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불안에 빠트린 사랑에 빠진 딸기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계속 드시잖아요? 놀랍게도 불안의 정도가 점점 심해집니다."
남편과 밥을 먹으면서 본 유튜브에서 나온 의사의 멘트에 깜짝 놀라, 남편에게 물었다.
(식단 읽어드립니다 EP.04 https://youtu.be/1EJU53VT4PQ?si=ygScGOc3wlFuiRwQ)
"오빠, 이거 나 들으라고 튼 거야?"
"아니, 나도 이거 처음 봐."
일평생 아이스크림이 당뇨, 비만 등에만 악영향을 끼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불안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혈당 롤러코스터로 신체적 스트레스가 발생해서 더 불안해진다니. 그렇게 또 아이스크림을 먹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거였다.
퇴근하면서 아이스크림 매장에 들러 몇만 원어치 봉지 가득 아이스크림을 사 오던 날, 배스킨라빈스에서 사랑에 빠진 딸기 맛을 쿼터사이즈에 가득 주문하던 날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불안을 퍼먹던 날들이었다.
무심코 먹은 음식들이 내 정신과 신체 건강 상태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은 가끔 소름 끼치는 일이다. 스스로 알지 못하는 내 이면을 누군가 와서 속삭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번에도 그런 것 같았다.
'사실 너 그때, 굉장히 불안했던 거야.'
살찐 내 모습을 마주했을 때처럼 아직도 불안을 품고 사는 나 자신을 마주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8년 전, 공황장애와 불안장애, 우울증을 진단받고 여전히 약을 먹고 있다. 하지만 약을 굉장히 줄였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 '여전히 나는 불안하다'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살찐 내 모습을 받아들였을 때처럼, 어렵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일단 불안을 더 심하게 만드는 '아이스크림'은 먹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빙수나 파르페는 먹을지도 모른다. 그건 아이스크림이 아니니까?라는 비겁한 변명을 해본다. 부산에 가서 꼭 가보고 싶은 빙수 가게와 일본의 파르페 가게가 있으니까, 그것까지만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