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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피 Aug 09. 2018

명심! 1달러는 3000페소입니다

부적응의 보고타, 흥청망청 이렇게 써도 되는걸까?


돈이 많아도 너무 많다


콜롬비아는 콜롬비아 페소(COP)만을 사용하는 나라이다. 한국에서는 페소 환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콜롬비아의 첫 도시, 보고타에서 우리는 가지고 온 달러를 다시 페소로 환전해야 했다.


여행의 첫날, 아직은 깐깐하고 예민했던 여행자는 이것저것 가릴 것이 많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허투루 하지 않으려 했지만, 경험은 턱없이 부족했고 실전에서는 더없이 허술했다. 10페소면 5원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당시 우리는 10페소라도 더 주는 곳을 찾으려 이른 아침부터 골목을 쏘다녔다.


동네 환전소를 돌며 “꽌도 꾸에스타 운 돌라르?(1달러에 얼마예요?)”를 얼마나 묻고 다녔는지. 이곳도, 저곳도 어딘가 영 마음에 차지 않았다. 이 골목 저 골목 속속들이 어떤 가게가 들어서 있는지 파악이 될 때쯤에는, 근방의 환전소를 모두 정복한 뒤였다.


조금만 더, 한 곳만 더, 이번에는 마지막을 외치며 지친 발걸음으로 들어선 그곳은 속된 말로 ‘힙한’ 아저씨의 환전소였다. 헤어 젤로 바짝 올려세운 머리와 팔뚝을 따라 내려오던 화려한 문신이 인상적인 아저씨는 눈치가 매우 빨랐다. 우리와는 쉽사리 말이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빨리 알아챘기 때문이다.



2,780이 찍힌 계산기를 보여주는 그에게 손가락을 펼쳐 700이라는 숫자를 내보였다. 그러자 그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검지와 엄지로 동그라미 표시를 만들어 보이기에 “씨!(네!)”라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착착착착-.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700*2780’이 적힌 영수증과 함께 손안에 두둑한 돈뭉치가 떨어졌다. 190만 페소, 콜롬비아의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자그마치 두 달 치 월급에 해당할 큰 돈이었다.


“일단 집에 가자.”


가방 밑으로 돈뭉치를 챙겨 넣고는 호스텔로 돌아갔다. 걱정이 많은 애는 그 돈을 쪼개고 쪼개 배낭 곳곳에 숨겨 넣었고, 걱정이 없는 애는 지갑 하나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나마 괜찮았던, 중간인 애는 당분간 쓸 돈을 제외한 나머지를 배낭 깊숙이에 밀어 넣었다.


앞으로 한 달간, 이 돈을 어디에서 얼마를 어떻게 나눠 사용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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