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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에게 배우다

by 당근

나를 돌보는 마음 회복 직무연수에 다녀왔다. 전체 교직원에게 공람된 문서 중에서 제목에 이끌려 클릭했다가 신청하기로 마음먹고 참여한 것이다. 토요일 종일 진행되는 1일짜리 직무연수로 예술이 담긴 음식문화, 도심 속 역사 문화 산책, 삶의 쉼표가 되는 숲 체험, 숲 속 예술 활동과 치유라는 프로그램으로 짜인 연수 시간표만 보더라도 마음이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오전에는 강릉살맛나는중앙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에서 레몬청과 토마토 매실 절임 만들기를 하고 바로 옆에 위치한 강릉대도호부관아를 역사 전공 교수님의 해설을 들으며 둘러보았다. 점심 식사 후에는 대관령 치유의 숲에서 숲길 산책, 소나무 봉을 이용한 마사지, 싱잉볼 명상, 아로마오일 만들기를 했다. 그중 가장 좋았던 건 삶의 쉼표가 되는 숲 체험이라는 제목의 숲길 산책이었다.


지난주 주중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가서 이제 완연한 여름인가 했더니 비가 와서 바깥활동을 하기에는 쌀쌀한 날씨였다. 숲길을 걷을 때는 빗줄기가 오전보다 더 굵어졌다. 담당 연구사님 두 분은 버스에서 처음 인사할 때부터 비 오는 날 연수를 하게 된 것이 마치 자신들의 잘못이라도 되는 양 죄송스러워했다. 치유의 숲길 걷기는 젊은 해설사님이 동행을 했다.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느릿느릿 데크길을 걸었다. 수신기를 통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뒤쪽에서 따라갔다. 길지 않게 핵심만 짚어 알려주는 젊은 해설사의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 6형제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 해서 상수리나무, 껍질에 골이 참 깊게 파였다 해서 굴참나무, 잎이 커서 떡을 쌌다고 해서 떡갈나무, 신발 깔창으로 썼다고 해서 신갈나무, 갈색 잎이 늦가을까지 달려있다 해서 갈참나무, 잎도 열매도 가장 작은 졸병이라서 졸참나무라 한다고 했다. 그 밖에도 생강 맛이 나는 생강나무, 모기 퇴치에 좋은 산초나무, 빗자루 만드는 싸리나무, 낙엽송으로도 불리는 일본잎갈나무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셨다. 산에 가면 나무들 이름표를 유심히 보는 편이라 익히 알고 있던 것들도 있었지만 처음 듣는 것처럼 호응하며 따라 걸었다.


비옷을 입고 우산을 썼는데도 들이치고 튀어 오르는 빗방울에 바지 아래쪽이 흠뻑 젖을 정도였다. 전망대를 향해 가던 중 해설사님이 저기 위를 보라고 가리켰다. 모두 멈춰 섰다. 까만색의 큰 새 한 마리가 꼼짝도 하지 않고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올빼미라고 했다. 해가 떠도 비가 와도 자리를 뜨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서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면서 올빼미가 바라보는 곳으로 고개를 한 번 돌려 보라고 했다. 큰 나무의 갈라진 틈에 올빼미 둥지가 있었다. 어미 올빼미가 둥지에 있는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항상 그곳에 앉아 있다고 했다. 둥지와는 좀 떨어진 거리. 그곳이 둥지를 지키기에 딱 좋은 거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소란스러운 사람들의 소리에도 도망가지 않고 둥지를 바라보는 어미 새. 너무 가까이도 아니고 너무 멀리도 아닌 자신이 선택한 가장 적당한 거리에서 비를 맞으며 망부석처럼. 부모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라도 하려는 듯. 비를 맞아 추운지 나뭇가지 위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올라갈 때 올빼미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쉬워서 내려오는 길에 올빼미가 있는 곳을 찾아서 사진을 찍었다. 올빼미와 둥지를 좀 더 오래 바라보고 싶었지만 맨 꼴찌로 걷던 내 뒤를 따라오던 책임감 강한 연구사님을 생각해서 사진만 찍고 서둘러 내려왔다. 연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비를 맞고 있던 어미 올빼미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부모와 자식 간의 거리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저만치 떨어져서 늘 나를 지켜보고 계셨을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났다. 올빼미 새끼들도 어미가 비를 맞으며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아주 나중에서야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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