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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피 Aug 25. 2018

비가 그친 이곳은 무이 보니따!

스며드는 비야 데 레이바, 좋아지려던 순간 그 순간


엘 끌리마 에스 무이 부에노


늦은 저녁 비를 피해 광장의 작은 바를 찾아 들어갔다. 바를 운영하는 ‘산티아고’와 ‘나탈리아’는 조금씩 쌀쌀해지는 날씨에 제격인 따뜻한 보드카를 추천했다. 설탕과 시나몬 등 각종 향신료를 첨가해 향이 좋은 술이었다.



산티아고는 비야 데 레이바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놀거리와 볼거리 등을 안내하기도 했다. 비야 데 레이바가 원래는 바다였다는 것도, 그래서 화석이 많이 발견된다는 것도, 그렇게 발견한 화석을 전시해 놓은 화석 박물관이 비야 데 레이바의 묘미라는 것도 그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날이 좋았는데 이렇게 비가 오네. 근데 내일은 분명 날씨가 좋을 거야.”

“어떻게 알아? 확신할 수 있어?”

“응! 분명 좋을 거야. 완전히 확신해.”


산티아고의 예상이 적중한 걸까. 부들거리는 담요 위에서 맞이한 따사로운 아침 햇살에 유난히 기분이 좋았다. 전날의 추적이던 날씨는 어디로 간 건지, 젖은 거리는 보송하게 말라가고 있었고, 하늘은 푸르기만 했다. 이때다 싶어 밀린 양말과 속옷을 빨아 창틀 앞, 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널어 두고 방을 나섰다.



이른 아침부터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거리를 걷는다는 건 특별한 일이었다. 1월의 한국은 지나치게 춥고, 1월의 보고타 역시 선선한 기운이 도시 잔뜩 끼어있었기 때문이다.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던 마을을 둘러싼 산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하자, 매일 보는 하늘이 낯설 만큼 가깝고 넓게 느껴졌다. 청량한 푸른빛과 초록빛에 한없이 관대한 우리는 연신 “무이 보니또!(너무 예뻐!)며 “무이 부에노!(진짜 좋아!)를 외쳐댔다.


디 오늘 하루 지금만 같기를 소원하며 시내의 자전거 대여 가게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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