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극단의 감정을 같이 가지고 가야 한다.
불안은 왜 찾아오는가
어떤 날은 유독 불안이 나를 먼저 찾아온다.
예고 없이 들이닥친 그 감정은 한밤중 내 머리맡에 앉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괜스레 허해지고 하루가 위태롭게 느껴진다.
사실 불안은 명확한 이유가 없어 더 낯설고 무섭다.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르면서 조용히 심장을 조여 오는 그 감정.
예전엔 이런 내 모습이 싫었다.
나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인정해야 했다. 나도 두렵고, 흔들리고, 그래서 불안하다고.
불안과 희망은 공존한다
그러다 문득,
"이 불안은 내가 뭔가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고, 누군가에게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이 이 모든 감정의 실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렇다고 불안을 없앨 순 없었다. 대신, 나는 그 옆에 희망을 두기로 했다.
불안이 내가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하게 만든다면,
희망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감정이었다.
불안이 있었기에 더 간절히 바라게 되었고,
희망이 있었기에 끝내 시도하게 됐다.
감정은 선별되지 않는다
공포를 없애고, 불안을 제거하고, 희망만 남겨야 한다는 말.
현실에선 그럴 수 없다.
불안과 공포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예전에 봤던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은 공포를 없애기 위해 스스로 더 큰 공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때는 멋있게 느껴졌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슬픈 선택이었다.
공포를 이기기 위해 더 큰 공포가 된다는 건, 결국 자신을 소모하는 일이다.
희망은 공포를 몰아내는 무기가 아니라, 공포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서 시작된다.
그걸 깨닫는 순간, 감정은 적이 아닌 ‘함께 가는 존재’가 된다.
감정을 받아들이는 용기 나도 이제는 안다.
불안할 수 있다. 때론 두렵고,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을 내 안에 있는 일부로 받아들이고, 함께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희망은 언제나 불안과 함께 있다.
보이지 않을 뿐.
가끔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면,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가 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지금 불안을 느낄 만큼 간절하구나’라고 자신을 잡고 있다.
남기고 싶은 한 문장
불안과 희망은 서로를 밀어내는 감정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며 나를 앞으로 움직이게 하는 ‘공존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