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들리지 않는 너에게

by Carroty

양압기 착용 3개월 만에 내원하는 날이었다. 내원할 때 양압기 결과지를 가져오라기에 양압기 렌털 회사에 연락해서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나의 요청을 확인한 직원은 '담당 직원이 병원으로 직접 전달해 줄 테니 걱정 말라'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병원과 렌털 회사가 연계되어 있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담당 직원이 병원에서 내내 해당 병원을 방문하는 대상자를 기다리며 일을 하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그녀는 정말 친절했고, 바빠 보였다. 그 와중에도 '양압기를 정말 잘 써주셨네요'라며 칭찬했다.


진료실에서 만난 의사도 '처음 사용한 거냐'며 재차 확인하고, '잘 사용했다'라고 칭찬해 줬다. 그럼요, 그대가 처방해 준걸요. 난 속으로 뿌듯했다. 더불어 조심스럽게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지만'으로 서두를 시작 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됐다. 왜냐면 지난번 진료에도 그는 나에게 살을 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자랑스럽게 3kg을 뺐다고 말했지만, 그의 성에는 차지 않았던 것 같다. 본인도 살을 빼려고 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고, 필요하다면 다른 약물(위고비나 마운자로)의 도움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조언했다.


나는 이때다 싶어서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전했다. 남편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들었다. 마치 매질이 없어 내가 말한 이야기가 그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았다. 분명 소리가 아닌 메시지로 전달했는데도 말이다. 결국 나의 큰 꿈은 무산되었다. 나도 그 핫한 약을 맞아보고 싶었는데. 결국 나는 지금 이 방식대로 다이어트를 지속해야 한다. 무식하고 지독하게. 들리지 않는 싸움을 이어나가련다. 물론, 남편에게는 여전히 비밀이다.


20250922 (23).jpg


keyword
이전 26화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