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1코스 걷기
서울역에서 6시 56분 출발하여 9시 38분에 부산역에 도착하는 ktx를 탔다. 부산역에 내려서는 부산역 정류장에서 27번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간 후 오륙도스카이워크 정류장에서 내렸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도 오륙도스카이워크 가는 길도 카카오맵을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11시쯤에 도착하여 오륙도 해파랑길 관광 안내소 근처를 둘러보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야생화 사진을 찍고 계셨다. 무엇을 찍으시냐고 여쭸더니 털머위라고 했다. 그분을 따라서 털머위 사진도 찍고 오륙도 홍보관에서 오륙도의 생성과정에 대해 둘러보며 기다리는데 배가 고팠다. 주변에 식당은 보이지 않았고 오륙도 해파랑길 관광 안내소에 붙은 작은 편의점이 하나 있었다. k는 12시쯤 도착했다.
길이 16.9km, 소요시간 약 6시간 30분, 난이도 보통.
두루누비에서는 해파랑길 1코스를 이렇게 안내하고 있다. 어두워지기 전에 1코스를 끝내려면 서둘러야겠다는 마음에 가까이 보이는 아파트 근처의 식당에 가지 않고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라면이 먹고 싶긴 했으나 배탈 날까 겁이 난 나는 강된장 보리 비빔밥을 먹고 k는 왕뚜껑을 먹었다.
해파랑길의 시작을 알려주는 1코스 스탬프함은 해파랑길 관광 안내소 바로 옆 이기대 올라가는 입구에 세워진 코리아 둘레길 안내도 옆에 있었다. 거기서부터 시작인 줄 알고 걸어가려는데 k가 해파랑길을 다녀온 사람들이 해파랑길을 시작하며 한반도 지도 있는 곳에서 사진 찍은 걸 봤다고 했다. 검색해 보니 오륙도 스카이워크 밑에 그 표지판이 있다고 되어 있어서 거기까지 내려가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나서 12시 30분경에 이기대 오르막길을 본격적으로 오르기 위해 배낭의 힙벨트를 채우고 나서 가슴 조임 벨트를 채우려는데 가슴 조임 버클이 쑥 빠져버렸다. 끈이 짧으면 더 풀면 되는데 단단히 끼우고 걷겠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힘을 줘 끼우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빠진 버클을 주머니에 넣고 걸었다.
가방 때문에 심란한 마음도 오전 내내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느라 힘들었던 것도 싹 잊게 해 줄 만큼 포근하고 맑은 날씨였다. 이기대 산길 오른쪽으로 펼쳐진 잔잔한 바다, 그 위에 반짝이는 윤슬은 눈이 부시다 못해 아플 정도였다. 출발 후 50분쯤 걷고 나서 농바위 전망대에서 가슴 조임 버클도 고치고, 농바위와 오륙도를 바라보면서 잠시 쉬었다.
보는 위치에 따라서 다섯 개로도 보이고 여섯 개로 보인다는데 농바위 전망대 쪽에서는 오륙도가 네 개만 보였다. 보는 위치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는 오륙도를 보며 사람도 오륙도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선 위치에서 보이는 것이 그 사람의 전부 일리가 없는데도 일부만 보고 전부를 본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내가 보는 나의 모습도 때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이기대를 걸을 때도 이기대를 벗어나 시내를 걸을 때도 곳곳에 해파랑길 표지판과 해파랑길을 알리는 리본이 달려 있어서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이기대를 지나 시내 쪽으로 내려와 걸을 때는 위쪽 지방에서는 보기 어려운 동백꽃이 많이 보였다. 위쪽 지방에서는 동장군과 싸우고 있을 때 아래쪽에서는 이렇게 붉은 동백꽃을 볼 수 있다니 따뜻한 남쪽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렇지만 부산 사람들도 한겨울 인제의 설경을 본다면 분명히 부러워할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광안리 해수욕장을 지나 5시 30분경에 해운대 해수욕장 근처에 도착했다. 해운대 해수욕장 옆에 동백섬이 코스에 있었지만 몇 년 전에 남편과 동백섬을 돌아본 적이 있어서 k가 간다면 나는 입구에서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다리가 아팠다. 같은 마음이었던지 k도 남편과 동백섬을 다녀왔다며 안 가도 된다고 했다. 하루 전날 부산에 미리 와서 자고 아침 일찍부터 걷기 시작했다면 힘들더라도 걸었을 텐데 둘 다 새벽에 출발하여 점심때부터 걷기 시작한 몸으로는 무리였다.
동백섬을 돌지 않고 바로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갔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인적이 드물고 고즈넉했다. 마침 해가 지고 있을 때라 앉아서 저녁놀도 볼 수 있었다. 하루 동안의 수고에 대한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수평선 위로 붉은 놀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등산화를 벗었다. 맨발로 해변을 걷는데 차가운 모래알 하나하나가 발바닥을 바늘로 찌르는 듯했다.
저녁을 어디서 먹을지, 숙소를 어디로 정할지는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정하자고 했기 때문에 미리 정보를 검색해 보고 오지는 않았다. 부산에 간다면 식초 한 스푼을 넣은 복국을 꼭 먹어봐야 한다는 직장 동료의 조언에 따라 복국집을 검색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금수복국 본점에서 저녁을 먹기로 결정했다.
식당을 찾아 걸어가는데 날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바닷가에 비치된 아기자기한 조형물에 빛이 들어왔다. 해운대 불빛축제 기간이었다. 밤바다와 모래사장 위의 불빛축제 조형물 풍경이 아름답긴 했으나 다리가 아파서 앉고만 싶었다. 사진을 몇 컷 찍는 둥 마는 둥 하며 식당으로 갔다.
복국집은 사람이 많았지만 조용하고 깔끔한 분위기였다. 맑은 복국을 시켜놓고 나오기를 기다리며 야놀자 앱으로 숙소를 검색하니 브라운도트 호텔 해운대점이 이벤트가 6만 원으로 위쪽에 떴다. 얼른 예약했다. (첫날 숙소 비용이 6만 원이라 이후 숙소 비용은 6만 원 내외 선에서 결정하게 되었다.) 잠시 후 복국이 나왔다. 새벽 6시에 집을 나와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오후 6시에 맥주 한 병과 같이 먹는 맑은 복국 맛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해운도 중동시장을 거쳐서 숙소로 가는 길에 귤 한 봉지를 사고, 숙소 주변의 편의점에 들러서 다음날 아침에 먹을 구운 계란, 빵, 생수 등을 샀다. 숙소에 들어와서도 k는 유난을 떨면서 침대에 누워 아프다고 엄살 부리는 나를 챙겨주었다. 숙소에는 스타일러가 비치되어 있어서 간단한 빨래도 말릴 수 있었다.
출발 전에 '무리하게 한 코스를 다 걸으려고 하지 말자, 힘들면 중간에 마무리하고 체력이 되면 다음 코스까지 넘어가서 더 걷자'라고 약속했지만 걷다 보니 목표지점까지 걷고 싶어졌다. 코스 종점에서 QR코드를 폰으로 찍으며 스탬프를 모으는 것도 성취감을 줬다.
걷는 동안 뒤에서 사진을 찍으며 따라가는 나를 보며 k가 뭔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냐고 했지만 풍경 사진을 생각보다 많이 못 찍었다. 사진을 찍다 보면 풍경을 덜 즐기게 되고, 풍경을 즐기다 보면 사진을 덜 찍게 된다. 사진을 몇 장 더 찍을 것인가 눈에 더 많이 담을 것인가 그것이 고민이다.
날씨도 좋았고 풍경도 좋았다. 서로의 이야기와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와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해파랑길 풍경을 눈에 담으며 걷는 시간이 좋았다. 떠나기 전에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하루 5-6시간을 매일 걸을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다치지 않고 무사히 1코스를 마쳐서 다행이다.
- 트랭글 기록 : 17.1km 6시간 57분, 773kcal (숙소까지의 거리 포함)
- 걸음 수 : 36,085보(집에서 나와서부터 걸은 걸음 포함)
- 날씨 : 맑음(3도~12도)
- 걸은 날 : 2023년 1월 15일
[해파랑길에서 만난 디카시]
오륙도는
보는 위치에 따라서
개수가 다르게 보인다
내가 아는 어떤 섬도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