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비야 데 레이바, 이곳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름만 남은 흙집과, 푸른 호수
호스텔 일층 현관에 세워진 작은 게시판에는 비야 데 레이바의 유명 관광지 사진이 빼곡했다. 대략 열 개 정도, 사진마다 옆으로 관광지의 명칭과 왕복 택시 가격이 간략히 적혀 있었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이 찾는 비야 데 레이바에는 4륜 구동식 차량이나 바이크 등을 대여해 각종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투어 상품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자동차를 모는 것도, 말을 타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뚜벅이 여행자였고, 주인아저씨는 그런 우리에게 ‘까사 테라코타(Casa Teracota)’와 ‘포소스 아줄레스(Pozos Azules)’를 추천했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걸어서도 가볍게 다녀올 만한 곳들이었다.
“아스따 루에고!(나중에 봐요!)”
운동화 끈을 다시 한번 질끈 동여매고 호스텔 문을 나섰다. 듬성듬성 구름이 낀 하늘이었지만, 나무 하나 없는 길을 꽤나 걸어야 하니 살짝 흐린 것도 그런대로 마음에 들었다. 빠르게 달리는 차를 피해 잠시 멈춰 서기도 하고, 노래도 흥얼거리면서 중간중간 ‘LUXURY’라는 수식어를 붙인 리조트 입구를 흘끗 구경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길에 괜스레 기분이 들뜬 우리였다.
표지판을 따라 이어지는 흙길에는 군데군데 말똥이 한 무더기씩 떨어져 있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지뢰밭을 정신없이 피해가던 중, 수풀 너머로 주황색 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예요?”
“일인당 만 페소예요.”
입구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단출했다. 짙은 주황빛을 띠는 낮고 둥그스름한 이층집, 뒤로는 작은 정원과 연못이 보였다. 더위를 식힐 겸 재빠르게 들어선 집안은 부엌과 거실, 화장실, 침실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테라스와 정원까지 둘러보며 카메라에 담는 데에는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놓친 게 있는 걸까. 대체 뭘 봐야 하는 걸까.
문 앞에 앉아 하나둘씩 피어나는 의문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부엌에 모카 포트 있던데, 설마 여기 누가 사는 집인가?”
“방금 검색해봤는데, 이 집 개인 사유지래. 10년째 짓고 있는 중이라는데?”
비야 데 레이바를 대표하는 이 관광지는, 어쩌면 미래에 누군가 살게 될지도 모를 집이었다. 대체 이 건축물이 비야 데 레이바라는 마을과 어떤 관련이 있는 건지, 어떻게 마을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집을 둘러보며 떠오른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는 곳도 없었다. ‘테라코타’라는 이름대로 점토를 구워서 만든 것인지,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의 디자인을 차용했다는데 그 의도는 무엇인지, 그 흔한 설명 한 줄 찾아볼 수 없었다.
까사 테라코타를 나와 향했던 포소스 아줄레스는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다. 표지판 하나 없는 소나무 숲 사이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 이름처럼 파란 호수가 고요하게 자리해 있었다.
관광객을 자발적인 학습자로 만들려는 의도인 건지. 주변 땅속의 미네랄 성분이 스며들어 호수가 파란빛을 낸다는 것도, 이곳 역시 개인의 사유지라는 것도 나중에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일 뿐,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안내판이나 팸플릿이 있냐는 질문에, 입구 근처의 작은 매점에서 티켓을 판매하던 여자아이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