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이 되기로 한 남편이 떡국과 함께 먹은 것
그동안 남편에게 비밀로 유지했던 다이어트 원칙을 깨기로 했다. 새해를 맞이하기 며칠 전, 오랜만에 남편과 외식을 하러 갔다. 자리에 앉으면서 예고도 없이 말을 던졌다.
"오빠, 나 1월 1일부터 다이어트할 거야."
"응."
"그러니까 오빠가 날 도와줘야 해. 혹시 같이 할래?"
"그래."
남편은 비웃지도, 콧방귀를 뀌지도 않았다. 나와 같은 진지한 감정선을 달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사실 남편도 내가 이제는 살 빼길 바라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게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중요하지 않았다. 쓸모없는 추측을 곧장 지워버렸다.
"그래도 1월 1일에 떡국은 먹을 거야."
"그래, 그렇게 해."
"아니야, 12월 31일에 먹을까?"
"우리 먹던 양의 반만 먹어."
남편이 내편이 되면서 다이어트의 성공으로 향하는 길은 더욱 밝아졌다. 이제 더 이상 남편은 내게 밤이라고 입이 심심하다고 말하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말하는 나를 향해 '자면 돼'라고 말할 냉정함을 탑재했다. 남편에게 비밀이 없어진 덕분에 나는 스스로 채찍을 휘두르지 못할 때, 남편의 채찍을 맞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 믿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망의 1월 1일.
나는 며칠 전의 비장했던 약속을 오래전에 본 드라마처럼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거대곰탕 두 팩을 뜯었다. 뽀얀 국물이 끓어오르자 찬물에 헹군 떡국떡 한 봉지를 남김없이 털어 넣었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익어가는 떡국떡의 찰기가 입 안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우리가 평소 먹던 양이었다.
"오빠, 우리 평소 먹던 대로 끓였어. 남겨두면 뭐 하나 싶어서."
식탁 앞에 앉은 남편은 말이 없었다. 우리는 조용하고 신속하게 떡국 한 냄비를 모두 해치웠다. 남편은 떡국과 함께 채찍도 먹은 것 같았다.
식사가 끝났다.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산책 가자'라고 말했지만, 남편은 컴퓨터용 의자에 앉아 GG를 선언했다. 산책로 대신 게임 속으로 빠져들었다.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남편에게 새해 첫날부터 배신당했다. 이러면 혼자 몰래 하던 때와 다를 게 없지 않나?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