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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때로 사람을 무너뜨린다

희망을 진실이라고 믿으면 생기는 불행

by 당근과 채찍

희망과 진실의 관계
– 그 자리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줄 알았다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는 ‘예비 팀장’ 제도가 있었다.

직원이 갑자기 팀장이 되었을 때의 혼란을 줄이고, 유능한 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내 옆 부서에도 그런 동료가 있었다. 성실했고, 책임감도 강했다.

직급이 낮을 때부터 '예비 팀장'으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그는 단지 '예비 팀장'이었는데 어느새 팀장의 몫까지 도맡아 하고 있었다.

당시의 팀장은 “곧 팀장이 될 거야”라는 말로 그 사람을 조종했다.

팀장이 되면 좋은 일만 가득하다는 말을 하면서 그 사람의 눈을 어둡게 했다


결국 그는 팀장이 되었다. 하지만 6개월도 안 되어 회사를 떠났다.

그가 믿었던 미래는 오지 않았고, 예비 팀장이란 이름으로 감내했던 무게는 오히려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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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생각했다.

‘팀장이 되면 보상이 클 거야.’ ‘지금 힘든 건 다 과정이니까.’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서보니 현실은 달랐다. 책임은 더 커졌고, 보상은 기대보다 적었다.

결정적으로, 그간 감당했던 일들은 여전히 그의 몫이었다. 달라진 게 없었다. 아니, 더 나빠졌다.


사람은 희망을 원한다.

하지만 모두가 희망을 가질 수 없기에 우리는 종종 ‘희망이 있는 척’하며 말한다.

”희망은 누군가에게 버틸 힘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큰 실망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희망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하지만 그 희망이 진실을 품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마치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다.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진다. 그리고 무너진 자리에 남는 건 실망과 배신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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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료는 떠나면서 조용히 말했다.

“나는 그 자리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줄 알았어.”

그의 말은 짧았지만, 무거웠다.

그가 떠난 건 회사의 약속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믿었던 미래가 진실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말할 때, 그것이 정말 실현 가능한 것인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누군가에게 전하고 있는 말은 어떤 진실 위에 서 있는지.


희망은 필요하다.

하지만 진실이 함께할 때만, 그것은 오래간다.

그리고 그 희망은, 누군가의 오늘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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