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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장로, 권사, 집사, 교사가 되었는데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by 닥그라

Intro


장로, 권사, 집사, 교사가 되었는데 도대체 뭘 해야하는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까 교회에서 장로, 권사, 집사 등에게 리더 교육을 해주는데 그게 현실적이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직분을 받은 이 사람들이 "그래서 뭘 해야 하는데?"라고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리더십에 대한 교육이 안 이루어진다면, 직분이 말 그대로 감투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기서 "감투"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이야기를 했다.


첫째로, 그냥 감투이다. 명목 상으로만 직분을 받은 거다. 친구들이 다 장로가 되었는데 나만 장로가 안 되었다고 "장로"라고 하는 타이틀을 그렇게 원하는 사람들이 한국 교회에 참 많다. 직분에 대해 명분만 있고, 책임감은 하나도 없는 경우가 참 많다.


둘째로, 권력이다. 리더가 해야 하는 게 뭔지 모른다면, "나 장로입네" 하고 권력 부리는데 쓴다. "장로가 말하는데" 같은 위력을 행사하는 것에 쓰인다.


예를 들어서 교육 부장이 되었다고 해보자. 교육 부장이 되면 실제 교사들의 애로 사항은 무엇인지 듣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학생들에겐 무엇이 필요한지 듣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내가 말하면 교사들이 그대로 순종해"라고 하는 군대식 권위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 내가 말하면 듣는다는 거다.


그렇다면 리더가 해야 하는 일은 뭐가 있을까? 미국 Calvin Seminary가 소속된 미국 CRC 교단에서는 TLT, 곧 Timothy Leadership Training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러니까 리더십 훈련이다. 여기에 소개된 7가지 자질이 교회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라 여겨져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디모데 리더십 훈련(TLT) 프로그램 상세 소개


디모데 훈련에 대해 좀더 설명해보자. 디모데 리더십 훈련이 처음 나오게 된 배경을 보면 이게 얼마나 현실에 뿌리 박은 훈련인지 이해할 수 있다.


칼빈 세미너리에서 공부하고 아프리카로 돌아간 학생들이 목사가 되어 교회를 목회하고 있었다. 칼빈 세미너리에서 그들을 방문하여 애로사항에 대해 물었는데, 대답이 이러했다.


교수님, 칼빈 세미너리에서 배웠던 신학 내용들이 참 좋고 깊었지만,
성도들에게 전혀 적용할 수가 없었어요.
성도들이 전혀 필요로 하지 않아요.


그래서 성도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만들기 위해 교수들이 눈물을 흘려가며 만든 것들이다. 좀더 설명해보자면, 설교학과 관련하여 열 권 분량의 책이 나왔는데 그걸 어떻게 성도에게 가르치겠는가? 그걸 30페이지로 줄이게 했다. 그러자, 중요한 것만 남기고 300페이지로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아프리카의 못 배운 성도들에게 가르치겠는가? 그래서 성도에게 필요 없는 내용들은 제거하고 또 제거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꼭 필요한 것만 남긴 것이다.


그러니까 평신도 리더가 꼭 알아야 하는 리더십 자질들만 남긴 책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그걸 기준으로 현실적으로 필요한 리더십 자질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3단계는 교회에서 거의 바로 쓸 수 있는 내용이다. 4-6단계는 한 부서나 목장 등을 맡았을 때 필요한 자질이다. 7단계는 지역 사회의 저명인사가 되었을 때 필요한 자질이다.


(참고로 이 훈련은 아프리카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사용중이다. 미국의 평신도와 사역자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일부 신학교에 개설되기도 했다. 교회 부교역자들에게 이 훈련을 시키는 교회도 있다. 그리고 이 훈련은 이론적 교육에 그치는 게 아니라 매주 실습이 존재한다.)




심방


디모데 훈련의 제1단계는 하나님의 백성 돌보기 (Caring for God’s People)이다. (디모데 훈련에서는 단계가 아니라 모듈로 표현하지만 나는 그냥 단계로 표현하겠다.) 심방과 상담이다.


나는 주일학교 교사들이 심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걱정하는 걸 여러 번 들었다. 처음 사역을 시작한 사역자들이 도대체 어떻게 심방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그러니까 신학은 알겠는데, 실제적으로 지금 내가 이 학생에게 어떻게 전화를 하고 어떻게 심방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신학생도 심방에 대해서 이렇게 두려워하는데, 일반 성도라면 오죽할까?


그런데 이 기술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1단계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필요한 훈련이다. 사람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심방),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경청과 상담)에 대해 한 번은 고민해봐야 한다.


즉,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사람의 필요를 알고, 그 사람의 상담을 받아줄 수 있는 자질을 키워야 한다.




재정관리


디모데 훈련의 제2단계는 기독교적 청지기론 (Christian Stewardship)이다. 쉽게 말해서, 어떻게 돈을 쓸 것인지, 어떻게 물건을 다룰 것인지, 어떻게 시간을 쓸 것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경에서도 보면 초대교회 때 재정 때문에 집사들이 뽑히지 않았는가?


안수집사가 되면 재정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교회의 직분자들이 되면 물건을 사고 교회에 청구하게 된다. 그런데 때로는, 안 써도 되는 돈을 "내 돈 나가는 거 아니니까" 막 쓰는 사람들이 있다. 교회 돈이니까 그냥 아낌없이 쓰는 거다. 그런데 교회 돈으로 인심을 베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재정부는 뒷목을 잡는다.


또한 리더가 되면 돈이나 시간을 쓸 줄도 알아야 한다. 남에게 베풀지 못하는 사람, 남을 위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리더를 하겠는가? 교회에서 요구하는 리더는 단순히 관료적이고 기능적인 리더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사랑으로 섬길 줄 아는 사람을 요구하는 거다. 비싼 걸 사라는 게 아니다. 집에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하거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살 수도 있을 거다. 중요한 건, 아무 것도 베풀지 않고 남을 생각하지 못하는 리더에게 과연 리더의 자질이 있냐는 거다.


즉, 권위주의적이고 보스 기질이 있는 사람에게 "너는 사랑으로 섬기는 자질이 있니?"라고 묻는다. 특히나 1단계의 심방과 상담에서 성도의 필요를 어떻게 듣는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 필요를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꼭 돈으로가 아니라도 말이다! 내가 가진 영적 자원, 영적 자질, 영적 달란트를 사용할 수도 있다.)


정리하면, 재정 관리 능력과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갈등 해결


디모데 훈련의 3단계는 상처에서 화합으로 – 가정 폭력의 극복 (From Harm to Harmony: Overcoming Violence in the Family)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과목을 보고 "미개한 아프리카에서나 아직도 가정 폭력이 있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지금 꼭 필요한 게 바로 갈등 해결 능력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고부 간의 갈등도 당연히 존재하며, 이혼숙려캠프와 같은 곳에서는 우리 시대의 부부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오은영 씨가 나온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가정 가운데 문제를 일으키는 자녀를 금쪽이라 부르며, 이게 얼마나 다루기 힘든 일인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가정 내에서의 갈등 해결만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교회의 절반이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할 정도로 온 교회가 갈등에 빠져 있다. 대한민국 정치도 좌와 우로 갈라져서 서로를 죽일 듯이 싸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 해결 능력은 지금도 우리에게 매우 유용한 리더의 자질이다.


사실 어느 단체에 가든 가장 힘든 게 바로 인간 관계이다. 특히 (교회가 아니라 하더라도) 교사나 팀장 같은 리더의 위치가 되면 가장 고역인 게 바로 서로 싸우는 두 사람을 중재하는 일이다. 이게 얼마나 힘든지, 목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교회가 분란이 일어난 교회이다.


그래서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 중재하는 능력,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은 리더에게 있어서 현실적으로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말씀 가르치기


디모데 훈련의 4단계는 성경적 설교학 (Biblical Preaching)이다. 교회의 리더가 되었는데 성경을 하나도 모른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교회에 다닌지 10년이 지났는데, 내가 오늘 읽은 은혜의 말씀을 어떻게 전할 줄 모른다면 그게 괜찮은가?


특히나 교회의 각 모임에서는 어떤 것을 결정할 때 그게 과연 성경적인 것인지 살펴봐야 할 때가 많다. 때로는 말씀을 가지고 위로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어떤 교회에서는 주일학교에 목사나 강도사, 전도사가 없어서 일반 성도가 어쩔 수 없이 설교를 해야 할 때가 있다. 특히나 지금처럼 부교역자 대란이 일어났다고 말할 정도로 부교역자가 안 구해지는 시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구역이나 목장에서 구역장이나 목자가 된다면 각 모임마다 간단한 예배를 드려야 할 때가 있다. 셀에서 큐티를 한다면 셀장이 인도를 해야 한다. 주일학교 교사가 되었다면, 아이들에게 공과를 가르치고 성경을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성경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즉, 성경 본문을 어떻게 깊이 연구하고, 어떻게 바르게 해석하며, 어떻게 전달하는지 배우는 것은 평신도 리더에게도 매우 중요한 자질이다.




교육 전략 세우기


디모데 훈련의 5단계는 기독교 교육론 (Teaching the Christian Faith)이다. 성경 공부를 다양한 연령과 배경에 맞춰서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을 배운다.


주일학교를 맡다 보면, 커리큘럼은 사역자 혼자 짜는 게 아니다. 결국 교사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숲을 보는 능력을 주일학교 교사가, 새가족부 리더가, 목장의 목자가, 제자훈련 리더가 기르지 못한다면 안 된다.


주일학교 부장이 되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 자질은 더욱 시급해진다. 유치부 아이들에게 예배 후 어떤 놀이를 시킬 것인가? 각 학년의 교사들에게 어떤 지침을 주어야 할 것인가?


또한, 교회에서 직분자가 되면, 실제로 사람들을 가르치고 훈련을 시키는 일을 안 맡을 수가 없다. 리더가 되었는데 언제나 사역자의 교육을 듣기만 할 건가? 받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가르칠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위에서 살펴보았던 심방하는 법, 갈등해결하는 법, 말씀 가르치는 법 등을 가르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새로운 리더를 키울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거다. 언제까지 물고기를 잡아줄 수는 없지 않은가? 물고기 잡는 법도 알려줘야지.


정리하자면, 주일학교 부장처럼 하나의 부서와 예배를 이끌어야 하거나, 주일학교나 공예배의 어떤 프로그램 기획을 맡게 되었을 경우 이 자질이 필요하다.




일과 예배에 대한 이해


디모데 훈련의 6단계는 일과 예배 가운데 하나님 찬양하기 (Praising God in Work and Worship)이다.


장로나 집사, 주일학교 교사가 되었다고 해보자. 이제 예배를 구성하고 섬기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예배에 대해서 모른다면 어떨까?


기독교인이라면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어떻게 찬양해야 하는지, 예배의 구성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등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리더가 되었다면 여기서 더 나아가 예배를 인도할 줄도 알아야 한다. 주일학교 예배든, 주일 공예배든이제 섬기는 입장에서 알아야 한다는 거다. 교회에서 외부 단체를 지원해주면서 예배를 인도해야 할 수도 있다. 단기 선교를 나갈 수도 있고, 수련회를 기획해야 할 수도 있다.


나는 많은 주일학교 교사들이 예배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기에 사역자에게 그냥 맡기기만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생각은 있지만 전혀 성경적이지 않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지금 내가 예배에 대해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는데, 예배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는데 예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끔찍할 수 있다.


또한, 사회에서 받은 소명과 교회에서 받은 소명을 하나로 통합할 줄 알아야 한다. 교회 나오면 세상 사람처럼 사는 이분법적이고 선데이 크리스찬의 삶을 살면 안 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받은 내 직업적 소명도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공예배를 이끌거나 기획해야 하는 장로나 안수집사들, 직장과 예배 사이에 괴리감을 느끼는 목원이나 셀원 등에게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알려줘야 하는 목자나 셀장에게는 일과 예배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할 수 있다.




교회 바깥에서 리더십 세우기


디모데 훈련의 7단계는 지속적 개발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 (God’s Pla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이다. 지역 사회에서 리더십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니까 교회에서만 내가 받은 은혜를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도 내가 받은 재능을 환원하고 기부하는 것이다.


교회가 자기만 생각하고 교회 바깥을 외면해서 되겠는가? 그리스도인이 교회만 위할 줄 알아서 되겠는가? 물론 이것은 CEO나 교회 리더, 시장이나 시의원, 국회의원, 어떤 단체의 리더 등 사회에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이긴 하다.


그러나 발언권이 생기고, 사회에서 리더십이 생길 경우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나에게 어떤 권한이 주어졌는데, 이걸 가지고 어떻게 지역 사회를 이끌고 끌어가야 하는지 모르는 거다. 그래서 7단계의 경우에는 나이가 들고 원숙하지 않은 이상 매우 소수의 사람에게만 필요한 자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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