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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피 Aug 09. 2018

콜롬비아 인종차별 어떻냐구요?

부적응의 보고타, 노 소이 치나!


콜롬비아에도 당연히, 여전히 인종차별은 있다.


높은 이층 침대에 몸을 누이고는 옆을 보면, 또 다른 이층 침대가 있었다. 어색하고 낯선 호스텔의 풍경. 방에 흐르는 낡은, 그러면서도 새것 같은 냄새 역시 어색하고 낯선 느낌. 그중에서도 창문 넘어 흐르는 말소리와, 그 소리의 주인공들은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새삼스러운 존재들이었다.


참 다르게 생겼다. 눈, 코, 입, 피부색과 머리 모양까지. 우리보다는 좀 더 가무잡잡하고 커다란 눈을 가진 거리의 얼굴들. 어쩌면 손과 발의 모양새까지도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을까. 의뭉스러움이 뭉글뭉글 피어나고는 했다. 호기심보다는 낯가림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들은 마주친 눈을 피하는 법이 없었다. 처음 만나는 상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혹은 말을 거는 것이 과도한 친절이나 예의 없는 행동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우리와 달리, 눈만 마주쳐도 오랜 친구나 이웃을 대하듯 안부를 묻는 것이 이 나라의 문화인 걸까.


어딘가 경직되어 있던 우리의 입꼬리는 낯가림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처럼 적극적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그 웃음을, 활기를 머금은 그 목소리를 따라 올라가고는 했다.


때론 이들의 관심이 호기심과 차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 타고 있는 듯 느껴지기도 했지만.



“치나! 치나!”

“올라 치나!”


젠장, 그놈의 “치나” 소리 좀 그만 들을 수는 없을까. 남미 이곳저곳에 일식과 중식을 판매하는 식당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국 드라마며 노래가 여기저기에서 인기라고는 하지만, 아직 이들에게 콜롬비아를 여행하는 동양인은 그다지 익숙한 존재가 아님이 틀림없다.


건너편에 줄지어 서 있던 아이들은 좀 더 작은 눈과 얇은 머리칼을 지닌,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 같은 말로 재잘거리는 우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앞뒤로 속삭였고, 여기저기에서 흘긋거림이 느껴졌다. 게다가 도통 익숙해지기 힘들었던 사진 부탁은 이곳에서 우리의 존재가 철저한 이방인임을 인지하게 했다.


하루 중 거리를 걸으며 “노 소이 치나!(중국인 아니에요!)”를 외치는 횟수는 몇 번이나 될까. 순간의 대화만으로 상대의 무례함을 판단하는 건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 생각하지만, 그들의 인사와 질문만으로도 그 저의가 파악될 때가 있다. 저 사람은 우리가 궁금한 거구나, 저 사람은 말이 걸고 싶은 거구나, 저 사람이 가진 감정은 호감이구나, 저 사람은 우리를 욕보이고 싶은 거구나, 저 사람은 무례한 사람이구나.


우리를 ‘치나’라고 지칭하는 이들은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나, 우리가 중국인이건 일본인이건 한국인이건 호기심에 말을 거는 이들이다. 둘, 정말 우리를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셋, 우리를 조롱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다. 대개 첫 번째와 두 번째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노 소이 치나!”라고 답하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되묻고는 한다.


“노 치나? 데 돈데 에레?(중국 사람 아니에요? 그럼 어디에서 왔어요?)”

“하포네사? 꼬레아나?(일본인? 한국인?)”


그리고 세 번째 유형에 속하는 이들. 그들은 우리의 대답에는 별 관심이 없다. 우리가 한국에서 왔는지 일본에서 왔는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죽거리며 “니하오!”며 “곤니치와!”를 수없이 외쳐댈 뿐이었다.



그들의 니하오에는 니하오를 곤니치와에는 곤니치와를, 적절히 원하는 대답을 남겨둔 채 자리를 뜬다. 속이 상하고 분이 날 때도 있지만, 무례함을 잃지 않겠다는 상대에게 굳이 소중한 감정을 소모해가면서 친절과 예의를 베풀 필요는 없다고 믿어 보련다.


‘치노’와 ‘치나’가 조롱과 모욕의 또 다른 표현이 되기도 하는 이 나라에서, 혹은 그럴지도 모르는 대륙에서 아시아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자신의 영역을 벗어난 모두는 소수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쉽게, 그리고 잦게 잊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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