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rry, mother | 종잇장보다 얇은.
아직도 나의 친구 S와 흥이 한껏 올랐을 때 부르는 노래가 있다. 바로 '학원을 땡깠어'
근본도 없는 이 노래는 나와 S가 학원을 가지 않고 ‘학원을 빼먹는 날‘에 대해 신나서 녹음을 하여 작곡, 작사된 노래다. 지금은 핸드폰만 있으면 녹음과 편집이 가능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있어 최신 장비는 카세트테이프와 재생, 녹음 버튼을 함께 눌러야 재 기능을 발휘하는 오디오였다.
"삼본의 볼륨을 높여요의 삼본입니다. 오늘 모셔볼 초대 가수는, 신인가수죠? 요즘 굉장히 떠오르고 있는 샛별 SY입니다!"
"둘, 셋! 안녕하세요! 신인가수 SY입니다!"
DJ 이본 언니를 흉내 내며 우리끼리 북 치고 장구치고 한 이 대사가 16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 뚜렷이 기억나는 걸 보면 정말 학원을 가지 않는 게 좋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게 신났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아니면 신나게 녹음을 한 후 엄마가 일찍 퇴근하셔서 학원을 가지 않은 걸 들켜 그 충격에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날 엄청나게 혼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그 며칠 뒤 학원을 하루 더 가지 않았다. 학원 빠지는 것에 재미가 들려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거 같다. 아니면 혼이 덜 난 거겠지.
“한번 더 묻는다. 학원 갔어?”
“어! 갔어!”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얄팍한 생각을 했었다. 그만하면 됐는데, “갔어! 학원에 물어보던가!”라는 거짓말을 (당당하게) 했으니, 그 뒤는 안 봐도 뻔했다.
갑자기 엄마가 내 손을 잡더니 학원을 함께 가자고 했다. 그때를 기억해 보면 정말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발걸음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엄마가 진짜 학원에 갈 줄 몰랐다. 내가 엄마를 얕 본 거겠지.
학원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버튼을 누르면 정말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사실.... 잘못했어요"
"정말 너무 실망했어. 엄마는 다 알아. 앞으로는 절대 거짓말하면 안 돼."
순간 엄마가 모든 걸 다 알고 선물을 주신다는 산타클로스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2살이 지나 인지능력이 생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거짓말을 한다는데, 십 수 년 날 키워낸 엄마가 모를 리가 없었겠지.
사실 그 뒤로 눈치를 보긴 했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친구들이랑 외박했을 때, 회사를 핑계 대고 클럽에 갔을 때, 적금 탄 거 잘 보관하고 있다고 했을 때 등.
지금 엄마는 어렸을 때처럼 내 손을 이끌고 은행으로, 친구 집으로 가지 않는다.
하지만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하는 그 얕은 거짓말들을.
내가 성공을 했다면, 오직 천사와 같은 어머니의 덕이다.
- A. 링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