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의 도시 산힐, 호스텔 룸메이트와의 강렬한 첫 만남
늦은 저녁 식사 후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우리가 사용하게 될 방, 비어있던 두 침대의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12시가 넘은 시각. 방금 막 들어온 듯한 두 남자는 불 꺼진 호스텔 거실의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나지막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짧은 인사를 주고받고 문가로 다가갔다. 한없이 늘어지고 싶었던 피로는 어디로 간 건지, 도통 잠이 오지를 않아 더도 덜도 말고 딱 맥주 한 캔이 마시고 싶었다.
“어디 가는 거야?”
뭘 그리 과장되게도 묻는지, 태연하게 맥주를 사러 간다고 답하자 그들은 알듯 말듯 미묘한 표정을 주고받았다. 같이 나갈 거냐 묻자 두말없이 따라나선 이들은, 이틀 전 산힐에 도착한 친구들이었다. 한 명은 스위스, 한 명은 오스트리아에 온 이들은 자정이 넘은 시간에 새로운 유흥을 즐기러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단다. 산힐에서 만난 콜롬비아 친구들이 최고라며 같이 만나러 가자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봐, 우리 방금 샤워하고 나왔다고. 이런 모습으로 놀러 나가고 싶지는 않아!
그들은 호스텔 아래에 있는 작은 구멍가게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 시간에 문을 연 가게는 여기뿐이랬나. 스위스 친구는 가게에 들어가 능숙한 에스빠뇰로 맥주 두 캔을 직접 주문해 나왔다. 맥주를 받아 든 우리에게 그들은 절대 다른 길이 아닌, 왔던 길 그대로 돌아갈 것을 당부했다. 왜 그러냐 묻자 위험하단다.
“우리랑 같이 갈 거 아니면 다른 데 가지 말고 바로 호스텔로 가야 해!”
그렇게 위험하다면서 너네는 대체 어디로 놀러 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