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마운자로 대신 김치볶음밥
전 날 밤에 시킨 햄버거 세트는 사실 라지세트였다. 후렌치 프라이 라지 세 개를 남편과 나눠 먹고, 내 몫의 버거까지 해치우고 일어난 아침은 너무 무거웠다. 마치 새벽 출근을 위해 일어나는 것 같았다. 퇴사한 후 오랜만에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그렇게 눈을 뜨면서 '다음부터는 딱 기본 세트만 시켜야지'라고 결심했다. 매번 다이어트를 하면서 알고 있는 사실을 새로운 사실처럼 또다시 깨닫는 것을 반복한다.
이럴 때마다 누군가 내 입을 강제로 막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면 손을 묶거나. 뭐든 못 먹게 제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이어트를 하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라'라고 한다. 이 말을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요즘 다이어트의 방법으로 위고비나 마운자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유튜브에도 관련 영상이 많이 보인다. 주변에서도 위고비를 경험해 본 지인들도 있고, 고민 중이라고 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나 또한 '중증 수면무호흡증을 위해 다이어트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서 약물처방을 고민해 보는 게 어떤가요?'라는 제안을 들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무섭다. 내가 삭센다를 맞아보지 않았다면 궁금하긴 했을 거다. 현존하는 '다이어트 약'이라는 것은 양약이든 한약이든 '식욕 억제'가 가장 우선되는 효과인 것 같다. 둘 다 복용해 본 경험상, 내 식욕이 약을 이길 때가 많았다. 그래서 한 번은 한약을 세게 처방받았더니 업무를 하면서 손을 떨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내가 약 먹고 있다는 인지가 없었으면 고객한테 반했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다. '약 맞는 것처럼 먹는 것을 참으면 되잖아'라고. 살 쪄보지 않은 자, 살 빼는 것에 대해 논하지 말라.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호르몬의 노예인걸? 밤 열두 시가 가까워지면 나는 입이 심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배가 고프다고 말한다. 무심코 한 말에 남편이 눈을 반짝이며 달려왔기 때문이다.
"오빠, 밥이 딱 일 인분밖에 없어. 같이 뭔가 먹으려면 파스타를 해야 해."
"파스타 맛있겠다. 파스타 할 거야? 파스타 같이 먹을 거야?"
나는 나의 신체적 신호뿐만 아니라 남편까지 물리쳐야 한다. 지금도 그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 새해 직전, 다이어트를 돕겠다던 남편의 약속은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같은 거짓말이었나 보다.
"아니, 난 안 먹을래. 오빠 먹어."
이 정도 의지력이면 하루치 마운자로 약 값은 번 셈이다. 현재 상황에서 매달 40만 원씩 약을 맞는 것도 약을 맞은 것처럼 굶거나 극히 적게 먹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내 마음을 편하게 해서 가짜 식욕을 이겨내는 것을 해볼 만할 것 같다. 먹고 싶은 음식은 다음날 아침에 기쁘게 맛있게 먹는 것으로 나 자신과 합의했다.
"오빠, 내일 아침엔 김치볶음밥 먹자. 계란 프라이 반숙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