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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 Jun 18. 2024

 백무동에서 장터목 산장까지

지리산 2박 3일 여행기 3

전날 "내일 아침 6시에 출발이야"라고 k가 말했다. 5시가 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나서 씻고 준비했다. 사부작사부작.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우리가 씻는 사이 k가 황태 누룽지죽을 끓였다. 도와줄거 없냐고 했더니 계란후라이를 해 달라고 했다. 아침을 먹는데 부엌 창문으로 해가 뜨는 게 보였다. 일기예보를 통해 이번 지리산 등반에서 천왕봉 일출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진을 남겨놓고 싶었다. 죽을 먹다 말고 벌떡 일어나 사진을 찍었다.


등산 장갑을 못 챙겨온 나는 k에게 집에 목장갑 있으면 하나 달라고 부탁했다. k가 신발장에서 사용하던 목장갑을 찾아서 줬다. 장갑을 낀 채 이빨로 실을 물어 뜯어서 오른손 엄지와 검지가 장갑 밖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사진을 찍을 때 마다 장갑을 벗을 순 없기 때문이었다. 지하주차장에서 출발할 때 시계를 보니 딱 6시였다.


7시 40분경 백무동 터미널 주차장 도착했다.  백무동 입구에서 7시 50분부터 걷기 시작하여 4시 30분 장터목에 도착하기까지 10.64km를 걷는데 8시간 40분이 걸렸다. 24,457보. 걸은 시간에 비해 걸음수는 많지 않았다. 그만큼 힘든 구간이었다는 뜻이다.




장터목산장은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1층에 좋은 자리를 배정받는 듯 했다. 늦게 도착한 우리는 2층에 따로 우리끼리 써서 좋다고 했지만 소등후에야 그 자리가 얼마나 불편한지 알게 되었다. 핸드폰을 충전하는 곳은 여자 숙소와 남자 숙소 앞에 있었다. 1층 제일 안쪽에 배정받은 사람 옆 벽에 콘센트가 있는 것이 보였다. 세석 산장 가기 전에 무릎보호대도 등산 스틱도 없이 혼자 올라가며 우리와 인사를 나눈 분이 그 자리에 누워서 쉬는 걸 봤다. 충전기를 들고 두리번거리던 나와 눈이 마주치자 벌떡 일어 나더니 자기 자리에 와서 충전하라고 했다(1층 제일 안쪽 충전할 수 있는 자리, 1등으로 도착한 거라 짐작됨). 밖에 있는 충전테이블로에서 하겠다고 했다. 그분도 쉬고 싶을텐데 번거롭게 해드리고 싶지앓았다.


탈의실이 있었으나 남녀공용이라 되어 있어서 이불대용으로 가져온 무릎담요로 가리고 2층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씻거나 양치질 하는 물이 따로 없었다. 클린징 티슈로 얼굴과 몸을 닦았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화장실은 생각보다 냄새가 심했고 청소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지만 어쩔수 없이 이용해야만 했다.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서 손 씻을 물이 없었다. 빗물을 모아서 손을 씻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외 테이블에서 지리산 능선 풍경을 보면서 저녁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밖은 바람도 심하고 추웠다. 우리는 취사장에서 하기로 했다. 취사장에서 k와 s는 김치라죽(김치, 라면, 햇반을 넣은)을 끓이고 b는 메론을 깎았다. 나는 옆에서 구경만 했다. 물, 햇반, 라면, 볶은 김치를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김치라죽은 빨리 먹고 눕고만 싶었던 그 순간 최적의 메뉴였다. 코펠 한 가득 김치라죽, 비닐 위에 메론 8조각. 만찬이 뚝딱 차려졌다.


짐을 줄이기 위해 그릇을 챙겨오지 않았다. 햇반통과 코펠 뚜껑에 김치라죽을 퍼서 먹었다. 조리대에서 서서 먹다가 나는 허리가 아파서 쪼그려 앉아서 먹었다. 그런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b가 옆에 쪼그려 앉아서 같이 먹어 주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구름 사이로 간신히 비치는 저녁놀 풍경을 바라보는데 가는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배정받은 2층에는 다른 팀들이 없어서 넓게 쓸 수 있었다. k가 내일 전주터미널까지 태워준다고 해서 백무동에서 동서울 가는 16:21분 버스표를 취소했다. 세명이라 취소 수수료가 5,400원이나 되었다.


9시에 소등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소등 전에 다같이 화장실에 다녀왔다. 종일 걸었으니 9시부터 푹 자겠구나 싶었다.






따뜻했던 아침 식사 / 부엌  창에서 바라본 일출 5:26


지리산 입구 7:57 / 7:58 / 7:59 백무동은 백명이 넘는 무당이 머물던 곳, 안개가 늘 자욱하게 끼어 있는 곳, 무사를 많이 배출한 곳이라는 설명이 있다.

 

초입 부분이라 길이완만하다. 나는 사진찍느라 맨 뒤에 따라 간다. 8:02 / 8:05 / 8:10


지리산에 사는새들의 울음 소리를 듣고 싶지만 사진만 찍어 놓는다. 너덜경 생성과정도 일단 찍어 놓고. 8:19 / 8:36


첫나들이 폭포에서 간식을 먹으며 10분 정도 쉬었다. 8:40 / 8:48


가내소 폭포의 전설  9:10


이런 모양의 나무계단과 돌계단이 이어진다 10:38


3시간 반 정도 걸었는데 5.2km 밖에 못 왔다. 11:22


여기서 부터는 자주색이다. 난이도 5단계(최하-하-중-상-최상)중 4(상)라는 말이다. 세석까지 900m 남았다. 11:42


세석까지 700미터 남았다. 세석대피소로 가는 길이 좀처럼 줄어 들지 않는다. 가파른 돌길의 연속이다. 650m를 이동하는데 47분이나 걸렸다. 12:08 / 12:55


햇반을 사서 장터목까지 들고 갈뻔 했으나 장터목에 확인 전화후 여기서 안삼 / 어느 순간 부터 보이지 않던 b는 12시 10분에 세석 산장에 도착했다고 함. 세석 산장 12:59


세석대피소 화장실은 감사하게도 깨끗했다. 화장실 다녀오고 밥 데워지는 동안 등산화를 벗고 누웠다. 12:59  /  1:13


멀리서 보고 그냥갈까 하다가 가까이 가서 누움. 갈길이 멀었다는 것을 아는 k가 서서 기다리다 노래 한곡(장사익의 찔레꽃)을 틀어주고 우리가 일어나기를 기다림. 촛대봉 2:13


장터목 2km 남았다. 2:46 / 세월의 흔적과 바람의 세기를 짐작케 하는 고사목 3:05


연화봉 가는 길 3:43 / 3:50 / 3:54


연하봉 4:04


 장터목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에서 걸어온 길 돌아 봄 4:30


왜 이렇게 높은 곳에 장이 섰을까? 장터목 유래  4:32 / 화장실 가다가 본 천왕봉 가는길 4:35


늦게 도착하여 이층에 배정받았다. 모두들 이런 자세로 쉬고 있었다. 4:48 / b가 에어매트에 바람을 넣고있다 5:03


라면 2, 햇반 2, 볶음 김치로 만든 김치라죽 5:46


장터목에서의 일몰 6:35 / 9시 소등전 화장실 갈때 본 야경 8:35


그 밖에 설명이 필요없는 지리산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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