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범인은 바로 너

by Carroty

일찍 누웠는데 계속 뒤척이기만 할 뿐, 잠이 오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뭔가 먹고 싶어졌다. 게임하고 있는 남편에게 떠오르는 음식을 메시지로 보냈다. 계속, 끊임없이. 결국 남편이 침실로 친히 발걸음 했다. 평소에 좋아하지도 않는 떡볶이가 왜 먹고 싶냐며, 냉장고에 있는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라도 꺼내어 먹으라고 했다. 그걸 먹으면 잠을 바로 못 자지 않냐고 불퉁하게 말하니, 그럼 좀 늦게 자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했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으니까 문제지. 아, 넌 모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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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이렇게 식욕이 폭발한 적이 없었는데, 의아했다. 도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게다가 음식을 보니 감정의 문제도 아닌 것 같았다. 너무도 다양한 음식이었다. 달고 짜고, 바삭하고 부드러운 음식이 전부 있었다. 물론 먹고 싶은 음식을 양껏 먹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오만가지 음식이 떠오르면서, 미친 듯이 상에 다 깔아놓고 한 입씩 다 먹어야 속이 풀릴 것 같은 감정은 오랜만이었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 호르몬 때문이었다. 생리주기는 보통 28일~32일 주기로 돈다. 월경기, 여포기를 지나 배란이 이루어지고, 황체기가 온다. 이게 계속 반복된다. 문제는 내가 지금 '황체기'에 들어왔다는 사실이었다. 황체기에는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늘어나면서 식욕이 늘어나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내가 다이어트만 하고 있지 않다면 화가 나지도 않았을 것처럼 말이다.


나의 경우, 황체기가 시작되고 일주일정도 식욕이 폭발한다. 그나마 다행은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이전보다 많이 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은 나는 먹고자 하면 모든 음식을 배가 찢어지게 아파도 먹어버릴 수 있는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님, 오늘밤 정의로운 냉장고 도둑이 되는 걸 허락... 아니, 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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