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는
눈을 뜨자마자 남편에게 화를 냈다. 이유는 사소했다. 아니, 나에게는 사소하지 않았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내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는데 못 먹었어. 이제 막 직원이 주려고 했는데! 15cm짜리 혼합 아이스크림이었단 말이야!"
"배달시켜."
양압기를 착용한 후로부터 꿈을 꿔도 기억이 잘 안 나기 시작했고, 꿈의 양도 1/5로 줄었다. 그렇게 드물게 꾸는 꿈인데 요즘은 죄다 먹을 것들 투성이니, 내 무의식도 항시 굶주려있나보다.
찾아보니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배달이 가능했다. 대체품으로 오레오 맥플러리 정도 생각했는데,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하지만 유제품인 데다가 당 자체인 아이스크림을 배달까지 시켜서 먹을 수 없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점심을 준비했다.
요근래 부시맨 브레드에 무심코 발라 먹은 망고 스프레드로도 피부가 뒤집어지고 있는 걸 보면, 내 몸이 유제품이 얼마나 민감한지 알 수 있다. 나는 왜 망고 스프레드에는 유제품이 들어갈 것이란 생각을 못했을까. 노란색 달콤함의 비밀은 버터와 연유였다.
어떤 음식은 먹으면 피부가 뒤집어지고, 어떤 음식은 속이 뒤집어진다. 만두는 내 속을 불편하게 만드는 음식이다. 물만두를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먹는 걸 특히 좋아했다. 떡만둣국에서 늘 만두부터 건져 먹던 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만두만 먹으면 속이 더부룩했다. 결국 그것도 밀가루 때문이었다.
빈틈없이 꾸준히 무언가를 먹다가 식사시간에만 먹고, 특정 음식을 빼고 먹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나한테 맞는 음식을 계속 찾아나가고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유제품, 알류, 밀가루를 못 먹는 건 슬프지만 건강해지면 한 달에 한 번은 먹을 수 있겠지. 사랑하지만, 매일이 아닌 한 달에 한 번 겨우 볼 수 있을까 말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