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독서일기를 쓰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읽는 내내 질투가 났기 때문이었다. 결국, 독서일기를 쓰는 것으로 나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온정 작가의 에세이 '너를 돌보며 어른이 된다'는 내가 쓰고 싶었던 결의 에세이였다. 작년 초, 브런치에서 '어느 날, 개가 말했다'라는 이름으로 반려견 봄비에 대한 에세이를 쓰다가 발행취소했던 적이 있었다. 이 작가는 그 시점 출간을 했고, 심지어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까지 됐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샘이 났다.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길을 먼저 밟아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미웠다. 우연히 마누스 출판사 대표의 원데이 클래스에 갔다가 마주한 온정 작가는 정말 선한 웃음을 짓는 사람이었다. 나는 또 한 번 무너졌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감정과 같았다. 결국 작가의 다정함 앞에서 무장 해제됐다.
달콩이는 처음 지내본 따듯한 집을, 처음으로 사람에게 듬뿍 사랑받았던 그곳을 떠나야 한다.
p.16 / 너를 돌보며 어른이 된다 | 온정 | 마누스
반려견 봄비를 데려올 때에도 임보(임시보호)를 이렇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렇게 깊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쓴 글이라니 어찌 따뜻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책에서 달콩이를 입양할 때, 이 부부는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봄비를 보고 반해서 즉흥적으로 '오빠!', '그래, 데려와!'라고 진행해 버린 우리 부부의 모습과는 상반되어 인상 깊었다.
상대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는 게 사랑이 아니란 걸. '널 위해서'라는 말들도 결국 내가 만들어 둔 틀 속에서 내 위주로 부린 욕심이었던 것 같다.
p.56 / 너를 돌보며 어른이 된다 | 온정 | 마누스
달콩이와 사는 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초기엔 분리불안도 있었고, 실외배변까지. 비와 눈을 뚫고 매일 같이 실외배변을 해야 하는 건 쉽지 않다고 하던데, 실외배변을 잠시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찼다. 매일 산책도 벅찬데, 모든 배변이 실외라면 하루에 도대체 몇 번을 나가야 하는 걸까. 생각만 해도 까마득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많이 든 생각은 '다들 이러고 사는구나.'였다.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공감되게 그렸고, 반려견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도 그 모습을 간접적으로 겪어볼 수 있게 묘사해 놓은 것 같았다. 마음이 한껏 포근해졌다가 언젠가 다가올 이별에 마음이 슬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현실이라는 점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담아냈다.
그 시기에 많은 생각을 했다. 특히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골몰했다. 난관의 연속인 이 삶을 열심히 헤쳐나가야 하는 이유는 뭘까. 왜 이대로 고꾸라지지 않고,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나. 살기 싫다는,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이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내가 앞으로의 삶에 의심 없이 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살까. 왜 살까....
p.120 / 너를 돌보며 어른이 된다 | 온정 | 마누스
이 대목에서 글의 깊이는 작가의 끝없는 고찰에서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히 평하기 어렵지만, 작가 또한 평탄하지만은 않은 삶을 살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겪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단단해지면서 깨우친 것들이 글 속에 녹아든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이 책 하나만으로 작가의 삶을 재단할 순 없지만 왠지 모를 그녀의 생각 안에 내가 있는 것 같았다.
나 또한 반려인으로서 언젠가는 봄비랑 헤어지겠지, 나도 봄비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았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화자와 동질감을 많이 느끼게 된 것 같았다. 또한, 봄비를 처음 데려온 순간부터 단비를 떠나는 순간까지 추억을 돌이켜보게끔 도와준 이 책에 감사를 느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작가가 더 좋은 책을 많이 쓰고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그녀와 조금은 닮은 나도 잘 되지 않을까. 아니, 애초에 잘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책장을 덮고 나서도 그 질문이 자꾸 마음속에 머물렀다. 어른이 된다는 것도 결국 이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