 놀랐다.

역시 태권도를 다녀서 예의가 바른가라는 생각이 들며 짧은 거리였지만 너무 고마웠다.


그러나 이 현실에 찌든 나란 녀자는

고마운 마음과 함께 어리둥절하며 가방이 잘 있는지 확인했고 그런 나 자신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로마에서 당한 소매치기의 학습효과인가...)


그리고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내 인생 처음으로 우산을 씌워줬던

친구가 생각났고,

그 친구를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

그도 태권도부였다는 생각이 났다.


그리고 다음 날

등원 준비를 하며 3살 아들에게

어제의 에피소드를 말해주며

비 오는 날에 비 맞고 가는 사람을 만나면

우산을 씌워주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들에게 꼭 태권도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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