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의 세포들

두근반 세근반, 연애와 함께하는 뇌세포의 모험

by 이정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연애가 아닐까요. 온몸의 감각을 총동원하는 건 물론 본의 아니게(?) 공부할 때보다 더 많이 머리를 쓰게 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 싶고, 걔는 뭘 좋아할까, 어떻게 하면 같이 있는 시간을 더 만들까, 언제 어디까지 진도를 뺄까, 이러다 내게 싫증 나면 어떻게 할까 등….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다섯 가지 감정 요정들이 열한 살 소녀 라일리의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했지요. 그런데 그 요정들은 라일리의 몸속 어디에 살고 있었을까요? 바로 머릿 속입니다. 우리 뇌는 감정에 많이 관여하니까요. 웹툰에서는〈인사이드 아웃〉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의 처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머릿 속 세포들이 따로 또 같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깨어나세요, 프라임 세포여!

오늘의 주인공, 유미의 머릿속 한구석에는 세포 마을이 있습니다. 그곳은 유미의 기분 상태에 따라 날씨가 변하며, 그곳의 세포 요정들은 매 순간마다 유미가 받아들이는 외부 자극에 대응하느라 늘 분주합니다.

유미가 머리를 굴리면, 세포마을 한가운데의 커다란 맷돌을 굴려 적절한 반응을 생각해내죠. 때로는 세포들끼리 의견이 엇갈려서 치고받고 싸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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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포 요정들 중에는 가장 강력한 세포인 ‘프라임 세포’가 하나씩 있다고 합니다.

사람별로 현재 집중하는 일에 따라 달라지는데, 유미의 프라임 세포인 사랑 세포는 현재 휴식 상태. 유미에게는 3년째 남자 친구가 없거든요.

물론 썸남은 있습니다. 유미보다 한참 어린 다른 부서 후배, 우기.

그런데 우기도 과연 나를 좋아할까? 유미는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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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축제가 열리는 날, 유미는 우기와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되죠. 둘은 많이 가까워지고, 유미의 심박수가 올라간 덕분에 프라임 세포가 멋지게 부활합니다! 세포 마을도 덩달아 축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다음날 점심시간, 우기는 말할 게 있다고 부릅니다.

혹시나 했는데…. 우기가 괜찮은 사람을 소개해주겠다고 합니다.

덧붙여 우기는 유미에게 자신의 비밀을 고백했는데…. 그것은 비밀입니다.

다행히 마음의 준비 덕에 프라임 세포가 다시 휴식기에 들어가는 건 막았지만 실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죠.


그렇게 소개팅에 나온 상대는 게임회사에 다니는 ‘웅이’. 내키지 않던 소개팅이기도 했고 첫인상도 별로 맘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대를 안 해서인지 몰라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변화는 웅이 쪽에 먼저 찾아옵니다. 소개팅 이후 유미가 한시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게 되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계기가 그들을 본격적으로 이어주게 됩니다.


의미없는 세포는 없어

유미의 매 순간들에 공을 세우는 세포가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일단 프라임 세포인 ‘사랑 세포’가 교통정리 역할을 맡지만, 상황에 따라 나머지 세포들이 돌아가며 활약합니다. 유미의 논리력을 맡은 ‘이성 세포’, 여린 감성과 과격함(?)을 동시에 지닌 ‘감성 세포’, 약속이 있는 날에는 ‘패션 세포’가 그녀의 스타일을 책임집니다. 상대가 한 말의 의도를 추리하는 ‘명탐정 세포’, 하루 세끼 외에도 24시간 먹을 생각뿐인 ‘출출 세포’….

연애 중에는 유미 머릿속의 청소년 관람불가 담당, ‘응큼 세포’도 빠질 순 없죠. 단정한 유니폼의 다른 세포들과 달리 이 세포는 고의적인 하의 실종 패션 연출이 특징으로, 한때는 민폐로 여겨져 쫓겨날 뻔합니다.


유미의 변덕을 담당하는 ‘히스테리우스’ 얘기도 해볼까요. 유미의 스트레스가 넘쳐난 날, 히스테리우스는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그렇다고 히스테리우스가 쓸모없는 세포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히스테리우스의 힘의 근원은 스트레스와 화입니다. ‘참으면 병된다’는 말처럼, 스트레스를 풀어주지 않으면 몸이든 마음이든 최소한 한쪽은 황폐해지겠죠. 사람마다 스트레스 분출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분명 히스테리는 스트레스가 본격적으로 건강을 해치기 전의 최후 보루라할 수 있습니다.

세포요정들은 종류도 많고 개성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때로는 이들의 움직임이 정신없게 느껴질 법합니다. 그래도 보다보면 큰 원칙이 있으니, 바로 ‘유미의 행복이 최우선’이라는 것. 좋은 건 좋다고 표현하고, 싫은 건 싫다고 거절하는 것. 가장 단순하면서도 궁극적인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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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다 그렇지 않아

두근두근 연애가 시작되면서, 유미의 우선순위는 웅이가 1위로 올라갑니다. 그렇다면 웅이의 우선순위는 1위는 과연? 바로 웅이 자신입니다. 웅이 쪽 세포요정들의 말에 따르면, 웅이는 ‘1위를 자기 아닌 다른 사람에게 단 한 번도 내어준 적 없다고’.이러한 남녀 간의 미묘한 차이는 보통 연애할 때 절실히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글쎄요, 이 둘의 연애는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연애의 전개에 따라 바뀔 가능성도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요.

한때 여성 작가일 거라는 추측이 있었을 정도로 이동건 작가는 30대 여성의 심리를 상당히 현실적으로 묘사하여 많은 여성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창작물 속 여성 캐릭터에 대한 여성 독자들의 요구가 더욱 엄격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이례적이지요. 작가는 자신이 여성이 아니기 때문에 ‘여성 독자들이 원하는것’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여성 인물에 대해 특정 편견을 심어주지 않으려고 신경쓴다고 합니다. 에피소드를 다시 둘러보면, 이곳저곳에서 작가의 세심한 노력을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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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게도 작가의 이러한 의도와 다르게 전해진 부분도 있습니다. 작품 속 여성 인물들 간 대결구도, 이른바 ‘여성의 적은 여성’ 구도는 많이 생각하며 읽어야할 것 같습니다. 실제 현실에서 여성은 여성의 적이 아닌 친구인 경우가 훨씬 많거든요.

연애물에서 주인공 여성을 제외한 여성 인물들이 ‘진상’으로 나오는 걸 벗어나지 못한 것도 또 다른 아쉬움입니다. 회사 선배를 연애 경쟁상대로 간주하는 후배라던가, 아닌 척 다른 이와 연애중인 남자 동료를 가로채려는 도둑심보 등. 극의 재미나 갈등 요소를 위해 악역이나 망가지는 역의 등장은 필연입니다만, 문제는 미움받는 역할을 대부분 여성 인물들에게 떠넘긴다는 겁니다.

물론 작품의 아쉬운 점이 장점을 전부 깎아내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품은 때로는 작가의 ‘가치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창작을 하는 모든 작가들이 조심스러워 하는 부분이 아닐까요. 장르를 막론하고, 여성의 묘사는 현재 모든 창작자들에게 주어진 과제인 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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