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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천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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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 May 28. 2024

세상이 좀 더 친절해지면 좋겠어

느린 운전자를 위하여


마을에서 하는 작은 꽃축제에 가는 길이었다. 축제 주차장 가까이에 가자 왕복 2차선 도로의 한쪽에 차들이 늘어서서 2대가 교행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게다가 마침 종점에서 시내 방향으로 나오는 시내버스가 오고 있었다.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분이 빨간 봉을 앞뒤로 휘두르며 “뒤로 가, 뒤로 가”하며 내 차를 향해 걸어왔다.


뒤에 차가 따라오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을 때 시내버스 기사님이 짜증 섞인 손짓으로 오른손 검지를 펴며 왼쪽(내가 봤을 때는 오른쪽)으로 두 번 흔들었다. 왼쪽 주택가로 들어가는 좁은 길로 가라는 신호였는데 상황 파악이 안 된 내게는 ‘저것 봐, 저것 봐, 두 대가 지나가지도 못하는데 무턱대고 저렇게 들어오는 것 좀 봐’ 이런 말을 하는 손짓으로 보였다.


그때, 내 뒤에 따라오던 차를 안내하러 간 아까 그 주차요원이 뒤에서 소리쳤다


 “들어가, 들어가”


옆에 앉아있던 B가 말했다.


“여기 오른쪽 길로 들어갔다 나오라는 말 같아요”


그 말을 듣고 오른쪽 길로 들어가니 주택가 쪽 안에서 나오던 차가 멈춰 섰다. 내 뒤차도 따라 들어왔다. 시내버스가 지나간 뒤 뒤차가 후진으로 도로로 빠져나가고, 나는 남의 집 마당으로 후진을 했다가 전진으로 다시 도로로 나왔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뒤로 가, 들어가’라며 반말로 안내를 한 분도 검지로 까딱까딱 손가락질만 한 버스 기사님도 좀 친절하게 안내하면 안 되나?




마을 축제를 본 후 또 다른 볼일을 위해 신호가 많은 국도로 가던 중. 신호에 걸려 맨 앞에 차를 세울 때마다 비상등을 켰더니 B가 말했다.


“선생님은 참 친절하게 운전하시네요”


(B는 운전 3개월 차이다. 운전 경력 30년이 다 돼가는 나에게 책과 유튜브에서 배운 잡다한 아니, 유용한 운전 상식을 알려주며 가끔 훈계한다. 잘 가고 있으니 내비게이션을 제발 그만 보라든가, 너무 느리면 오히려 위험하니 도로의 흐름에 맞는 운전을 하라든가, 여기서는 핸들을 꺾어야(풀어야)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내가 말했다.


“난 세상이 좀 더 친절해지면 좋겠어”  


주차 요원과 버스 기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물론, 황색불에서 빨간불로 바뀔 때 당연히 내 차가 빠르게 빠져나갈 줄 알고 뒤차가 속도를 낼까 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나는 멈추겠다는 의미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절대 훈계 아님)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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