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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과 채찍 Dec 13. 2020

우리는 대화에 쌓여있다.

배움이 있는 대화는 어떻게 해야할까?

소리가 귀를 비집고 들어온다. 아침이다. 더 자고 싶었지만 졸린 눈을 비비면서 일어난다. 거실로 나가니 어머니는 식사 준비 중이다. 가볍게 아침 인사를 나눴다. 출근 준비를 하고 식탁에 앉아서 어머니와 함께 아침을 먹는다. TV에서 연근이 제철이라고 연근 음식을 했다고 이야기하신다. 그 이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사람이 붐비는 버스에 올라서 직장으로 향한다. 출근하면서 같은 팀원에게 인사를 하고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다. 아침부터 다른 부서, 고객, 상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전화를 했다. 회의도 몇 차례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퇴근 시간이다. 이미 몸은 피곤하지만,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발걸음을 약속 장소로 향했다. 시끌벅적한 식당에서 맥주를 마셨다. 직장 생활, 자동차, 다양한 사회 이슈, 옛 시절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 대상도 다양하다. 정보 전달, 설득 하기, 단순 이야기 등 다양한 목적으로 대화한다. 대화는 사람을 기쁘게 만들기고 하고, 화나게 만들기도 하고, 애정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고, 즐겁게 만들기도 한다. 대화는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깊게 만드는 것도 대화를 통해서 이룰 수 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동할 수도 있다. 대화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서 깨달음을 주려고 노력하였다. 고대 그리스에는 진리가 사람이나 시대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하는 소피스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가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의 생각들이 틀리다고 생각하고 '산파술'을 통해서 '절대적인 진리'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산파술이란 질문과 대답을 끊임없이 진행하면서 진리를 찾는 방법이다. 소크라테스가 제자와 나눈 대화를 보면 산파술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소크라테스: 행복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제자: 많은 노예를 거느리고 풍족한 재물을 소유하는 것이 행복입니다
  소크라테스: 그런 것들은 우리의 육체를 만족시킬 수 있겠지만 우리의 영혼까지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겠는가?
  제자: 그럼... 아무 고통과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소크라테스: 사람이 편안해지면 오히려 나태하고 타락해지기 쉬운 법인데
  제자: 그렇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소크라테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남에게 해를 끼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방식으로 질문 - 대답 - 반문 - 대답 - 반문이라는 방식으로 대화하는 상대에게 진리를 깨닫게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산파술이라는 방법으로 대화를 진행하지만 결론에 이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리를 찾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지 결국은 스스로 찾도록 돕기 위해서다.




  대화로 가르침이나 진리를 깨닫는 것은 꼭 소크라테스가 필요하지 않다.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배경지식이 부족하거나,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면 깨달음에 이르는 대화하기가 어렵다. 평범한 사람도 깨달음을 얻기 위한 대화를 하는 좋은 방법은 독서 후에 대화를 하는 것이다. 책은 작가가 자신의 생각이나 지식을 일련의 방식으로 정리한 결과물이다. 책을 읽고 대화를 한다는 것은 지식도 얻고, 지식에 대해서 정리가 된 상태로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뭔가를 얻기 위한 대화가 가능해진다. 독서 후 대화가 깨달음을 얻는 유일한 대화 방법은 아니지만, 분명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주변 사람과 갑자기 책을 주제로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대화를 하기 위한 자세가 되어있어야 한다. 가능하면 같은 책을 읽어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면 대화가 더욱 풍부해진다. 같은 내용을 읽었어도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고, 같은 관점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독서모임은 깨달음에 이르는 풍부한 대화를 하기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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