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표현할수록 멀어지는 ‘나’라는 존재
당신은 어떤 사람이에요?
이 질문을 받으면 늘 잠시 멈칫하게 된다.
진심으로 답하고 싶지만, 딱 떨어지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글을 좋아하고, 가끔은 사람들 앞에서 말도 잘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게 나의 전부는 아니다.
다정할 때도 있고, 차가울 때도 있으며,
무언가를 믿는 듯하다가도 이내 의심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처럼 '나'라는 존재는 고정되지 않는다.
하루의 기분, 누군가의 말, 어제 본 영화 하나에도
나는 계속해서 달라진다.
그런 나를 단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정의 내리려 한다. 정의 내리는 것이 편하다.
그렇게 해야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고,
관계 속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삶은 정의가 아니라 과정이다.
어제는 사랑에 확신이 있었지만,
오늘은 사랑이란 감정이 낯설게 느껴지고,
내일은 전혀 다른 확신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나’라는 존재는 이런 수많은 변화의 집합이다.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진짜 나를 이해하는 여정이 시작된다.
말은 편리하지만, 감정을 다 담지 못한다
나는 종종 내 마음을 설명하려 애쓴다.
혼란스러운 마음, 무기력함, 혹은 말할 수 없이 복잡한 감정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그 감정은 축소된다.
마치 정제된 단어로 포장된 기분은 본래의 온도를 잃고 만다.
“그냥 좀 그래.”
“기분이 이상해.”
“설명하기 어려워.”
우리는 자주 이런 말로 끝을 맺는다.
말할수록 감정은 정리되지 않고, 오히려 더 멀어지는 느낌을 준다.
이건 표현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언어로 완전히 설명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흐림’을 안고 살아야 한다
나를 완벽히 설명할 수 없어도 괜찮다.
모든 감정과 변화에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그저 오늘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된다.
조금 모호하고,
조금 흐리고,
조금 복잡한 감정이라 해도, 그건 분명 ‘나’의 일부다.
정체성은 단단한 블록이 아니라 물처럼 흐르는 파편들이다.
그 조각들을 꾸준히 바라보고,
가끔은 흘려보내는 일이 진짜 ‘나’를 만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나'는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나’라는 사람을 살아내고 있다.
때로는 말로, 때로는 침묵으로. 정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바뀌는 마음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
그렇기에 “나는 어떤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에 완벽한 답을 하지 못해도 괜찮다.
말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 그게 지금 나의 모습이다.
하지만 설명되는 존재로 나아가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