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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복잡한 당신에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까?

정리되지 않는다는 자책보단, 생각을 다루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by 당근과 채찍

생각은 정리될 수 있을까?

"아... 지금 이걸 처리할 때가 아닌데."
출근길, 업체에서 걸려온 긴급 전화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옆자리 동료가 또 한마디를 던진다.
“팀장님이 오늘 프로젝트 성과 보고서 바로 달라고 하시네요.”
보고 마감은 오늘까지. 점심 먹고 마무리하려고 했던 참이었는데,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

사실 어젯밤엔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자’고 생각 정리를 해두었는데, 아침부터 몰려드는 일들에 그 계획은 금세 밀려났다. 메모장 앱은 뒤죽박죽이고, 종이 노트엔 매일 뭔가를 적고 있지만 일은 여전히 제자리.
머릿속은 계속 뭔가를 붙잡고 있는데, 정작 그게 뭔지 흐릿해지는 느낌.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정리가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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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가 아니라 ‘쌓임’부터 시작해야 했다

어느 날, 우연히 휴대폰 음성 녹음 앱을 켜고 그냥 중얼거리듯 내 생각을 말해봤다.

딱히 글로 정리하지 않아도, 아무도 듣지 않아도 말이다.
놀랍게도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조금씩 실체를 갖기 시작했다.


“지금 이 일이 내 시간을 먹고 있는데, 사실 가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
“나는 왜 자꾸 급한 일에만 반응하고 있지?”


이렇게 휘발되지 않게 ‘말’로 붙잡고 나니, 비로소 나중에 ‘정리’가 가능해졌다.
사실 우리는 생각을 정리하려 하기 전에, 생각을 붙잡아 두는 방법부터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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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억을 채우려 하고, 뇌는 기억을 버리려고 한다. 그래서 지친다

우리가 뭔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마다, ‘잊지 마라’는 경고를 주입한다.
심지어 사소한 것들—“계란 사야지”, “메일 회신해야지”, “자료 제목 수정해야지”—같은 것도 우리는 뇌에 기억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뇌는 기억을 버리려고 한다.

많은 기억들은 뇌에게는 큰 부담이다. 아무리 중요한 내용이라도 주의를 하지 않으면 금방 잊는다.

인간이 오랜 기간 진화하면서 얻은 생존 방식이다.

뇌는 우리가 얻은 에너지의 10% 이상을 쓰는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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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적은 시절에 뇌가 많은 일을 하지 않도록 진화해 왔다.

우리의 뇌는 사고를 하는 기관의 역할은 하지만 기억을 위한 역할은 줄어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뇌는 ‘비우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방식의 '채우기'를 해야 한다
음성 메모, 종이 노트, 텍스트 앱… 어떤 형식이든 좋다. 중요한 건 생각을 ‘꺼내서 외부에 남기는 것’이다.
그럼 뇌는 비로소 쉴 수 있다.
이건 단순한 생산성 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고를 위한 구조다.




결국 중요한 건 ‘생각을 다루는 태도’

나는 요즘 아침에 5분, 자기 전 5분. 말하듯 생각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중 몇 개는 글로 다듬어본다. 지금 이 글도 그중 하나다.

생각이 안 정리된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정리하려는 방법’이 서툴 뿐이다.
필요한 건, 완벽한 정리가 아니라 흐름을 붙잡고 천천히 길을 트는 습관이다.


혹시 지금 머릿속이 복잡하다면, 그 생각을 메모, 음성기록, 아니면 그림 한 장 어떤 방식이라고 꺼내 보자.

생각은, 붙잡아야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정리는, 늘 시작보다 작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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