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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피 Sep 08. 2018

이곳에서는 아래가 훤히 보인다

외지인의 도시 산힐, 다리 건너 또 다른 산힐


본래 산힐 경제의 주축은 농업이 담당해왔다. 산힐의 토착민인 ‘구아네(Guane)’ 부족은 목화나 파인애플, 옥수수, 커피, 담배 등 각종 작물을 재배해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해왔다. 지금까지 산힐에서 커피농장이나 담배농장을 구경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의 산힐은 ‘레포츠의 마을’이라 불린다. 높고 넓은 치카모차 협곡과 폰세 강의 거센 물살 등 산힐의 지리적 특성은 패러글라이딩이나 레프팅과 같은 레포츠 산업이 발전할 발판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은 더 많은 관광객이 산힐을 찾게 했다. 마을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네 귀퉁이에는 관광객의 이목을 끄는 여행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광장으로 들어서면 이 상품, 저 상품 홍보를 위해 거리를 배회하는 직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식당과 숙박 업소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늘어난 여행사와 식당과 숙박업소는 다시 관광객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그들의 돈은 ‘다리 건너’ 세상을 세웠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리조트가, 태국 방콕의 고급 호텔이 산힐에게는 그 다리였다.


고급 레스토랑과 반짝이는 전구로 꾸며진 야외 테라스. 각종 레포츠가 산힐을 찾은 관광객들의 낮을 책임지지고 있었다면, 다리 건너 위치한 이 공간은 화려하고 풍요로운 밤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와인을 홀짝이며 담소를 나누는 이들 사이를 지나, 엉거주춤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앞에 놓인 메뉴를 눈으로 훑으며 우리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엄청 비싸네!”


눈 앞에는 우리가 머무는 그 마을이 보였다. 지나 온 광장 뒤로는 낮은 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마을의 언덕 끝에 위치한 예수는 발 아래쯤에서 웃고 있었다. 테라스 아래로 한눈에 보이는 마을은 위화감을 자아냈다. 마을을 밝히는 가로등이 이곳에서는 야경이 된다. 


이어주고 연결하는 것이 다리의 제 기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산힐의 다리는 사람도, 공간도 구분 짓고 있었다. 가로등과 야경을, 주민과 외지인을, 빈과 부를 말이다.


이곳에서는 아래가 훤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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