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6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강웅 Sep 10. 2020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9

팔달산정(山頂)을 둘러싼 성은 과연 협축(夾築)일까?

서장대를 둘러싼 성은 성 안이 돌로 되어있고 무수한 구멍이 원성에 나있다. 이 수상한 모습을 한 화성 최대 미스터리를 풀어본다.

서장대를 둘러싼 성은 과연 협축(夾築)일까?

서장대(西將臺)가 있는 곳이 팔달산 정상이다. 의궤에 "100리 안쪽의 모든 동정은 앉은자리에서 변화를 다 통제할 수 있다"라고 팔달산 정상부의 전략적 입지를 매우 좋게 평가하고 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팔달산정에는 최고 지휘부인 서장대와 장대를 보좌하는 서노대(西弩臺), 그리고 후당(後堂)이 계획된다. 이를 위한 너른 평평한 터가 필요했다. 하지만 당시 팔달산정은 온통 암반으로 들쑥날쑥하고 심한 급경사지였다.

팔달산정에 너른 터를 만들기 위해 서장대 앞에 높이 5척의 석축으로 대를 만들고, 또 그 앞 낭떠러지에는 말뚝을 박고, 모래주머니와 돌을 쌓고, 흙을 가져다 메웠다.

유용한 터를 만들기 위해 서장대 앞쪽 가파른 경사면에 돌과 모래주머니를 쌓은 후 말뚝으로 지탱하고, 그 안에 흙을 붙여 평평한 터를 만들었다. 흙을 돋운 높이가 3장(丈)이고, 공사를 한 범위가 무려 사방 70보의 대규모로 매우 어려운 공사였다. 3장은 약 10미터이고, 70보는 약 82미터이다. 면적으로 2,000평이나 되었다.

이런 어려운 공사보다 필자가 눈여겨본 것은 팔달산정의 성(城)이다. 서장대를 둘러싼 성은 화성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특이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성 안팎 모두 돌로 쌓은 협축이고 원성에 무수히 많은 큰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협축으로 밝혀지면 "화성은 모두 내탁이다"란 정설이 깨진다.

팔달산정의 성은 과연 협축(夾築)일까?

여장 3척과 통로 8척을 합한 11척 두께의 성을 돌로 안팎에 쌓았다. 4척 정도를 노출시키고 나머지 아래 부분은 흙으로 메웠다.

성을 쌓는 방식에는 2가지가 있다. 낙안읍성과 같이 성의 안쪽과 바깥쪽 모두 돌로 성벽을 쌓았는데 이런 방식을 "협축(夾築)"이라 말한다. 화성의 경우처럼 성 밖 한 면은 돌로 쌓고 성 안은 자연의 산(山)이나 인공적으로 흙을 쌓아 붙이는 방식을 "내탁(內托)"이라 한다. 협축과 내탁은 성에서 매우 중요한 용어이고 개념이다.

팔달산정에 올라 필자는 실측도 하고 안팎으로 돌로 쌓은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먼저 범위는 서암문(西暗門)부터 정상이 끝나는 곳까지 44보로 약 52미터다. 두께는 여장 두께 90센티미터와 여장에 붙은 통로 폭 2.4미터를 더하면 최소 3.3미터가 된다. 최소라 한 것은 땅 밑의 두께는 당연히 더 두껍기 때문이다.

협축형식으로 성 안쪽에도 돌로 성을 쌓은 정상의 성으로 서장대와 서노대를 감싸고 있다. 구간 길이는 44 보정도 이다.

높이는 성 밖에서 보이는 성 높이와 같은 높이이다. 안쪽 노출된 부분의 높이는 1미터에서 1.4미터 사이로 불규칙하다. 노출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아래 부분은 모두 흙으로 메워진 상태다.

끝으로, 설치된 구멍은 전체 구간의 절반 정도 구간인 약 35미터 정도에 구멍을 아래위로 내었다. 노출된 부분이 구멍 바로 아래까지인 것으로 보면 사람이 구멍을 활용하기 위해 노출시킨 것이 확실하다.

여장 안으로 약 2.4미터 폭의 통로가 있고, 협축형식의 돌로 쌓은 성이 1.2미터만 노출되어 있고, 나머지 아래 부분은 흙으로 메워져 있다.

협축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 위해 찾아본 여러 문헌에도 정의나 조건이 간단하게 언급되어 있다. 즉 협축이란" 성벽의 기저부(基底部)와 성 내벽의 상당 부분이 지상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서장대를 둘러싼 성의 상태와 비교해 보면 안팎으로 돌로 쌓은 점은 협축과 일치한다. 하지만 성 안쪽이 전체 높이의 3분의 1 정도만 노출시키고 나머지는 묻혀있는 상태다. 이 노출 정도를 어떻게 보느냐가 협축이냐 내탁이냐를 판단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순천 낙안읍성의 성 안팎 모습으로 초가집이 있는 곳이 성 안이고, 사람이 서 있는 곳이 성 밖이다. 전형적인 협축의 모습이다.

팔달산정의 성면의 노출 정도가 협축의 조건인 "상당 부분이 지상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에서 "상당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까? 30% 정도를 상당 부분이라 판단하는 것은 옳지않다. 결론은 "팔달산정의 성은 협축은 아니다" 하지만 화성에서 매우 특이한 형태를 한 것이 아쉬워 필자는 "팔달산정의 성은 협축형식을 한 내탁이다"라고 정의한다.

왜 이런 형태의 특이한 구조를 하였을까?

팔달산 정상 서쪽의 지형을 보면 바위들로 울퉁불퉁하고 급경사지로 되어 있다. 이곳에 다른 곳과 똑같이 돌로 성을 쌓으며 흙을 메우는 공사를 했다면 성이 자빠지는 전도(轉倒)의 위험이 크다. 따라서 시공 안전과 구조안전을 위해 성 높이와 같은 두께 만큼 모두 돌로 안팎으로 쌓은 것이다.