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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질투, 수치, 후회…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by 당근과 채찍
어쩌면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을 때 더 많이 흔들렸는지도 모른다.

집에 홀로 남겨진 조용한 오후, 친구의 SNS에서 빛나는 여행 사진을 스쳐본 순간.
"쟤는 멋지게 사는데 내 삶은 왜 이 모양일까?"라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배가 아픈 것도, 속이 상한 것도 아닌데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불편했다.

정확하게 뭐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질투'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나약하고 철없는 감정.


나이가 들어가면 이런 감정쯤은 무시하거나 조용히 덮어두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덮어둔 감정은 조용히 잠들지 않았다.
하루가 끝나고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것도 바로 그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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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감정을 '감정'이라 부르지 못했던 날들

우리는 흔히 ‘긍정적인 감정’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비이성적'이거나 '성숙하지 못한 것'이라며 숨긴다.
질투, 시기, 분노, 수치심, 후회, 외로움, 초조함…

이름 붙이기도 어려운 이 감정들은 언젠가부터 내 마음에 작은 공간 하나씩 차지하고 살고 있었다.
“나만 그런가?” 하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면,
정작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


웃고 있지만 마음은 울고 있고, 잘 지내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비교하고,
무언가를 성취하고도 계속해서 초조해지는 마음.

우리는 불편한 감정을 '없는 것처럼'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감정들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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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마주하기, 처음엔 조금 낯설어도

불편한 감정을 피하는 대신, 그 감정을 이름 붙이고 마주했을 때, 비로소 이상하게 편안해졌다.

“나는 지금 질투하고 있어.”
“이 감정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후회한다고 해서 모든 게 무너지는 건 아니야.”

감정을 드러낸다는 건 결국,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었다.
감정이 나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정을 알아차리고 다룰 수 있다는 사실.
이 작은 전환이 하루를 버티는 데 꽤나 큰 힘이 되었다.


어느 날은 질투가 나를 삼킬 듯이 커졌고,
또 다른 날은 자격지심이 나를 벽처럼 가로막았다.
그럴 땐 그냥, 조용히 말해본다.

“그래, 너도 내 일부였지.”

감정은 떠나라고 할수록 더 머문다.
감정을 눌러 없애기보다, ‘들어와 앉게 하는 것’이
나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이해하는 길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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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

우리는 완벽하게 정리된 감정으로 살 수 없다.
오히려 그런 감정이 없다면,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될 정도다.

중요한 건 감정에 휘둘리지 않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태도다.
감정을 다룬다는 건 이기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어보는 일이다.


그 불편한 감정 안에는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무서워하고, 무엇에 기대고 싶은지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래서 감정은 ‘나의 통역사’다.

삶이 가끔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가장 솔직한 언어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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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의 감정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요?

질투도, 후회도, 자격지심도 결국은 ‘살고 싶은 나’가 만든 작은 외침일지 모른다.
감정은 그 자체로 바라봐야 한다.
조금씩, 부드럽게,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는 시선으로.


오늘 하루의 끝에서,
내가 나에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말.

“지금 무슨 감정이 들고 있어?”
그 물음이 당신을 조금 더 다정한 하루로 이끌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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